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멋쟁이_민들레.jpg

나는야 황로 될 테야

얼마 전까지 눅눅하다고 불평했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공기가 부쩍 건조해진 느낌인 걸 보니 가을이 오긴 하나 봅니다. 날씨가 건조해진다는 것은 곧 정전기 대책을 세워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금속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깜짝 놀라기도 해야 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머리카락도 잘 달래주어야 하는 아주 성가신 시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정전기 때문에 머리터럭이 방실방실한 새에 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이 짤입니다. 앞에서 방실방실하다고 말씀드리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벙실벙실해서 놀라지 않으셨을까 싶은데요. 짤의 문구는 왼쪽부터 각각 '우리 머리에 풍선을 문지르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했잖아'와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길래 민들레가 되어 보았습니다'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문구 중 이 솜털들을 부풀게 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외에도 소수 의견으로, 이 솜털덩어리들은 민들레와 피스타치오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높지도 않으니, 이 포스트에선 민들레-피스타치오 설은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짤의 원출처는 여기이며, 2011년 6월에 촬영된 사진이라고 합니다. 원출처의 설명을 보면 이 사진의 원작자는 렌즈를 통해 이 민들레들을 보자마자 큰 소리로 웃음이 터질 뻔 했다고 하는데요. 현장에서 큰 소리를 낸다면 동물들을 놀라게 하거나, 민들레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웃음을 꾹 참아야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멀리서 사진으로 보고 있으니 참을 것 없이 마음껏 웃도록 합시다.


황로 새끼라는 것을 믿지 않으실까 봐 부모와 함께 있는 사진을 골라 보았습니다만, 더더욱 둥지에 깔아둔 솜털뭉치로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 Michael McCarthy on Flickr

이 껄뿌연 솜털들은 놀랍게도 민들레의 일종이 아니라 어린 새였으며, 더 구체적으로는 황로 아가들입니다. 그래서 다른 황로 새끼들의 사진을 찾아보면, 놀랍게도 모든 새끼 황로의 머리는 뿍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즉 이 친구들은 풍선이나 민들레와 같은 외부적 영향을 받아서 퐁실퐁실해진 것이 아니라, 내재된 황로의 기운으로 복실복실해진 것입니다. 이 사진들은 종종 대백로 새끼의 사진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한데요. 대백로를 비롯한 다른 백로 아가들도 전부 민들레를 닮은 팡실팡실한 솜털덩어리이니, 부모와 함께 찍힌 사진이 아니면 헷갈릴 만도 합니다.


이 나뭇가지도 조금 전까지는 다른 둥지의 일부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 Gary Leavens on Flickr

오늘의 새가 황로 아가라는 것을 알았으니, 이어서 아가 황로의 삶의 터전인 황로 둥지에 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황로는 주로 물가의 나무 위에 나뭇가지를 사용하여 둥지를 짓는데요. 나뭇가지 수급은 수컷이, 조립은 암컷이 하는 등 분업이 잘 이루어져 있습니다. 황로는 번식기에도 무리를 짓기 때문에 한 그루의 나무에 수십 개의 황로 둥지가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까이에 다른 둥지가 많다 보니 남의 둥지에서 나뭇가지를 훔치는 일도 꽤 보편적이라고 합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께서 둥지를 틀고 있는 황로시라면, 잠시 글 읽는 것을 멈추고 자기 둥지가 잘 있는지 확인해보고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뭇가지 도둑들을 이겨내고 무사히 둥지를 완성했다면, 다음으로 할 일은 알을 낳는 것일 텐데요. 황로는 보통 1~5개의 알을 낳으며, 알 품기는 암수가 번갈아 합니다. 3주가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따끈따끈하게 품어진 알에서는 복슬이가 태어나는데요. 어린 황로는 솜털이 보송보송함에도 불구하고 바로 둥지 밖으로 뛰쳐나가지 못하고 좀 더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합니다. 자신은 분명 새인데 웬 민들레 솜털이 태어나서 황로로서도 당황스럽겠지만, 마음 속의 의심을 거두고 열심히 먹이고 돌보다 보면 이 퐁실퐁실한 솜털뭉치에서도 깃털이 자라나며 한층 새 같은 모습을 띠게 되는데요. 청소년기의 황로는 깃털은 희고 부리는 검은색이라 다소 칙칙한 인상을 줄 수 있는데요. 아직은 황로 중에서 로 부분 정도밖에 완성되지 않은 상태지만, 곧 전 지구를 누비는 한 마리의 완연한 황로로 멋지게 성장하게 되겠지요.


셋 다 황로가 맞습니다. / Roger Smith on Flickr

오늘은 민들레를 닮은 아가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민들레 솜털과 황로 솜털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머리를 불어보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솜털이 날아간다면 민들레일 것이고, 솜털이 날아가지 않고 손가락을 물어버린다면 황로일 것입니다. 만약 솜털도 날아가지 않았고 손가락도 물리지 않았다면, 상대는 민들레이며 우리의 폐활량이 부족한 것일 수 있겠지요.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겨울을 대비하여 체력을 길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로 약속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새 글을 씁니다

새을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1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