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벚꽃_싸대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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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워졌단 얘기로 지난 포스트를 시작했었는데, 포스트를 발행하자마자 날이 서늘하다 못해 추워지는 바람에 조금 민망했었습니다. 하지만 잠시의 쌀쌀함은 거짓말이었다는 듯 금방 다시 더위가 찾아오고 말았죠. 5월도 끝나가고 있으니 이제는 진짜로 봄에 작별을 고할 때인 것 같은데요. 봄을 추억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봄꽃이 있는 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꽃에 얼굴이 가려진 작고 동그란 새입니다. 어쩌다 얼굴에 꽃이 붙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절묘한 타이밍에 찍힌 사진 덕에 신비주의적 이미지를 얻는 동시에 인터넷상의 유명세까지 얻게 되었죠. 이 사진의 원출처는 4월 15일에 올라온 이 트윗인데요. 출처를 찾던 중, 이 사진을 자신이 직접 찍었다고 주장하는 글을 몇 개 보았습니다. 확인 결과 해당 글들은 전부 15일 이후, 즉 원 트윗보다 늦게 게시된 글이었는데요. 이와 같은 행동은 원작자에게 실례인 것은 물론, 저 같은 사람이 출처 찾기도 힘들게 하니 웬만하면 자제하도록 합시다.


옅은 갈색 머리의 암컷입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붉은 갈색 머리의 수컷입니다. / Alpsdake on Wikimedia Commons

오늘 짤의 새는 섬참새(russet sparrow)입니다. 섬참새와 참새는 서로 많이 닮았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으며, 오늘의 짤도 참새라고 알려진 경우가 많았는데요. 섬참새와 참새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볼을 보는 것입니다. 참새는 양 볼에 검은 반점이 콕콕 찍혀 있으며, 섬참새는 반점 없이 뽀얀 볼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오늘의 짤과 같이 볼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머리와 등을 살펴보아야 하는데요. 참새는 암컷과 수컷 모두 짙은 갈색 깃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섬참새 수컷의 머리는 붉은빛이 도는 갈색을 띠며, 암컷의 머리는 옅은 갈색을 띠고 있지요. 오늘의 주인공은 머리가 참새라기에는 밝은 편이고, 붉은 기가 도는 것으로 보아 수컷 섬참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섬참새가 섬에 서식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섬처럼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고 혼자 붕 떠있는 섬참새 사진을 골라 보았습니다. / monaka (ボチボチと)on フォト蔵

섬참새는 동아시아 및 히말라야에 서식하는 새입니다. 내륙의 산지에도 서식하는 이 새에겐 왜 섬이 들어가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일까요. 섬참새가 이 종의 한국 이름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섬참새는 울릉도나 제주도와 같은 섬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데요. 일부 해안이나 도서지역에서도 드물게 볼 수는 있습니다만, 내륙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죠. 이 때문에 섬참새의 한국 이름에는 섬이 들어가게 되었으며, 반면 외국 이름들에는 섬 얘기 대신 색깔을 나타내는 단어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죠.


조금 자랑하는 것처럼 꽃을 물고 있군요. / monaka (ボチボチと)on フォト蔵

지금까지 이 사진의 새 부분을 살펴보았으니, 이어서 꽃 부분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새와 섬참새는 벚꽃의 꽃받침 부분을 물어 끊고, 꽃 뒷부분으로 꿀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때문에 섬참새와 벚꽃 사진을 찾다 보면 위 사진과 같이 잘린 꽃을 물고 있는 사진을 꽤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새가 꽃에 얼굴을 맞은 것이 아니라, 꿀을 먹기 위해 꽃을 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죠.


오늘의 짤만큼은 아니지만 이 섬참새도 꽃에 얼굴이 많이 가려졌습니다. / monaka (ボチボチと)on フォト蔵

그런데 원작자의 트윗을 살펴보면 오늘의 짤은 사진을 연속해서 촬영하던 중 우연히 찍힌 것이며, 바람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꿀을 먹기 위해 꽃을 물고 있었다기보다는, 바람에 날려온 꽃에 얼굴을 맞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겠는데요. 꽃송이가 온전한 것을 보면 이 꽃은 자연적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새가 꿀을 먹기 위해 잘라낸 것으로 보입니다. 얼굴만 한 꽃으로 얼굴을 맞는 것 자체도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닐 것 같은데, 심지어 그게 남이 먹다 남긴 꽃이라면 더더욱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닐 것 같군요.


뒷머리가 뜬 것도 모를 정도로 꿀에 몰두하고 있는 섬참새 사진으로 포스트 마칩니다. / monaka (ボチボチと)on フォト蔵

오늘은 꽃으로 얼굴을 가린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자연물 중에 가장 화려한 것이라 하면 보통 꽃과 새를 제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하는데요. 꽃과 새가 함께 있는 풍경은 그 화려함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는데, 심지어 오늘의 짤은 상황 덕에 웃기기까지 했지요. 오늘의 사진도 꽃과 새가 있으니 넓은 의미로는 화조도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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