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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ce gull

왜 그랬어...

일본에서 매년 1월 22일은 카레의 날이라고 합니다. 저는 기념일에 편승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은 카레와 관련된 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꼼꼼하게도 골고루 카레갈매기가 되어있습니다. / Vale wildlife hospital

지난 6월 6일, 영국 웨일스 지방에서 선명한 주황색의 갈매기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갈매기의 발견에 전 세계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열광하였죠. 선명한 주황빛의 깃털과 은은한 카레향으로부터, 이 새에게는 카레갈매기(Larus Kari)라는 이름이 붙진 않았습니다. 


위의 둘을 합치면 간단하게 카레갈매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집에서 따라 하지 마세요.) / nwflightdesign, bathyporeia on Flickr위의 둘을 합치면 간단하게 카레갈매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집에서 따라 하지 마세요.) / nwflightdesign, bathyporeia on Flickr

놀랍게도 이 갈매기는 태어날 때부터 카레갈매기였던 것이 아닌데요. 한 재갈매기가 카레에 빠져, 더 정확히는 치킨 티카 마살라 커리가 담긴 통에 빠져 이런 꼴이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공장 직원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된 이 친구는, 담겨있던 상자를 열기 전부터 강렬하게 퍼지는 카레 냄새로 병원의 모두에게 정말로 강한 첫인상을 남겼다고 합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후 카레갈매기는 잘 씻겨져서 원래의 하얀 깃털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만, 카레 냄새까진 없애는 것은 무리였다고 합니다. 당사자로서는 몹시 유감스러운 일이었겠죠.


그리고 이 카레갈매기는 각종 매체에서 소개되며 엄청나게 유명해졌고, 걸프레지(gullfrazie)라는 이름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걸프레지는 카레에 빠진 사건을 기점으로 자신의 삶에 깊은 회한을 느끼며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도 마음을 제외하면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굶주렸었는지 조금 여위어있어서 병원에서 요양을 한 후 퇴원하기로 하였죠. 카레에 빠졌던 것도 카레에 들어있는 고기를 건져 먹으려다 그런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는군요.


그리고 그로부터 약 한 달 후인 7월, 걸프레지는 무사히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깃털의 주황색은 전부 사라져 본연의 흰색으로 돌아왔고, 영상을 통해선 알아볼 수 없지만 이제는 강렬하던 카레 냄새도 사라졌을 것입니다. 이걸로 걸프레지는 무리에서 배척당하거나 경외시당하는 일 없이, 다시 한번 재갈매기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겠죠. 이렇게 이 사건은 일단락된 것 같이 보였습니다. 또 다른 갈매기가 카레에 빠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이 친구도 깊은 회한에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 RSPCA

걸프레지 사건으로부터 두 달 후인 8월 2일, 또 한 마리의 갈매기가 카레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걸프레지의 전신이 카레로 물들었던 것과 달리 이 두 번째 친구는 반신욕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비록 선점을 놓친 바람에 걸프레지만큼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이 친구 역시 걸프레지 못지않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위의 둘을 (후략). (※집에서 따라 하지 마세요.) / stu_spivack, Tony Hisgett on Flickr위의 둘을 (후략). (※집에서 따라 하지 마세요.) / stu_spivack, Tony Hisgett on Flickr

첫 번째와 두 번째 카레갈매기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맛의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치킨 티카 마살라에 빠진 첫 번째 갈매기와 달리, 이 갈매기는 탄두리 커리에 빠졌는데요. 카레갈매기가 되기 전엔 줄무늬노랑발갈매기의 자아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발이 원래 노란색인지, 아니면 카레 때문에 노랗게 보이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이 친구도 결국은 카레갈매기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 아닐까요.


이 친구도 꼬리만은 걸프레지 못지않게 선명한 카레주황색을 띠고 있습니다. / RSPCA

재밌는 것이, 두 번째 카레갈매기가 발생한 곳도 웨일스 지방입니다. 이쯤 되면 웨일스 지방 전역에 카레맥이 흐르거나, 카레목욕이 이미 갈매기들 사이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선 갈매기들이 따뜻한 카레에 몸을 담근 채 담소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르죠.


걸프레지의 삶의 피로가 가장 잘 느껴지는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 Vale wildlife hospital

오늘은 카레의 날을 맞아 놀라운 카레갈매기들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올 한 해 카레에 떨어져 주황색으로 물드는 일이 없길 바라며, 이번 포스트는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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