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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죽어도 차가운 물 샤워 협회

얇고 짧은 여름옷이 전부 옷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할 시기가 돌아왔습니다. 아직 롱패딩을 꺼낼 정도는 아니지만, 여름옷이 차지하던 자리는 길고 도톰한 옷들이 차지하게 될 텐데요. 이건 사람뿐만 아니라 새들도 마찬가지라서, 이맘때쯤이면 각종 커뮤니티엔 동그랗게 부푼 겨울 참새 사진을 모아 둔 글이 올라오곤 합니다. 이 뽀송뽀송한 사진들은 많은 사람들의 시린 마음을 동그랗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데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추운 겨울을 살아가는 작고 동그란 새들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위의 네 짤입니다. 갈색 동그라미(이하 참새)가 목욕하는 것을 보고, 과감하게 물에 얼굴을 담갔다가 튀어 오르는 녹색 동그라미(이하 동박새)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사진들이죠. 첫 번째, 두 번째 사진에서 흐릿하게 참새를 지켜보고 있는 동박새는 몇 분 후 자신이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지 상상도 하지 못했을 텐데요. 머리부터 물에 담그기 전에 발끝부터 살짝 담가서 물 온도를 측정해 보았다면 좋았겠지만, 제일 당황스러운 것은 당사자였을 테니 제삼자인 우리는 굳이 말을 더 얹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튀어 오른 동박새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참새가 물에 비칩니다. / © Hiroshi Katayanagi

이 사진들의 원출처는 2018년 1월에 올라온 이 트윗인데요. 추위가 절정에 이르는 1월에 야외에서 머리를 물에 담근다고 생각하면 제 뼈마디가 다 시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사진이 촬영된 것은 2013년 3월 초로, 여전히 춥긴 하지만 살이 에이는 듯한 혹독한 추위는 가시기 시작할 무렵이죠. 트윗 작성자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당시 상황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비가 그친 후 생긴 물웅덩이에서 참새가 목욕을 시작했고, 동박새는 그것을 보고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참새가 날아간 후 동박새는 물에 얼굴을 풍덩 담갔다가, 놀라서 튀어 오른 후 그대로 어딘가로 날아갔다고 하는데요. 동박새가 떠난 물웅덩이에는 참새들이 모여들어 목욕을 즐겼다고 합니다.


겨울의 둥실참새가 인기가 많아 카드로 만들어 보았다 합니다. / © Hiroshi Katayanagi

오늘의 대중목욕탕에 얽힌 이야기를 조사하던 중, 뜻밖의 흥미로운 정보를 하나 찾을 수 있었는데요. 겨울 참새 사진을 모아둔 글엔, 겨울 참새의 빵빵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여름 참새 사진이 하나씩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위의 비교 짤은 겨울 참새에 관한 얘기를 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요. 이 비교 짤에 사용된 사진과, 오늘 소개한 동박새 사진은 같은 사람이 촬영한 사진입니다. 비교 짤의 여름날렵참새와 겨울빵실참새 사진은 각각 2013년 5월과 2014년 2월에 촬영되었으며, 원본은 여기여기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가느다란 동박새입니다. / Greg Peterson on Flickr터질 것같이 빵빵해졌지만 터지진 않습니다. / yuki_alm_misa on Flickr

만약 참새가 여름이나 겨울 중 한 계절만을 한국에서 보내는 철새였다면, 우리는 참새의 날렵한 모습과 뿍실한 모습 중 하나만을 볼 수 있었을 텐데요. 참새는 한국에 1년 내내 머무는 텃새일 뿐만 아니라, 살면서 한 번도 마주치지 않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흔한 새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상태의 참새를 쉽게 관찰할 수 있죠. 동박새는 참새만큼 쉽게 볼 수는 없지만, 텃새인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여름과 겨울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튀어 오르지 않고 역동적으로 목욕을 즐기는 동박새 사진으로 포스트 마칩니다. / ken on Flickr

오늘은 차가운 동박새와 의연한 참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섬참새집참새와 같은 참새류의 새에 관한 포스트는 꽤 작성했는데, 정작 아직 참새에 관한 포스트는 작성한 적이 없는데요. 워낙 익숙한 새이니만큼 얘기할 것도 많다 보니 잘 써 보려고 조금 미뤄 두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블로그 셔터를 내릴 때까지 참새 얘기를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조금 들지만, 이 위기는 어떻게든 잘 헤쳐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날이 추워지면서 씻는 것도 참 곤욕인 계절이 찾아오고 있는데요. 비록 찬물에 놀라 튕겨 나가도 일단 머리에 물을 묻혀 보는 동박새를 본받아, 우리도 청결한 생활을 통해 인간의 존엄을 유지해 보기로 하며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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