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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쏙독새

🚩(ㅇvㅇ)🚩

간만에 비가 와서 깃털도 마음도 눅눅한 계절 잘 보내고 계셨는지요. 한 주 쉬고 돌아왔으니 새삼스럽게 다시 인사드리는 날개와 부리의 새을입니다. 오랜만에 뵙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노는 게 제일 좋은 현대인으로서 왜 이렇게 쉬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의 포스트는 분량은 평소와 똑같지만, 두 종의 새를 소개하며 은근슬쩍 지난주의 휴재를 없었던 척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얼핏 보기엔 갈색 새가 세 마리 있는 것 같습니다만, 뒤의 둘은 앞의 한 마리의 부속품입니다. / © Paul Cools

오늘 소개할 두 친구 중 첫 번째 새의 이름은 깃발쏙독새(standard-winged nightjar)입니다. 영단어 standard는 표준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친구의 영명을 보면 쏙독새는 이 정도 날개를 가지고 있어야 평범한 것인가 싶어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요. 여기서 standard는 깃발을 의미하며, 사진을 보면 깃대에 달린 깃발 같은 길쭉한 날개깃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깃발쏙독새의 학명인 Caprimulgus longipennis에서 longipennis는 라틴어로 긴 것을 의미하는 longus와 깃털을 의미하는 penna가 합쳐진 것인데요. 이를 직역해 보면 긴 깃털을 가졌다는 뜻이 되니, 이 새의 외모와 어울리는 아주 직관적인 학명이지요.


아주 길고 눈이 동그란 페넌트쏙독새입니다. / © Nik Borrow

두 번째로 소개할 쏙독새의 이름은 페넌트쏙독새(pennant-winged nightjar)입니다. 페넌트(pennant)는 좁고 긴 삼각 깃발을 의미하는데, 페넌트쏙독새의 길게 뻗은 날개깃을 보면 왜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죠. 페넌트쏙독새의 학명인 Caprimulgus vexillarius에서 vexillarius는 라틴어로 기수(旗手)를 뜻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오늘의 두 쏙독새는 학명이 서로 바뀌는 쪽이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지금의 학명도 각자에게 안 어울리는 것은 아니니 현 상황에 잘 적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는 깃발쏙독새입니다. / Nik Borrow on Flickr

한국에서도 여름이 되면 쏙독새를 볼 수 있긴 합니다만, 그 쏙독새는 오늘 소개한 두 새처럼 독특한 날개깃을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 깃발쏙독새와 페넌트쏙독새는 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인데요. 깃발쏙독새는 그중에서도 세네갈에서 에티오피아에 걸친 사바나 지역에 주로 서식합니다. 그리고 페넌트쏙독새는 깃발쏙독새에 비해 좀 더 남쪽에 서식하며, 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북부에서 찾아볼 수 있죠.


어사화 같은 깃발쏙독새입니다. / © Marat Makenov나비 같은 페넌트쏙독새입니다. / © markus lilje

오늘의 두 쏙독새는 깃발을 들고 있다는 것 말고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쏙독새과의 다른 새들과 마찬가지로 이 친구들은 밤새이며, 깜깜하고 조용한 밤에 숨어들기에 아주 훌륭한 어두운 갈색의 보드라운 깃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새들의 주식은 나방이나 풍뎅이와 같은 곤충류로, 해가 질 무렵이면 날아다니며 커다란 부리로 곤충을 잡아먹곤 하죠. 번식기에는 따로 둥지를 만들지 않고 땅에 바로 알을 낳는 것도 이 새들의 독특한 습성 중 하나입니다.


비번식기의 짧은 페넌트쏙독새입니다. / © markus lilje

인간 기수도 인생의 모든 순간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니듯이, 이 쏙독새 기수들도 일 년 내내 몸 길이의 두 배가 넘는 무거운 깃털을 달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깃털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깃발들은 번식기의 수컷에게만 자라나는데요. 최선을 다해 암컷의 관심을 끌었을 이 깃털들은 번식기가 지나면 금방 빠지거나 부러지기 때문에, 비번식기 암수의 겉모습은 서로 그렇게 많이 차이나지 않죠.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다. / Nigel Voaden on Flickr

오늘은 깃발을 든 쏙독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이름에 쏙독새가 들어가는 새를 꽤 소개했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에 서식하는 쏙독새도 소개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요. 이번 포스트를 쓰기 전에 확인해 보니 아직이었더군요. 순서가 바뀐 느낌도 조금 들긴 합니다만, 조만간 한국의 쏙독새에 관한 포스트도 작성하기로 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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