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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비

Common loon, 소름 끼치는 가창력

요즘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모두들 이 땅을 떠나 새로운 곳에 자리잡고 싶은 작은 욕구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시대의 탓일까요, 아니면 스산해진 날씨가 인간들에게마저 철새의 기분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까요. 많은 현대인들이 새로운 터전으로 선호하는 나라 중 하나로 캐나다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 캐나다에서는 지금 국조(國鳥)를 선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죠. 그런 뜻에서 오늘은 8월 31일까지 진행되었던 캐나다의 국조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멋진 자세의 큰아비로 시작합니다. / Andrew Reding on Flickr
멋진 자세의 큰아비로 시작합니다. / Andrew Reding on Flickr

붉은 눈이 매력적인 이 새의 이름은 큰아비(common loon)입니다. 캐나다 국조 투표에서 13995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한 새이죠. 그렇다면 과연 캐나다 사람들은 이 새의 어떤 면에서 매력을 느끼고 이 새가 자신들의 나라를 대표할 만 하다고 판단했을지, 지금부터 한번 캐나다인의 마음이 되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캐나다의 자랑 Loonie와 Becky입니다. / Stephen Rees on Flickr, ⓒDisney·Pixar캐나다의 자랑 Loonie와 Becky입니다. / Stephen Rees on Flickr, ⓒDisney·Pixar
캐나다의 자랑 Loonie와 Becky입니다. / Stephen Rees on Flickr, ⓒDisney·Pixar

캐나다의 1달러 동전은 'Loonie'라고 불리는데요. 바로 큰아비(common loon)가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로 큰아비는 캐나다인들에게 굉장히 친숙한 새이며, 그들의 일상과 금전거래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죠. 사실 큰아비는 캐나다 안에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새입니다. 지난번 소개해드렸던 영화 'Piper' 상영이 끝나고 나오던 장편영화 '도리를 찾아서'에 등장한 새 Becky가 바로 암컷 큰아비였지요. 디즈니·픽사와 함께 일한 경험은 큰아비의 당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찔리면 많이 아플 것 같은 큰아비의 부리입니다. / Keith Carver on Flickr
찔리면 많이 아플 것 같은 큰아비의 부리입니다. / Keith Carver on Flickr

지금까지 큰아비의 사회적 지위에 관해 알아보았으니, 이제 생태학적 관점으로 접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큰아비의 부리는 굉장히 뾰족하고 날카롭습니다. 큰아비들은 부리를 무기로 사용하고,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이 뾰족한 부리를 사용한 싸움은 큰 부상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큰아비들은 영역다툼이 굉장히 치열한 종이기 때문에 수컷 간의 싸움이 잦고, 상당수의 큰아비들이 이 때문에 죽음에까지 이르기도 한다는군요. 이 강하고 위협적인 부리에 많은 캐나다인들이 매력을 느낀 것일까요.


큰아비의 위험한 매력은 부리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큰아비의 매혹적이고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는 수많은 캐나다인들의 마음을 울렸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 울음소리는 큰아비의 번식기인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에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데요. 낮보다 밤에, 온도가 낮을수록 더 자주 운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섬찟한 울음소리로 밤에 더 자주 우는 큰아비의 태도는 인간을 겁주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큰아비의 울음소리엔 그런 의도가 없습니다.


안부를 묻는 큰아비입니다. / Andrew Reding on Flickr
안부를 묻는 큰아비입니다. / Andrew Reding on Flickr

큰아비의 울음소리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뉘며, 각 종류의 울음소리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트레몰로(the tremolo)는 주위를 경계하기 위해, 또는 다른 큰아비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사용되는 소리입니다. 트레몰로는 'laughing call'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설마 캐나다인들은 이렇게 웃는 것인지 제가 언젠가 캐나다에 가보게 된다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웨일(the wail)은 큰아비들이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다른 큰아비의 트레몰로에 대답하기 위한 소리로, 늑대의 하울링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세 번째로 요들(the yodel)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수컷의 울음소리로, 각각의 수컷은 자신만의 독특한 요들 울음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네 번째의 훗(the hoot)은 가족 구성원끼리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부모가 먹이를 주기 위해 새끼들을 부를 때 들을 수 있는 울음소리입니다. 이 네 가지의 울음소리는 여기에서 들어보실 수 있는데요. 이 음산한 울음소리들이 사실은 전부 서로의 안부를 묻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무서움이 가시는 것도 같습니다.


워낙 뒤에 있어 뒷다리도 아니고 뒷뒷다리쯤으로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 Pete Markham on Flickr
워낙 뒤에 있어 뒷다리도 아니고 뒷뒷다리쯤으로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 Pete Markham on Flickr

큰아비의 또 다른 매력포인트는 바로 다리가 아닐까 합니다. 큰아비의 다리는 몸의 뒤쪽에 달려있어 지상에선 잘 걷지 못하는데요. 큰아비의 국조 도전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있다면 캐나다의 국민 스포츠인 아이스하키를 잘 못한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신체 구조는 수영을 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에, 아이스하키에서의 실점을 큰아비의 주종목인 수상종목에서 만회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참 예쁜 큰아비입니다. / USFWSmidwest on Flickr
참 예쁜 큰아비입니다. / USFWSmidwest on Flickr

오늘은 매력적인 물새 큰아비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제가 캐나다 국조로 큰아비를 특별히 응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현재 큰아비의 선출 가능성이 높아보이니 혹시나 큰아비가 캐나다의 국조로 선정된다면 제게 뭔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게 없을지 조금 기대해보며 오늘의 포스트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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