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부리_시린_고니.jpg

오리가 얼면 언덕

날이 덥고 습해지며 모든 것이 데친 시금치처럼 시들시들해지는 7월입니다. 요즘같이 더울 때는 아예 불덩이 처럼 뜨거운 것을 보며 이열치열하는 경우도 있고, 시원한 것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오늘은 조금 시원한 사진을 소개해 보려 했는데, 소재를 고르다 보니 시원하다 못해 시린 사진을 고르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래저래 많은 사연이 얽혀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론 해피 엔딩이니 오늘의 포스트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리가 시린 고니입니다.조금 민트색으로 풍화된 버전입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박하를 먹고 물을 마셨을 때'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위의 밈입니다. 박하와 물이 만났을 때 입안이 화하고 시원해지는 느낌을 안다면 아주 공감되는 짤인데요. 한편으로는 부리가 얼어 버린 새가 무사했을지 걱정이 되어 안심하고 보기 힘든 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이 짤에 얼마나 공감하고 얼마나 연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돕기 위해, 이 짤에 얽혀 있는 사연을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짤의 원본 사진들입니다.뒤의 새들은 비오리(common merganser)입니다. 검은색 부푼 머리가 수컷, 갈색 뾰족한 머리가 암컷입니다.

오늘의 짤에 등장하는 새는 고니(tundra swan)입니다. 2015년 2월 4일,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쿠얼러시에서 부리가 언 고니가 발견되었는데요. 부리가 얼어서 울지도 먹지도 못하는 이 고니의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였습니다. 며칠 후 올라온 기사에 따르면, 부리가 언 고니를 발견한 것은 아내와 함께 강에서 오리들에게 빵을 던져주던 27세의 남성 'Yong Hsieh'라고 하는데요. 고니가 굶어 죽을까 봐 걱정된 Yong 씨는 담당자들에게 고니의 상태를 알렸다고 합니다. 그 덕에 고니는 구조 후 따뜻한 방으로 옮겨져 부리를 녹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심지어 강으로 돌아가기 전에 맛있는 물고기 특식까지 먹었다고 하니 아주 완벽한 해피 엔딩이죠.


고니를 못 본 척하는 것 같은 흰뺨오리(common goldeneye) 수컷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이와 같은 내용의 기사는 영어권에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정작 현지 언론에서는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설마 이 기사는 누군가가 만들어 낸 가짜 얘기이며, 이 고니는 영원히 얼어붙은 부리로 강을 떠돌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사건 당일로부터 5일 후인 2월 9일 오전, 부리가 언 고니를 촬영한 새로운 사진이 업로드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이 사진에서 고니는 여전히 부리에 얼음을 달고 있지만, 얼음은 아주 얇아진 상태이며 부리를 여닫는 데에도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 이 사진을 업로드한 네티즌은 고니를 걱정하는 조류애호가들이 안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합니다. 이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기사에 따르면 고니 담당자들은 사건 당일인 2월 4일, 부리가 언 고니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고니를 살펴보러 강으로 갔다고 하는데요. 부리가 언 고니는 물속에 몇 번 들어갔다 나온 후 얼음이 녹아 부리를 벌릴 수 있게 되었고, 그걸 본 담당자들은 안심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부리가 녹고 있는 고니입니다. 물론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부리의 얼음이 녹고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위의 두 기사 중 하나는 당연히 가짜 기사일 텐데요. 고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누군가가 그럴듯한 해피 엔딩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유가 뭐든 간에 그 결과물이 가짜 기사라면 결코 잘했다고는 볼 수 없죠. 어떤 기사가 진실이든 고니가 무사하긴 하다는 것은 다행입니다만, 역시 증거 사진도 있는 후자의 기사가 훨씬 더 신빙성이 높지 않은가 합니다. 기사에는 총 12장의 고니 사진이 더 올라왔다고 적혀 있지만 시간이 꽤 흐른 탓인지 전부 찾을 수는 없었는데요.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로도 고니가 무사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어 마음이 놓입니다.


얼음이 금방 녹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다행스러운 것은 물론 비오리들의 강렬한 헤어스타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부리가 얼었던 고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부리가 얼었던 것은 이 고니에게 있어 결코 좋은 경험이 아니었을 텐데요. 그래도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큰 문제없이 무사히 해결된 것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새와 관련된 이런저런 수상한 소식들을 발견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조사해 보기로 마음 먹으며,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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