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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바우어새

Flame bowerbird, 환상의 동공쇼

본 블로그는 개설 초기부터 웃기고 이상한 새에 관해 소개하는, 자연사의 올가미 같은 일렉트로닉 버드 살롱을 지향해 왔는데요. 최근의 제 행보를 되돌아보면 초심을 잃고 비교적 보편적인 새들에 관한 포스트만을 작성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초심으로 돌아가 정말로 이게 뭔가 싶은 새에 관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눈썹이 멋진 불꽃바우어새 수컷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눈썹이 멋진 불꽃바우어새 수컷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오늘 소개할 새의 이름은 불꽃바우어새입니다. 이 이름의 유래는 의심의 여지없이 불꽃을 닮은 선명한 깃털로, 머리에서 몸으로 내려가며 강렬한 주황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색채의 향연은 인간에게 정말로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선사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꽃바우어새의 한 아종인 검은얼굴금빛바우어새(black-faced golden bowerbird)는 가면바우어새(masked bowerbird)라고도 불립니다. / John Cummings on Wikimedia commons
불꽃바우어새의 한 아종인 검은얼굴금빛바우어새(black-faced golden bowerbird)는 가면바우어새(masked bowerbird)라고도 불립니다. / John Cummings on Wikimedia commons

불꽃바우어새는 선명한 깃털 때문에 극락조의 일종으로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는데요. 불꽃바우어새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화려한 새는 수컷이 바우어를 만들어 암컷에게 구애하는 바우어새의 일종입니다.


암컷 불꽃바우어새의 노란 배와 바우어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암컷 불꽃바우어새의 노란 배와 바우어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지난번의 스포티드바우어새에 이어 바우어새에 관한 포스트는 두 번째인데요. 스포티드바우어새가 커다란 U자 모양의 바우어를 지었다면, 불꽃바우어새는 위 사진과 같이 마주 보는 두 개의 벽을 가진 낮은 바우어를 짓습니다. 수컷이 준비한 바우어와 정원이 암컷의 검사를 통과하면, 암컷은 바우어의 두 벽 사이에 앉아 본격적인 수컷의 공연을 기다립니다.


약간의 구진 화질은 때때로 사진에 신비로움을 더해주곤 합니다. / Charles Davies on Flickr
약간의 구진 화질은 때때로 사진에 신비로움을 더해주곤 합니다. / Charles Davies on Flickr

불꽃바우어새의 구애는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있었습니다. 불꽃바우어새는 파푸아뉴기니의 구시오레(Gusiore) 사람들에게 숲의 정령이라 여겨지며 숭배받는 새입니다. 누구라도 깊은 숲속에서 그 화려한 빛깔과 마주한다면 숲의 정령이라 여길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구시오레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숲의 정령의 서식지를 외부인들에게 알려주지 않았고, 연구자들조차 구애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이 새는 '환상의 바우어새'라고도 불렸었지요.


열매를 물고 구애하는 수컷 불꽃바우어새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열매를 물고 구애하는 수컷 불꽃바우어새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이 환상의 춤은 2010년, 일본의 사진작가 시마다 타다시(嶋田忠)의 촬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2004년 처음 파푸아뉴기니에 방문하였던 그는, 6년간 매년 구시오레에 방문한 끝에 2009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외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숲의 정령의 바우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었던 숲의 정령, 불꽃바우어새의 구애를, 더 이상 뜸 들이지 말고 영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이 숲의 정령의 춤입니다.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 춤을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ovO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ovO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수컷 불꽃바우어새는 먼저 양쪽 눈의 동공을 번갈아 수축-이완시키며 암컷을 현혹합니다. 암컷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수컷의 의도는 그러할 것입니다. 이미 화려한 깃털, 울음소리, 바우어를 가지고 있는 그들은 무엇이 부족하여 동공을 조이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요. 그것은 불꽃바우어새만이 알고 있겠지요.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충격적인 동공쇼가 장대한 구애의 서막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을 유혹하는 불꽃바우어새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당신을 유혹하는 불꽃바우어새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동공쇼를 끝낸 불꽃바우어새는 몸을 한쪽으로 틀고, 은근하게 날개를 저으며 몸을 높이 폅니다. 애초에 은근하다라는 단어가 불꽃바우어새의 구애를 설명하기 위해 생겨난 단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동작은 은근하죠. 이윽고 머리의 위치에너지가 최고점을 찍은 수컷은 빠르게 머리와 날개를 흔들며 몸을 낮춥니다. 수컷 불꽃바우어새는 이 동작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입에 열매를 물고 또 반복합니다.


암컷의 뒤통수에서 당황스러움이 느껴집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암컷의 뒤통수에서 당황스러움이 느껴집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은근하게 꿀렁이던 수컷은 이내 암컷의 가슴팍에 부리를 부빕니다. 다소 부담스러워 보이긴 합니다만 또 어떻게 보면 보채는 것 같은 게 귀엽기도 하군요. 그나저나 불꽃바우어새의 구애 과정을 살펴보면 이 친구들이 자신의 몸에서 가장 자신있는 부분은 뒤통수에서 뒷목으로 이어지는 불꽃 같은 라인과 동공인가 봅니다.


정면에서 본 암컷은 더욱 당황스러워 보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정면에서 본 암컷은 더욱 당황스러워 보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오늘은 숲의 정령, 불꽃바우어새의 멋진 구애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살다 살다 구애를 위해 동공을 조이는 새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만서도 이러한 소소한 놀라움이 삶에 활력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이 동공쇼를 보는 경험은 또 결코 소소하다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기에 이 불꽃바우어새의 구애 영상이 여러분의 삶에도 작은 활력소가 되었기를 바라며, 구애에 실패하여 허망한 불꽃바우어새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 / http://www.youtube.com/watch?v=1XkPeN3AW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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