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인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었습니다. 경찰청은 우정사업본부와 더불어 새를 본뜬 상징문양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기관인데요. 경찰의 날을 맞아 오늘은 경찰청의 상징을 맡고 있는 참수리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과거와 현재의 경찰청 상징문양입니다.왼쪽부터 순서대로 과거와 현재의 경찰청 상징문양입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과거와 현재의 경찰청 상징문양입니다.

본격적으로 참수리에 관해 소개하기에 앞서, 우선 어떤 과정을 거쳐 참수리가 경찰을 상징하게 되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1946년 처음 제작된 경찰 심벌의 새는 흰머리수리였는데요. 흰머리수리는 미국의 상징을 그대로 본뜬 것이며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새이기 때문에 한국 경찰의 심벌로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경찰 창설 60주년, 한국 경찰의 심벌은 흰머리수리에서 천연기념물 243호인 참수리로 바뀌게 되었죠. 이 심벌에서 참수리는 경찰을, 저울은 공평을, 무궁화는 국가와 국민을 상징합니다.


무궁화를 잡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참수리의 클로즈업입니다.
무궁화를 잡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참수리의 클로즈업입니다.

본 블로그의 이름은 안타깝게도 법과 정치, 또는 잎맥과 뿌리가 아니기 때문에 저울과 무궁화의 의미는 이 정도로 가볍게 살펴보고, 참수리가 의미하는 바에 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이버경찰청에 따르면 이 심벌은 위엄과 기품이 있는 참수리의 특성을 형상화하였다고 합니다. 더 디테일하게 알아보면 부리는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강함과 용맹스러움을 강조하고, 눈은 크고 날카롭게 표현하여 예리한 통찰력을 나타냈으며, 머리 위에 세워진 깃털은 날렵한 이미지를 강조하여 신속한 대응을 표현한 것이라는군요.


멋지게 날아오르는 참수리입니다.
멋지게 날아오르는 참수리입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현실의 참수리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컷보다 암컷이 큰 대부분의 수리 중에서도 참수리는 특히나 수컷에 비해 암컷이 훨씬 크고 무거운 새입니다. 한국에선 드문 겨울새로, 러시아에 서식하며 겨울철에 한국 및 일본, 중국에 방문하여 월동하고 가곤 하죠. 비록 참수리의 머리깃이 경찰 심벌처럼 항상 세워져 있진 않지만, 그래도 이 새가 위엄있고 강해 보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참수리는 수리 중 가장 무거운 수리로, 자연상에 천적이 존재하지 않는 강하고 멋진 새입니다. 


아직 작고 어리고 보송보송한 참수리입니다. / Johann Dréo on Flickr
아직 작고 어리고 보송보송한 참수리입니다. / Johann Dréo on Flickr

참수리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샛노랗고 커다란 부리와, 그 부리만큼 샛노란 발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참수리의 부리와 발은 태어나면서부터 샛노란 것은 아닙니다. 참수리의 부리와 발은 어릴 땐 흰색을 띠다가, 성체가 되며 선명한 샛노란색을 띠게 됩니다. 어깨와 꼬리의 흰 깃 역시 성체가 되기 전까진 보이지 않지요. 어릴 때는 진한 갈색인 참수리의 눈도 성장하며 노란색으로 변하는데요. 이렇게 많은 부위가 성장과 함께 노란색이 되는 참수리지만 안타깝게도 성체 참수리가 더 성장한다고 전신의 깃털도 노랗게 변해 완연한 경찰 심벌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죽지가 흰 흰죽지수리입니다. / Radovan Václav on Flickr
죽지가 흰 흰죽지수리입니다. / Radovan Václav on Flickr

참수리는 날개의 하얀 깃 때문에 영미권에선 white-shouldered eagle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때로 참수리는 흰죽지수리와 혼동되기도 하는데요. 흰죽지수리의 영명은 eastern imperial eagle로, 둘은 전혀 다른 새입니다. 위 사진으로 비교해보면 참수리에 비해 흰죽지수리의 하얀 깃이 적고, 부리도 확연히 작고 검은빛을 띠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사냥에 성공한 참수리입니다. / Martha de Jong-Lantink on Flickr
사냥에 성공한 참수리입니다. / Martha de Jong-Lantink on Flickr

Steller's sea eagle이라는 영칭에서 알 수 있듯이 참수리는 해안이나 강가와 같은 물가에 서식하는 새이며, 물고기와 물새를 주로 먹습니다. 참수리가 가장 즐겨 먹는 것은 연어과의 물고기로, 그중에서도 연어와 곱사연어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니 혹시 참수리와 친해지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약속장소를 연어 전문점으로 잡는 것이 어떨까 추천해봅니다. 참고로 참수리들 사이에선 상대가 사냥한 생선을 약탈하는 노동기생이 꽤나 횡행한다고 하니 연어 전문점에서 자신의 식사를 무사히 사수하실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만에 하나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상대 참수리의 식사를 뺏는 것도 참수리 사회에선 그렇게 큰 흉이 되진 않을 것입니다.


사실 참수리에겐 꽁지깃을 제외한 전신의 깃털이 갈색인 아종(H. p. niger)이 존재한다고 여겨졌었습니다. 어째선지 한국에 서식한다고 알려진 이 아종의 존재는 1887년 처음 발표되었으며, 1968년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멸종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2001년, 이 아종은 다시 발견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niger' 아종이 실은 아종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럼 이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무슨 무슨 얘기인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용과는 별 관련 없지만 잘생겨서 넣어보는 참수리의 클로즈업 사진입니다. / Sergey Yeliseev on Flickr
내용과는 별 관련 없지만 잘생겨서 넣어보는 참수리의 클로즈업 사진입니다. / Sergey Yeliseev on Flickr

베를린의 티어파크 동물원(Tierpark zoo, Berlin)에서 어느 참수리가 태어났습니다. 이 참수리는 성체가 되고, 털갈이를 하고도 꼬리를 제외한 부위엔 하얀 깃털이 자라나지 않았습니다. 이 참수리의 부모는 둘 다 날개와 다리에 하얀 깃털이 있었고, 심지어 한국 출신이 아닌 러시아 출신인데도 말이죠. 이 참수리의 탄생으로, 'niger'는 사실 아종이 아닌 같은 종의 이색형 개체일 뿐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경찰 심벌로 살아가기 위해 자기 관리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 Nathan Rupert on Flickr
경찰 심벌로 살아가기 위해 자기 관리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 Nathan Rupert on Flickr

오늘은 경찰의 날을 기념하여 잘생긴 새 참수리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내년의 해양 경찰의 날과 우편의 날엔 각각 흰꼬리수리와 제비에 관한 포스트로 찾아오길 약속드리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새을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