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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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말은 새가 듣고

낮이 짧아지고 추워지며 햇볕을 쬘 일이 줄어드는 시기입니다. 한 해가 끝나간다는 허무함과, 비타민D 부족으로 인해 예민해지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죠. 건조한 날엔 작은 불씨에도 산불이 일어나기 쉬운 것처럼, 마음이 메마르면 작은 말실수로도 마음의 상처를 주고 받기가 쉬워지는데요. 이런 때일수록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와, 나를 음해하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갖추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몸도 마음도 약해지기 쉬운 계절, 말조심을 하지 않으면 당신을 혼내 주러 찾아올 어느 작은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이 짤입니다. 문구는 각각 '너 방금 뭐라고 했냐', '내가 모를 줄 알고 말 같지 않은 소리 하는 거 들었다'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겠습니다. 도대체 이 새는 얼마나 심한 말을 들었길래, 문도 아니고 창문을 통해 이토록 맹렬한 기세로 찾아오게 된 것일까요. 사진의 상황이 워낙 강렬한 탓에 이 사진은 합성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경우도 많은데요. 도대체 이 새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사진이 어떻게 촬영된 것인지 정말 상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오늘 짤의 원본은 영국의 예술가 Polly Morgan의 작품 'morning'으로, 2007년 개인 전시회인 '우아한 시체(The Exquisite Corpse)'에서 처음 공개된 것입니다. 전시회 제목에서 예상하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이 작가는 주로 박제를 이용한 작품을 만드는데요. 동물의 사체는 자연사했거나 불가피한 사고로 죽은 것만을 사용하며, 작품을 위한 수렵이나 도살이 이루어지진 않는다고 합니다. 작품에 대한 감상은 보는 사람의 수만큼 있는 것인 데다가, 이 블로그는 새에 관한 것이니 해석은 여러분께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날씨에 맞게 동그란 분을 모셔보았습니다. / benjgibbs on Flickr

호쾌하게 유리창을 꿰뚫어 버린 오늘의 새는 유럽울새입니다. 붉은 가슴이 아주 특징적인 새이며,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 소개한 적 있죠. 혹시나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유럽울새 분이 계시다면, 오늘의 사진을 보고 용기를 얻어 유리창에 돌진하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예로부터 티브이와 인터넷에서 본 위험한 것들은 절대로 따라하면 안 된다 하였으니까요. 혹시나 부리와 두개골이 티타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 충돌이 몸의 다른 곳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자신과 유리창의 단단함을 가늠해보고 있습니다. / Sergey Yeliseev on Flickr

오늘의 짤의 새는 유리창과의 충돌에서 승리하였지만, 이건 작품일 뿐 현실에선 오히려 반대의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다들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유리창은 투명하고 빛을 반사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들이 뚫려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속이 비어있는 뼈는 비행에는 아주 유리할지 모르지만 충돌에는 아주 취약한데요. 이러한 충돌은 대부분 비행 중에 발생하기 때문에, 머리에 충격을 받은 새는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론 수십억 마리, 한국에서만도 약 800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에 충돌한다고 하네요.


환경부에선 올해 초부터 야생 조류의 유리창 충돌에 대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요. 위 링크의 카드 뉴스를 통해서 이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와, 혼자서도 새들을 위해 실행할 수 있는 방안들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카드 뉴스 초반에 실제 유리창에 충돌하여 사망한 조류 사체 사진들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겠는데요. 솔직히 오늘의 짤도 박제 사진이라, 여러분은 이미 동물 사체 사진을 보셨습니다. 겉보기엔 거의 손상이 없어 특별한 주의문을 달지는 않았습니다만 본의 아니게 독자분들을 굳세게 키우게 되었군요.


너 방금 뭐라 했냐? / Guy Frankland on Flickr

오늘은 유리창을 뚫는 새와, 유리창을 뚫지 못하는 새들을 보호하는 방법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환경부의 사주를 받은 듯한 얘기를 하며 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량이 조금 적어진 감은 있는데요. 하지만 새와 유리창이 나오는 짤을 소개할 때, 새의 유리창 충돌 문제만큼 적절한 화제는 없지 않을까 싶네요. 인간 독자분들이라면 말 때문에, 조류 독자분들이라면 유리창 때문에 몸도 마음도 상처 받는 일 없는 행복한 겨울 보내시길 바라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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