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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대빵부제목

최근 레트로한 것들이 유행하며, 여기저기서 복고풍의 물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그중에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리운 것들도 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태된 것을 굳이 되살렸어야만 했나 싶은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새와 관련된 고전짤을 하나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돌아온 뒷담화 16회 1부 - 올드보이 (2010.04.23 방송), OGN

오늘 소개할 것은 '카리스마대빵큰오리'라고 불리는 위 짤의 새입니다. 카리스마도 있어 보이고 대빵 큰 것까지는 맞는데,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새가 정말 오리인지의 여부일 텐데요. 그 전에 이 짤의 원 출처부터 알아보자면, 이 짤은 2010년 온게임넷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인 '돌아온 뒷담화' 16회의 한 장면이라고 합니다. 2010년이 벌써 9년 전이라는 것이 더 놀라운지, 아니면 2010년의 짤이 벌써 고전의 반열에 들 정도로 빠르게 변해가는 인터넷의 흐름이 더 놀라운지는 조금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카리스마 있는 왜가리입니다. / H. Krisp on Wikimedia Commons

이 새의 이름은 놀랍게도 카리스마대빵큰오리(charismatic fabulous superb great majestic duck)가 아니라 왜가리(grey heron)입니다. 예전에는 여름이 되면 한국에 찾아오는 여름새라고 여겨졌는데, 요즘은 사실상 텃새라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왜가리는 키가 1m 정도인데, 이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왜가리과의 새 중에선 가장 대빵 큰 사이즈인데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께서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개인적인 친분을 갖고 왕래하는 타조나 알바트로스 같은 친구가 없다면,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새 중 가장 큰 새라고 해도 과장은 아니겠습니다.


은은한 회색 깃털은 어떤 풍경과도 잘 어우러집니다. / milo bostock on Flickr

왜가리는 모노톤의 깃털이 아주 매력적인 새입니다. 몸은 대체로 회색인데 머리와 배는 흰색을 띠며, 암수의 외모가 거의 비슷하여 육안으로는 구분이 불가능하죠. 머리에는 검은 무늬가 있는데, 이 무늬는 머리 뒤의 긴 댕기깃까지 이어집니다. 부리와 다리는 비번식기엔 회색이나 탁한 노란색을 띠는데, 번식기에는 붉은 기가 돌아 주황색이나 분홍색으로 보이죠.


커다란 물고기도 삼키는 왜가리입니다. / © cefox모든 것을 삼키는 왜가리는 발전을 거듭하여 언젠가는 지구는 물론 우주까지 통째로 삼켜버리고 말 것입니다. / © Jakob Fahr

왜가리의 주식은 물고기이며 물고기는 웬만한 이변이 없는 한 물에 서식하기 때문에, 왜가리는 강이나 습지와 같은 물가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 외에도 삼킬 수만 있다면 개구리나 뱀은 물론 토끼나 쥐와 같은 육상 동물들도 전부 왜가리의 먹이가 될 수 있습니다. 번식기가 아닌 왜가리는 두세 마리로 구성된 작은 무리를 짓거나 단독 생활을 하는데요. 도심 속에서 목격할 수 있는 왜가리는 대부분 혼자서 고독을 씹고 있을 텐데, 자신이 왜가리라면 작은 무리를 구성하기를 제안해 보아도 그렇게 큰 실례가 되진 않겠습니다.


오리와 왜가리의 연관성을 다양한 눈높이로 살펴보고 있는 카리스마대빵큰오리들입니다. / Imran Shah on Flickr

오리와 왜가리는 물새라는 점에서 꽤 가까운 새일 것 같은데, 계통을 따져보면 의외로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가리는 사다새목 왜가리과, 오리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기 때문에 목부터 다른데요. 왜가리와 같은 사다새목에 속하는 다른 새로는 펭귄이나 펠리컨 등이 있습니다. 그러니 왜가리를 카리스마대빵큰오리라 부른다면 펭귄은 카리스마대빵뚠뚠오리, 펠리컨은 카리스마대빵부리오리 등으로도 부를 수 있을 텐데요. 물론 진심으로 그렇게 부르자는 것은 아니고, 얼핏 비슷해 보이는 왜가리와 오리가 꽤 멀단 것을 얘기해 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왜가리의 머리에 검은 무늬가 있다는 느낌이라면 해오라기는 머리에 검은 모자를 쓰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 Smabs Sputzer (1956-2017) on Flickr똑같이 목이 보이지 않더라도 해오라기가 왜가리에 비해 조금 더 뚠뚠한 느낌이 듭니다. / Billtacular on Flickr

물가에 서식하며 회색이고, 댕기깃이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왜가리는 종종 해오라기와 헷갈리기도 하는데요. 왜가리는 해오라기에 비해 크며 목과 다리도 훨씬 긴 새입니다. 하지만 임의의 회색 새가 너무 멀리 있어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거나, 웅크리고 있어 목과 다리가 보이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오라기는 몸에 비해 꽤 큰 머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머리가 크다 싶으면 해오라기라고 보면 됩니다. 또한 왜가리가 검은 댕기와 회색 부리를 갖고 있는 것과 달리, 해오라기는 흰 댕기와 검은 부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디테일에 집중하면 충분히 두 새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없을 땐 인도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 © dicotylowl비둘기가 없을 땐 가로등 위에 올라가 있기도 합니다. / © dicotylowl

오늘은 카리스마 대빵 큰 새인 왜가리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왜가리는 정말 의외다 싶을 정도로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새이니, 날 좋을 때 가까운 물가로 가서 왜가리를 만나보는 것도 인생에 한 번쯤 해 볼 만한 좋은 경험이 아닐까 싶은데요.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 경우도 많지만, 조금만 지켜보면 사냥하는 모습이나 날아가는 모습도 꽤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왜가리를 보러 나갈 짬이 나지 않으시는 분들께는 꿈으로 왜가리가 찾아가길 바라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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