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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댕기물떼새

Grey-headed lapwing, 회색 머리 나그네

날이 빠르게 추워지고 있습니다만, 아직 계절은 가을의 영역에 걸쳐 있긴 한 것 같습니다. 가을은 참 감성적인 계절이라, 별다른 일이 없더라도 이상하게 우수에 젖게 되는데요. 물드는 단풍을 보며 쓸쓸해하다 보면 나그네처럼 지는 낙엽을 따라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봄과 가을이면 한국을 거쳐가는 새들을 나그네새라고 부르는데요. 매년 때가 되면 무심하게 찾아왔다 흔적 없이 떠나가는 모습은 나그네라는 말과 참 어울립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한국의 나그네새 중 하나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붉은 눈이 매력적인 민댕기물떼새입니다. / Sai Adikarla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민댕기물떼새입니다. 물떼새라는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물가에서 주로 볼 수 있으며, 몸길이는 35cm 정도인 꽤 큰 새이죠. 민댕기물떼새의 머리와 목은 청회색을 띠는데, 아랫가슴의 검은 띠가 목의 청회색 깃털과 배의 흰 깃털이 섞이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습니다. 민댕기물떼새의 등쪽은 회갈색이기 때문에, 날개를 접고 있을 땐 하얀 배가 거의 보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회색 톤을 띠는데요. 선명한 노란색의 부리와 발, 눈테 등이 포인트가 되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꽤 화려하단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붉고 커다란 눈과 노란 눈테의 조합은 금으로 테를 두른 붉은 보석같이 보이기도 하죠.


왼쪽부터 각각 민댕기물떼새.zip와 민댕기물떼새.exe입니다. / harum.koh on Flickr
이 민댕기물떼새는 기분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으니, 눈은 마주치지 말고 검은 발톱만 살펴보도록 합시다. / Jin Kemoole on Flickr발톱은 아주 작고 심지어 캡션에 가려지기까지 하니, 클릭하고 확대해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민댕기물떼새는 날개를 접고 있을 때와 펴고 있을 때의 차이가 꽤 큰 새이기도 한데요. 이 새의 날개는 접고 있을 땐 회갈색 부분밖에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흰색과 검은색을 더한 세 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꽁지깃도 날개와 맞춘 것처럼 새하얀 깃털 끝부분에 검은 띠가 둘러져 있죠. 그래서 비행 중인 민댕기물떼새를 보면 흰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대비가 두드러집니다. 숨겨진 안쪽 깃털의 색까지 알게 된 후 민댕기물떼새를 다시 보면, 부리와 꽁지, 날개 끝이 전부 검은색인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사실 이 새들은 발톱도 검은색으로, 몸의 말단에 검은 포인트를 주는 것을 좋아하나 봅니다.


댕기가 있는 것을 보니 이쪽이 댕기물떼새입니다. / © Игорь Двуреков (CC BY-NC)댕기가 없는 것을 보니 이쪽이 민댕기물떼새입니다. / Vijay Anand Ismavel on Flickr

이름에 '민댕기'가 들어간다는 것은 댕기가 없다는 뜻일 텐데요. 다른 물떼새들이 전부 댕기를 가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수많은 댕기 없는 물떼새들 사이에서 이 새에게만 특별히 댕기가 없다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확한 이유는 찾을 수 없습니다만, 다른 물떼새들은 머리가 갈색과 흰색의 두 색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반해 머리가 한 가지 색의 깃털로 이루어진 것이 다른 물떼새들에 비해 밋밋해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닐까 싶네요. 민댕기물떼새와 비슷한 이름의 새로는 댕기물떼새가 있는데요. 댕기물떼새는 이름에 걸맞는 긴 댕기깃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민댕기물떼새란 이름을 들었을 땐 당연히 댕기가 없는 버전의 댕기물떼새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의외로 많이 다르게 생겨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가을 나그네들이 길을 떠나고 있습니다. / Vijay Anand Ismavel on Flickr

위에서도 말했듯이 민댕기물떼새들은 한국의 나그네새입니다. 여름이면 중국이나 몽골, 일본 등에서 번식하고 겨울이면 동남아시아나 중국 남부 등 더 따뜻한 곳을 찾아 날아가는데요. 먼 길을 날아가는 중간중간 한국에 잠시 들러 쉬어가곤 하는 것이죠. 민댕기물떼새는 비번식기에 작은 무리를 이루는데, 겨울을 나는 지역에선 수십 마리 이상이 무리를 짓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드물게 민댕기물떼새 무리를 볼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이곳은 경유지이니만큼 수십 마리의 무리는 보기 힘들겠지만, 너덧 마리 무리 정도는 운이 좋다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꽃과 새가 함께 있는 감성적인 사진으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nubobo on Flickr

오늘은 댕기 없는 민댕기물떼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나그네새라는 단어는 굉장히 고독하고 쓸쓸한 이미지인데, 사실 한국을 찾는 나그네새의 대부분인 도요새들이나 물떼새들은 무리 지어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마 외롭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시끄러운 게 고민일 지경이 아닐까 싶은데요. 우리도 가을을 맞아 괜히 센치하고 우울하고 외로워진다면,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마음에 새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늘의 포스트에선 댕기 있는 댕기물떼새 얘기도 잠깐 나왔는데요. 이 친구는 겨울 철새니까 조금 더 날이 추워지면 소개해 보도록 하고,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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