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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새

Grey nightjar, 쏙쏙쏙쏙 독독독독

7월의 첫날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올해의 반이 지나갔다는 뜻이면서, 2019년 새해에 세웠던 계획들을 슬슬 중간 점검해 볼 시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도 올해의 계획들을 검토해 본 결과, 2020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남은 반년을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내자니 꽤 긴 시간이라, 조금씩이라도 밀린 계획들을 꾸물꾸물 실행해 보려 합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깃발 쏙독새 포스트에서 약속했던 대로 쏙독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눈이 땡그란 쏙독새입니다. / mon on フォト蔵

쏙독새는 몸길이 30cm 정도의 밤새로,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쏙독새과의 새입니다. 쏙독새란 이름은 쏙독쏙독 우는 울음소리에서 따온 것인데요. 조선 중기의 문학가인 유몽인은 한시 '숙도조(熟刀鳥)'에서 쏙독새의 울음소리를 무를 독독독독 써는 소리에 빗대기도 하였습니다. 제목의 숙도(熟刀)는 쏙독을 음차한 것인 동시에, 칼질이 능숙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죠. 쏙독새는 토문조(吐蚊鳥), 즉 모기를 토하는 새라고 불리기도 했는데요. 곤충이 주식인 쏙독새가 모기를 먹는 모습이 마치 모기를 토하는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쏙독새의 영명은 grey nightjar인데, 이를 직역하면 회색 밤 단지가 됩니다. 회색은 깃털 색을 묘사하는 것이고 밤은 활동하는 시간을 얘기하는 것일 텐데, 그렇다면 단지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쏙독새는 큰 입이 아주 특징적인 새입니다. 그리고 학명인 Caprimulgus jotaka에서 caprimulgus는 라틴어로 염소를 뜻하는 caper와 젖을 짠다는 뜻의 mulgeō가 합쳐진 것이죠. 옛사람들은 쏙독새가 밤에 몰래 염소 젖을 빨아 먹는다고 믿었으며, 이 때문에 쏙독새를 goatsucker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이름에 단지가 들어가는 것은 큰 입이 단지를 닮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염소 젖을 담아두는 단지와 연관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위 영상에서는 쏙독새가 깃털을 다듬는 모습, 꾸벅꾸벅 조는 모습, 복슬복슬한 모습, 커다란 입을 커다랗게 벌린 모습 등을 볼 수 있지만 염소 젖을 마시는 모습은 볼 수 없는데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쏙독새의 주식은 곤충이며, 염소 젖은 마시지 않습니다.


이 새는 인도에서 촬영되었으니 정글쏙독새일 것입니다. / © Saurabh Agrawal

쏙독새의 학명 중 jotaka 부분에선 묘하게 일본어 느낌이 나는데요.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쏙독새는 한때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에 서식하는 정글쏙독새(jungle nightjar, Caprimulgus indicus)의 아종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이후 정글쏙독새와 쏙독새가 별개의 종으로 분리되며, 쏙독새의 학명엔 쏙독새의 일본 이름인 요타카(夜鷹, ヨタカ)가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쏙독새는 한국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음은 물론 한시에도 자주 등장하는 새이니, 어딘가의 평행세계에선 쏙독새의 학명이 Caprimulgus ssokdok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모노레일 쏙독새입니다. / mon on フォト蔵

쏙독새의 일본 이름인 요타카(夜鷹)를 직역해 보면 밤의 매가 되는데요. 계통학적으로 매와 쏙독새가 그리 가깝지는 않으니, 이는 아마 외적인 특징을 보고 붙인 이름일 것입니다. 쏙독새의 까맣고 동그랗고 커다란 눈과, 사냥을 하기 위해 날아다니는 모습이 매를 연상시킨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의 소설 '쏙독새의 별(よだかの星)'에는 이름에 매가 들어가는 쏙독새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매가 등장하는데, 이 소설에서 쏙독새는 아주 못생긴 새로 묘사됩니다. 작중의 쏙독새에게는 물총새와 벌새 동생이 있는데요. 눈에 띄지 않는 새와 화려한 새가 형제인 설정은 대비 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설정이기도 합니다. 계통학적으로 쏙독새는 매보다는 벌새에 가까운 새인데요. 심지어 이 소설이 집필된 것으로 추정되는 1921년에 쏙독새, 물총새, 벌새는 전부 파랑새목에 속한다고 여겨졌으니, 소설적 허용을 거치면 충분히 형제도 될 수 있을 정도의 가까움이죠.


귀엽고 납작하고 찾기 힘든 쏙독새입니다. / Jason Thompson on Flickr

오늘은 쏙쏙쏙쏙 독독독독 쏙독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어두운 색의 깃털을 가지거나, 밤에 주로 활동하는 새들은 못생기고 불길한 새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안 그래도 모든 것이 무서운 밤에 보이는 새라면 무서워하게 되는 것도 당연하겠습니다만, 자세히 살펴본다면 안 귀여운 새는 없습니다. 쏙독새도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눈도 크고 입도 크고 귀여움도 아주 큰 새이죠. 다음주에도 또 다른 이상하고 귀여운 새에 관해 소개하기로 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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