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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다쇠오리

Great auk, 폭풍의 마녀

올해도 역시나 할로윈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다른 사람과 겹치지는 않으면서도 할로윈 분위기에 잘 맞는 분장을 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할 시기입니다. 할로윈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선 초자연적인 존재의 모습으로 가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유령이나 뱀파이어, 외계인, 요정, 천사악마, 그리고 또 악마 등이 있겠습니다. 초자연적이진 않지만 밤의 이미지가 강한 박쥐 역시 할로윈 분위기를 낼 때는 빠지지 않으며, 정확히 무엇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호러블한 것도 괜찮고, 여기에 섬찟한 효과음까지 더해진다면 할로윈 준비는 거의 끝났다고 봐도 되겠지요. 시간은 없는데 할로윈 분위기는 내고 싶다면, 챙이 넓고 끝이 뾰족한 모자 하나로 간단하게 마녀 느낌을 낼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마녀와 관련된 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왼쪽의 큰 새와 가운데의 알이 큰바다쇠오리입니다. 오른쪽의 작은 친구는 레이저빌(razorbill)이라고 하며, 큰바다쇠오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입니다. / Amy Evenstad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큰바다쇠오리입니다. 이름에 크다는 의미의 '큰'과 작다는 의미의 '쇠'가 같이 들어가 있어서, 분명 크기에 관한 정보가 들어간 이름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새인지 작은 새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새이죠. 큰바다쇠오리는 키가 75~85cm로 아주 큰 새이며, 큰바다오리라고 불리는 경우도 있는데요. 큰바다쇠오리의 영명인 great auk에서 auk은 바다쇠오리라고 번역되는 경우가 많으니, 이 포스트에서는 통용되는 이름인 큰바다쇠오리를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머리의 흰 점이 매력적입니다. / John James Audubon, Audubon's Birds of America

큰바다쇠오리는 북대서양과 북극해에 서식하던 물새입니다. 커다랗고 둥그런 몸에 비해 작은 날개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날지 못하는 새이기도 하죠. 등은 검고 배는 희며 날지 못하는 커다란 새라는 공통점 때문에, 큰바다쇠오리를 보고 펭귄을 떠올린 분들도 계실 텐데요. 실제로 16세기에 '펭귄'이란 단어는 큰바다쇠오리를 가리키는 단어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현대엔 큰바다쇠오리를 제외한, 남반구에 사는 새들만을 펭귄이라 부르게 된 것일까요. 이 단락의 문장이 과거형인 데에서 예상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큰바다쇠오리는 멸종했기 때문입니다.


18세기에 그려진 가이르풀라스케어의 스케치입니다. / Guðni Sigurðsson

큰바다쇠오리는 한때 개체수가 수백만 마리에까지 이르렀으며, 천적도 그리 많지 않은 새였습니다. 범고래나 흰꼬리수리, 북극곰 정도만 조심하면 살면서 크게 걱정할 일은 없었죠. 하지만 소빙기에 접어들며 큰바다쇠오리의 개체수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는데요. 사실 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은 인간의 남획이었습니다. 큰바다쇠오리는 날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번식기가 되면 한 장소에 잔뜩 모이고, 인간에게 경계심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주 손쉬운 사냥감이었는데요. 사람들은 고기나 기름, 깃털 등을 얻기 위해 큰바다쇠오리를 사냥하였습니다. 큰바다쇠오리의 개체수는 급속도로 줄어, 1820년 무렵의 번식지라고는 작은 섬 하나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아이슬란드 해안에 존재하던 섬 가이르풀라스케어(Geirfuglasker)는 '큰바다쇠오리 바위'라는 의미이며, 경사가 가파르고 항상 강한 파도가 치기 때문에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섬이었죠.


박물관에서 박제로 남아 있는 큰바다쇠오리를 볼 수는 있습니다. / Ghedoghedo on Wikimedia commons

그런데 1830년, 큰바다쇠오리들의 마지막 번식지였던 이 작은 섬마저 화산 분화로 가라앉게 됩니다. 살아남은 새들은 근처의 더 작은 바위섬인 엘데이(Eldey)로 이주하였는데요. 1835년 이 서식지가 발견되었을 때 남아있던 큰바다쇠오리는 약 50마리 정도였다고 합니다. 멸종 직전까지 줄어든 이 새들을 보호하기 시작하여 다시 차츰 개체수가 늘어났다면 좋았겠지만, 우린 이미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는데요. 희소 가치가 올라간 큰바다쇠오리들은 박물관이나 수집가들에게 비싸게 팔렸기 때문에, 남아 있는 새들도 금세 전부 사냥당하였습니다. 1844년 6월 이 섬에 남아 있던 마지막 큰바다쇠오리 한 쌍이 죽었으며, 1852년 최후의 큰바다쇠오리가 목격된 이후 이 새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습니다.


The bird study book(1917), T. Gilbert Pearson, Garden City, New York, Doubleday, Page & Company

큰바다쇠오리가 멸종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들은 누군가가 의도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극적인 사건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별히 비극적인 것은 브리튼 제도의 마지막 큰바다쇠오리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1840년 7월, 스코틀랜드의 세인트킬다 군도에서 세 명의 어부는 한 마리의 큰바다쇠오리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들은 이 새를 생포하여 묶어 두었는데, 그로부터 3일 후 큰 태풍이 발생하였죠. 점점 강해지는 태풍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던 사람들은, 큰바다쇠오리가 이 태풍을 일으킨 마녀라고 생각해 그 새를 때려죽이고 맙니다. 만약 그 새가 최후의 큰바다쇠오리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면 상황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지난 일이니 이런 가설들도 전부 의미 없겠죠.


큰바다쇠오리들이 떠난 곳은 기념비가 혼자 지키고 있곤 합니다. / Kim Bach on Flickr

오늘은 세인트킬다의 마녀 큰바다쇠오리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멸종하였고 비극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큰바다쇠오리는 그 후 다양한 창작물의 소재가 되곤 하였는데요. 그런다고 큰바다쇠오리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생물 다양성 보전에 대한 경각심은 일으켜 줄지도 모르죠. 할로윈은 죽은 자들의 혼이 돌아오는 날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큰바다쇠오리의 혼도 바다로 돌아올지, 만약 그렇다면 여전히 사람을 피하지 않고 다가갈지 궁금해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Kim Bach on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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