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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이 넘어지면?

아프겠죠.

길었던 여름날에 이어, 아주 짧은 가을이 우리 곁에 찾아오고 있습니다. 여름의 끝물부터 사람들 사이에서는 롱패딩에 갇히기 전에 충분히 가을 코트를 입어 두라는 훈훈한 조언이 오가기 시작했는데요. 저는 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겨울과 함께 찾아올 빙판 낙상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미리 키워볼까 합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빙판과 관련된 짤과, 넘어지는 새와 관련된 흥미로운 얘기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짤은 위의 움짤입니다. 펭귄이 멋지게 넘어지는 이 짤은 '펭귄 몸개그'라는 제목으로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곤 하였는데요. 과연 이 펭귄에게 있어 아픔과 부끄러움 중 무엇이 더 컸을지 궁금해지는 짤이기도 합니다. 이 펭귄은 덩치가 꽤 커 보이며 검은 등을 가지고 있고, 목 부분에는 노란색이 도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는 이 새가 펭귄 중에서도 킹펭귄 또는 황제펭귄일 것이라고 후보를 줄여볼 수 있습니다. 이 두 펭귄을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새끼의 모습을 보는 것이며, 넘어진 새 주위의 보송뿍실한 회색 덩어리들을 통해서 우리는 이 새가 황제펭귄임을 확신할 수 있죠.


이 짤은 2013년 BBC에서 제작한 3부작 다큐멘터리 'Penguins: Spy in the Huddle'의 한 장면인데요. 한국에서도 KBS 1TV에서 '스파이 펭귄'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했으니, 이쪽의 제목이 익숙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위 영상은 3부작 중 3편의 프리뷰로, 얼음판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어린 펭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아가 펭귄들이 구르고 넘어지며 분투하는 가운데 어마어마하게 넘어진, 심지어 혼자 어른인 오늘 짤의 주인공의 심정은 언젠가 꼭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넘어진 건 아니지만 일어날 생각도 없어 보이는 킹펭귄들입니다. / Liam Quinn on Flickr

한 펭귄이 넘어지는 짤에 관해 간단히 알아보았으니, 이어서 여러 펭귄이 넘어지는 얘기를 해보겠는데요. 작년 8월 무렵 트위터에선, 자칭 에든버러 동물원(Edinburgh zoo)의 펭귄 세우미(penguin erector)에 관한 얘기가 화제였습니다. 펭귄 세우미의 말에 따르면, 동물원 위로 비행기가 날아갈 때마다 펭귄들은 비행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다가 뒤로 발라당 넘어지곤 하는데요. 이렇게 뒤로 넘어져서 혼자 일어날 수 없는 펭귄들을 일으켜 주는 것이 펭귄 세우미의 일이라고 합니다. 에든버러 동물원의 펭귄은 총 38마리이며, 하루 2,000대의 비행기가 동물원 위로 날아간다고 하니 단순 계산으로 하루 76,000마리의 펭귄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중노동이죠.


넘어질 것 같은 아델리펭귄과 / Scott Ableman on Flickr넘어질 것 같은 아델리펭귄과 / Scott Ableman on Flickr넘어지고 있는 아델리펭귄입니다. / Scott Ableman on Flickr

펭귄을 일으켜 세우는 직업이라니, 아무리 힘들다고 하더라도 펭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꿈의 직업처럼 들리는데요. 안타깝게도 이 흥미로운 이야기는 에든버러 동물원에 문의해 본 결과 전부 거짓말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펭귄은 비행기를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며, 넘어져도 혼자서 일어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펭귄 세우미를 고용할 이유 역시 없을 것입니다. 또한 에든버러 동물원의 펭귄은 130마리가 넘는다고 하니, 동물원에서 일한다는 부분부터 거짓말이 아닐까 싶네요.


이 펭귄들이 동시에 넘어진다고 상상해 봅시다. / size4riggerboots on Flickr

비록 거짓말이라곤 해도, 비행기를 보고 넘어지는 펭귄은 꽤나 재밌는 아이디어입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디어는 자칭 펭귄 세우미가 혼자 생각해 낸 것일까요. 사실 펭귄이 비행기를 보다가 넘어진다는 루머는 90년대 중반쯤부터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10년 정도 더 거슬러 올라가 1985년에 간행된 오듀본 매거진에서도, 비행기 때문에 수많은 펭귄이 넘어졌다는 목격담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포클랜드 제도(Falkland Islands)에서 약 만 마리의 펭귄이 비행기를 보다 넘어졌다는,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2000년 영국의 남극 연구원들이 펭귄들은 비행기 때문에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비행기-펭귄 전설을 믿고 싶어 한다고 하는군요.


넘어진 김에 다음에 도약할 준비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습니다.  / Christopher Michel on Flickr

오늘은 넘어지는 펭귄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비행기를 바라보다 넘어지는 사례가 가장 많은 종은 펭귄보다는 인간이 아닐까 하는데요. 펭귄은 귀여운 생김새로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날지 않고 두 발로 걷는다는 공통점까지 있기 때문인지 인간이 감정 이입하기 참 좋은 새입니다. 심지어 인간을 경계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는 모습도 많이 목격되니 이런 루머가 생긴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비행기 때문에 넘어져서 생을 마감한 펭귄이 없는 것에 안도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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