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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마귀

Daurian jackdaw, 하얀 조끼 까마귀

191111 갈까마귀 프리뷰 / © Андрей Беспалов (CC BY-NC)

지난 금요일은 겨울이 시작되는 날 입동(立冬)이었습니다. 겨울이 되었다는 것은 한국의 겨울 철새인 까마귀들이 찾아올 때가 되었다는 것인데요. 옛사람들은 까마귀를 보고 길흉을 점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음력 3월에는 까마귀 둥지에 새끼가 많고 적음에 따라 길흉을 점치는 까마귀새끼점이, 음력 5월에는 까마귀가 어디에 앉아서 어떻게 우는지를 듣고 길흉을 점치는 까마귀울음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입동에는 갈까마귀를 보고 이듬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입동 얘기로 글을 시작하였으니, 오늘의 포스트에선 다양한 까마귀 중에서도 입동의 까마귀에 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벽이 밝은 회색이라 목 뒤와 배가 투명해 보이는 갈까마귀입니다. / 孫鋒 林 on Flickr

이미 예상한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오늘 소개할 새는 갈까마귀입니다. 딱따구리와 딱다구리처럼, 갈까마귀와 갈가마귀라는 호칭도 혼용되고 있어 무엇이 맞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현재 표준어는 갈까마귀이니,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갈까마귀라는 이름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까마귀라고 하면 부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새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갈까마귀는 목 뒤와 배가 하얀 깃털로 덮여 있는 개체와, 다른 까마귀와 마찬가지로 온몸이 까만 개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깃털 색이 어떻든 간에 갈까마귀도 다른 까마귀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성이 좋은 친구들로, 겨울이면 떼까마귀 무리에 섞여 있는 갈까마귀들을 볼 수 있죠.


몸은 작지만 큰까마귀 못지않게 무게 잡고 있는 갈까마귀입니다. / © Alexander Yakovlev (CC BY-NC)

갈까마귀는 몸길이가 33cm 정도로 꽤 큰 새이지만, 사실 까마귀과 안에선 작은 편에 속합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다른 까마귀인 떼까마귀와 까마귀가 각각 47cm와 50cm 정도이니, 이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작은 새라는 것이 잘 느껴지죠. 그런데 왠지 갈까마귀라는 이름은 커다란 새와 더 잘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는 몸길이가 60cm가 넘는 큰 까마귀인 큰까마귀를 뜻하는 'raven'이 갈까마귀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큰까마귀는 한국에서 도래(渡來)까마귀라고도 불릴 정도로 보기 힘든 새이기 때문에, 번역 과정에서 혼동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63cm가 33cm 정도로 작아진 것은,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는 것 이상의 수축률이 아닌가 합니다.


갈까마귀의 2p 컬러 같은 서양갈까마귀입니다. / hedera.baltica on Flickr

우리는 이솝우화에서도 갈까마귀 얘기를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화려한 새가 되기 위해 다른 새들의 깃털로 치장했다가 결국은 정체가 들통나고 만 새가 바로 갈까마귀였지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갈까마귀는 동아시아 쪽에만 서식하는 새입니다. 즉 이솝우화의 저자인 아이소포스가 살던 그리스에선 볼 수 없는 새이지요. 사실 원전이 서양 문명 쪽인 창작물에 등장하는 갈까마귀는, 갈까마귀와 아주 유사한 종인 서양갈까마귀(western jackdaw)를 뜻하는데요. 목 뒤와 배의 색이 갈까마귀는 흰색에 가까운 것에 반해 서양갈까마귀는 어두운 회색이고, 반대로 눈 색은 갈까마귀가 검은색이며 서양갈까마귀들이 밝은 회색인 것을 통해 두 까마귀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흰 조끼와 검은 조끼의 비율이 2:3이니 내년은 꽤 풍년이겠습니다. / © Irina Krug (CC BY-NC)

갈까마귀와 헷갈리기 쉬운 다른 까마귀들에 관해 알아보았으니, 이제 갈까마귀들만을 모아 놓고 입동 점을 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경남지역에선 입동에 갈까마귀의 흰 배가 보이면 이듬해 목화 농사가 잘 될 것이라 점쳤다고 하는데요. 혹시 갈까마귀의 흰 배가 목화를 닮아서는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또한 부산에는 배가 흰 갈까마귀가 많으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는 얘기가 있죠. 간혹 갈까마귀 중 배가 흰 것이 암컷이며, 암컷이 많이 보이면 풍년이 든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갈까마귀는 다른 까마귀와 마찬가지로, 겉모습으로 암수를 구분하기 힘든 새입니다. 이는 흰 깃이 많은 갈까마귀가 보이면 풍년이 든다는 얘기와, 암컷의 생산력을 풍년과 연관시키는 이야기가 합쳐져서 나온 결과물이 아닐까 싶네요.


입동쯤에 보이는 갈까마귀는 잔뜩 부풀어서 이 형태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 Ross Tsai on Flickr

오늘은 작고 하얀 배를 가진 갈까마귀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음력 5월에 까마귀가 '강글락탁 강글락탁' 우는 소리를 듣는 것은 손님이 찾아들 길조라고 하는데요.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강글락탁 우는 까마귀를 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일 것이며, 하물며 그걸 음력 5월에 들을 수 있다면 정말 길조 중의 길조를 만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올 겨울엔 강글락탁 우는 갈까마귀를 찾아보기로 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강글락강글락 강글락 탁 락탁탁 강글락탁! / © Adam C. Bad Wound (CC BY-NC-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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