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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스크리머

Horned screamer, 유니콘의 비명

지금까지 이 블로그에서는 뿔이 있는 새를 여럿 소개했습니다. 그중에는 말랑말랑한 뿔을 가진 새도 있었고, 뿔을 만져 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새, 뿔닭과의 새 중 유일하게 뿔이 있는 새도 있었죠. 이 정도로 소개했으면 슬슬 머리에 뿔이 있는 새는 전부 소개했을 법도 한데, 아직도 세상엔 뿔이 있는 새가 남아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지금까지 소개했던 어떤 새보다도 뾰족한 뿔을 가진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명을 지를 준비 중인 듯한 뿔스크리머입니다. / Billtacular on Flickr

오늘 소개할 것은 뿔스크리머입니다. 이름에 뿔이 들어가는 것은 머리에 아주 근사한 뿔이 달려 있기 때문이며, 스크리머는 영어로 '비명을 지르는 자'라는 뜻의 screamer를 그대로 읽은 것이지요. 자세한 것은 후술하겠지만 뿔스크리머는 비명을 지른다는 이름이 붙을 만큼 강렬한 울음소리를 가진 새입니다. 조금 더 번역을 하여 뿔꺅이 같은 이름을 부르는 것도 나름 직관적이고 귀엽긴 하겠습니다만,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뿔스크리머라는 이름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뿔스크리머가 흰 바지를 한껏 뽐내고 있습니다. / Josh More on Flickr

뿔스크리머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북부에서 중부에 걸쳐 서식하는, 몸길이 84~95cm 정도의 아주 큰 새입니다. 커다란 몸과 어울리게 날기보다는 걷기를 선호하며, 긴 다리와 큰 발을 가지고 있죠. 스크리머들은 계통적으로 오리나 거위, 고니 등과 아주 가까운 새인데, 부리는 그런 친구들에 비해 작기 때문에 얼굴만 보면 오히려 닭과 더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뿔스크리머 암수의 외모는 아주 유사하며, 몸의 등쪽은 검은데 머리와 목, 날개에는 흰 반점이 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배는 다른 부분과 대비되는 뽀얀 하얀색을 띠죠.


뿔이 얼른 다시 자라야 할 텐데 말입니다. / © Colin Barrows

그럼 이어서 뿔스크리머의 '뿔' 부분에 관해 알아보도록 할 텐데요. 뿔은 이 새의 가장 주요한 특징인 만큼 이름뿐만 아니라 학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뿔스크리머의 학명인 Anhima cornuta에서 cornuta는 라틴어로 뿔이 났음을 뜻하는 cornutus가 유래이죠. 뿔스크리머의 뿔은 암수 모두에게서 자라나며, 15cm 정도까지 길어지는데요. 이마에서 길게 뻗은 하나의 뿔 때문에 이 새는 조류계의 유니콘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 뿔은 워낙 가늘기 때문에 자주 부러지곤 하는데요. 혹시나 뿔이 부러진 뿔스크리머가 여생을 회한에 빠져서 살아가지 않을까 걱정하셨다면, 이 뿔은 부러져도 다시 자라나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됩니다. 뿔 하면 보통 굉장히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쉬운데요. 사실 뿔스크리머의 뿔은 워낙 잘 부러지기 때문에, 상대를 찌르려면 찌를 수야 있겠지만 무기보다는 장식의 역할이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두 개의 뾰족한 돌기가 보입니다.  / © Cullen Hanks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만약 이 새와 싸울 일이 생긴다면 뿔보다는 날개를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뿔스크리머의 날개엔 한 쪽에 두 개씩 총 네 개의 뾰족한 돌기가 있는데요. 두 돌기 중 몸에 가까운 쪽의 돌기가 더 크며, 그 길이는 5cm를 넘기도 하죠. 여기에 제대로 찔리거나 후려 맞는다면 그렇게 기분이 좋진 않을 테니, 함부로 뿔스크리머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짝이 있는 뿔스크리머에게 추파를 던지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이런 험악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사냥을 할 것도 같지만, 뿔스크리머들은 식물이 주식인 새인데요. 수국속(Hydrangea)의 식물과 부레옥잠, 큰참새피(big sparrow blood[X] dallisgrass[O]) 등을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지금부터는 뿔스크리머의 스크리머 부분에 관해 알아보도록 할 텐데요. 왜 비명을 지르는 새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백견이 불여일문일 테니, 위 영상을 통해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뿔스크리머의 울음소리는 소리가 클 뿐만 아니라 독특하기까지 하여, 새의 울음소리라기보다는 조금 맛이 간 경적 소리 같기도 한데요. 그런데 신기한 것이, 이 친구들은 목소리만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몸도 시끄럽다고 합니다. 뿔스크리머의 피부 밑엔 작은 공기주머니들이 있는데, 날아오르는 등의 행동을 하면 이 공기주머니들은 빠르게 줄어들며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죠. 뿔스크리머의 몸을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톡톡거리는 소리와 감촉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저도 스크리머를 만져본 적은 없기 때문에 그 감촉이 아주 궁금합니다. 뿔스크리머의 기분을 간접 체험해 보고 싶다면 손 관절을 뚝뚝 소리나게 꺾어 보는 것을 추천드리는데요. 원리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몸속의 공기 방울이 내는 소리라는 공통점은 있죠.


어릴 때도 위는 까맣고 아래는 하얗습니다. / © Cullen Hanks

오늘은 뿔이 있고 비명을 지르는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도 험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비명을 지르고 싶어질 때나 뿔이 자라날 때가 있을 텐데요. 아직 뿔도 없고 비명도 지르지 않던 시절의 보송보송한 뿔스크리머 사진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제멋대로들 자란 뿔 사진도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첨부합니다. / © Ericson Cernawsky Ig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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