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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수리

Bald eagle, 이글은 이글이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일주일의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날개와 부리의 새을입니다. 제가 없는 일주일, 모두들 잘 지내셨는지요. 휴식 이후 간만의 포스트이니 서론은 짧게 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오늘의 새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머리가 아닌 흰머리수리입니다. / Nicole Beaulac on Flickr
대머리가 아닌 흰머리수리입니다. / Nicole Beaulac on Flickr

위 사진이 오늘 소개할 새인 흰머리수리입니다. 흰머리수리는 영명이 'bald eagle'인 탓에 흰머리독수리, 또는 대머리수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여기서 bald는 piebald에서 유래된 단어로, 어두운 갈색 몸과 대비되게 흰 머리와 꼬리를 의미합니다. 흰머리수리의 학명인 Haliaeetus leucocephalus에서 leucocephalus 역시 흰 머리를 뜻하지요. 그러니 우리는 이 친구들을 꼭 대머리수리가 아닌 흰머리수리라고 불러주도록 합시다.


이런 새가 나는 것을 보았다면 신의 사자라 여겼을 만도 합니다. / Nicole Beaulac on Flickr
이런 새가 나는 것을 보았다면 신의 사자라 여겼을 만도 합니다. / Nicole Beaulac on Flickr

흰머리수리는 북미에만 서식하는 새입니다만, 북미 외의 지역에서도 미국을 상징하는 새로 알려지며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흰머리수리 하면 휘날리는 성조기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흰머리수리는 미국의 국조로 선정되기 전부터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새였습니다. 많은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에서 흰머리수리는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사자이자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흰머리수리의 깃털은 장신구를 만들거나 의식을 치를 때 사용되었습니다.


흰머리수리 둘이 다리 뻗고 누워도 남을 정도로 넓고 쾌적한 둥지입니다. / Justin Kent on Flickr
흰머리수리 둘이 다리 뻗고 누워도 남을 정도로 넓고 쾌적한 둥지입니다. / Justin Kent on Flickr

그렇다면 사람들은 흰머리수리의 어떤 부분에 매혹되어 그 새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은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 흰머리수리 특유의 거대한 몸에서 풍기는 당당함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흰머리수리는 몸길이가 1m에 달하는, 북미에 서식하는 맹금 중 두 번째로 거대한 맹금입니다. 대부분의 맹금이 그렇듯 흰머리수리의 암컷은 수컷보다 25% 더 거대하여, 그 풍모가 굉장히 위엄 있습니다. 이런 커다란 몸에 어울리게 흰머리수리는 북미의 어떤 새보다도 커다란 둥지를 짓습니다. 나무 위에 짓는 둥지로선 어떤 동물보다도 큰 둥지라고 하는군요.


다행히도 곧 두 마리가 교대하였습니다.
다행히도 곧 두 마리가 교대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맹금이 4월에서 5월 사이에 둥지를 짓는 것과 다르게, 흰머리수리들은 특이하게도 2월 중순에 이미 둥지를 짓기 시작합니다. 그 얘기는 흰머리수리들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폭설보험을 들어놓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죠. 실제로 작년의 한 흰머리수리 캠에서 목까지 눈에 빠진 채로 둥지를 떠나지 않고 알을 품고 있는 흰머리수리 부부의 모습이 찍혀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다행히도 저 흰머리수리 부부의 어린 두 알은 무사히 부화했다고 합니다.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 그리고 둥지의 눈이 녹아가는 모습은 여기에서 영상으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이 흰머리수리들에겐 굉장히 독특한 습성이 있습니다. 두 마리의 흰머리수리가 높이 날아올라 서로 발을 마주 잡고 떨어지다가, 바닥에 부딪히기 직전 맞잡은 발을 놓고 날아오르는 것이지요. 이 습성은 일반적으로 흰머리수리의 구애 의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혹 구애 의식이 아니라 싸우는 것이다, 또는 구애하는 동시에 싸우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흰머리수리는 평생 한 상대와 짝을 이루고 사는 새이고, 자연상에서 30년을 살 정도로 장수하는 새입니다. 그런 흰머리수리들에게 배우자를 고르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고, 아무리 신중해져도 부족함이 없는 일이겠죠. 후회 없이 훌륭한 배우자를 고르기 위해 상대를 극한까지 몰고 가려면 구애와 싸움 정도는 동시에 해보는 것도 흰머리수리로서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발톱도 잘 생겼군요. / Andy Morffew on Flickr
발톱도 잘 생겼군요. / Andy Morffew on Flickr

지난번에 얘기했던 참수리와 마찬가지로, 흰머리수리도 물고기가 주식인 새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생선은 연어라고 하는군요. 흰머리수리가 연어를 얻기 위한 방법으론 1. 강한 발톱으로 수중의 물고기를 직접 낚아채기, 2. 다른 포식자의 물고기를 낚아채기 등이 있습니다. 이 흰머리수리의 연어치기 피해자로는 물수리, 왜가리, 심지어 수달 등이 있다고 하네요. 연어전문점의 평화를 위하여 지난번 참수리와 식사 약속을 잡았던 것이 흰머리수리가 아니길 바라야겠습니다.


이 아가들은 자기들이 눈 속에서 살아남은 것을 알까요.
이 아가들은 자기들이 눈 속에서 살아남은 것을 알까요.

이 시점에 미국의 국조를 주제로 선정한 것에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지만 요즘 문득 트위터 등지에서 보았던, 차기 대통령으로 햄스터를 지지하던 일부 세력들이 생각납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흰머리수리라면 뉴스 보긴 즐겁겠군요. 눈 속에서도 무사히 부화한 귀염둥이 흰머리수리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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