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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플라밍고

Chilean flamingo, 여름 분홍

개나리에 진달래 핀다고 봄 기분을 내며 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아직 5월도 끝나지 않았으면서 날씨가 훅 더워졌습니다. 올해도 본격적으로 여름이 되면, 열대 느낌이 물씬 나는 플라밍고 관련 제품이 많이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곧 시작될 여름에 대비하여, 오늘은 플라밍고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 보려 합니다. 플라밍고 관련 제품에 그려진 플라밍고는 대부분 부리가 검은색과 흰색으로 칠해져 있는데요.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현존 6종의 플라밍고 중 이와 가장 비슷한 플라밍고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날개를 편 칠레플라밍고와 날개를 접은 칠레플라밍고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 William Andrus on Flickr

오늘 소개할 플라밍고는 칠레플라밍고입니다. 이 포스트에서도 간략하게 소개한 적 있는 구면의 친구지요. 칠레플라밍고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칠레를 포함한 남미의 서부 및 남부에 서식하는 새입니다. 키는 1.1~1.3m 정도로 큰 편인데, 사실 이는 플라밍고 안에선 평범한 수준이죠. 날개를 접고 있는 칠레플라밍고는 온몸의 깃털이 옅은 분홍색과 짙은 분홍색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하지만 날개를 펴면 숨겨져 있던 검은 깃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분홍색이 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있는 칠레플라밍고입니다. / Tim Strater on Flickr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플라밍고를 뜻하는 flamingo와 불꽃을 뜻하는 영단어 flame이 서로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실제로 flamingo는 불꽃 같은 색을 띤다는 의미의 단어가 유래입니다. 또한 칠레플라밍고의 학명인 phoenicopterus chilensis에서 phoenicopterus는 고대 그리스어로 붉은색을 의미하는 φοῖνῐξ(phoînix)와 깃털을 의미하는 πτερόν(pterón)이 합쳐져 붉은 깃털이라는 뜻인데요. 즉 칠레플라밍고의 이름과 학명을 통해 우리는 이 새가 칠레의 붉은 깃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분홍색 깃털은 칠레플라밍고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긴 하지만, 사실 모든 플라밍고는 분홍 깃털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는 단순히 분홍색만 기억해서는 서로 다른 종의 플라밍고들을 구분할 수 없다는 뜻이죠.


다리를 잘 보기 위해 윗부분은 돌돌 말아 보았습니다. / Selbe on Flickr부리를 잘 보기 위해 다른 부분은 크롭해 보았습니다. / Adam Zdebel on Flickr

본 블로그는 서로 다른 플라밍고를 구분할 줄 아는 플라밍고형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기 때문에, 다른 종의 플라밍고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칠레플라밍고만의 특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칠레플라밍고의 다리는 회색인데, 관절 부분은 선명한 분홍색을 띠는 것이 아주 특징적이죠. 부리가 흑백의 두 색으로 깔끔하게 나뉘어 있는 것도 칠레플라밍고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인데요. 칠레플라밍고는 다른 플라밍고에 비해 부리의 검은색 비율이 높은 편으로, 부리의 반 이상이 검은색을 띠고 있죠.


마음속의 불꽃을 느껴 보는 어린 칠레플라밍고입니다. / Helen Haden on Flickr

플라밍고의 정체성과도 같은 분홍색은 사실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새우와 같은 먹이와 해양 미생물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인데요. 그래서 갓 태어난 플라밍고는 분홍색이 아닌 회색의 솜털을 보송보송하게 갖고 있죠. 이 시기는 분홍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희뿌연 회색 솜털을 아직 앳된 날개로 쓸어내리며 자신이 불꽃이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을 쓸 수 있을지 고뇌하다가 이내 자신의 마음속 불꽃을 찾아내고 당당하게 플라밍고의 이름을 자칭하는 시기는 아니고,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시기입니다.


요 조막만한 것을 잘 먹이고 잘 돌봐서 자기만하게 키워 내야 합니다. / John Cook on Flickr

플라밍고는 소화기관에서 만들어진 소낭유(嗉囊乳, crop milk)를 새끼에게 먹이는데요. 암컷이 수유하는 대부분의 포유류와 달리, 플라밍고는 암컷과 수컷 모두 새끼에게 소낭유를 먹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주제가 나온 김에 다른 얘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새끼에게 소낭유를 먹이는 다른 새로는 비둘기와 수컷 황제펭귄 등이 있습니다. 포유류 중 수컷이 수유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일도 아닌데요.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다약과일박쥐(dayak fruit bat)가 있으며, 염소도 수컷이 수유하는 것이 종종 관찰된다고 합니다.


아직 솜털도 덜 빠졌지만 야무지게 한 다리로 잘 서있습니다. / Brad Coy on Flickr

보송보송한 솜털이 전부 빠진 후에도, 어린 플라밍고가 마음속의 불꽃을 깃털로 표현하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칠레플라밍고는 태어난 지 2~3년이 지나야 어른과 같은 분홍 깃털을 갖게 되는데요. 위 사진에선 아직 솜털도 다 안 빠진 칠레아가밍고와, 얼핏 분홍색인 척 하지만 회색과 검은색 깃털이 콕콕 박힌 칠레어린밍고, 그리고 완전히 분홍색을 띠는 칠레어른밍고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하지만 다 큰 플라밍고들도 먹이로 색소를 섭취하지 않으면 붉은색이 빠져 희멀게질 수 있으니,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돌을 깎아 만든 것 같습니다. / © Nicolas Olejnik

오늘은 분홍색 트로피컬의 지배자 칠레플라밍고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플라밍고에 관한 단독 포스트는 2년 전 여름에 작성된 포스트 이후 두 번째인데요. 플라밍고에 관해 조금 더 자세한 포스트를 작성하겠다던 2017년 3월 20일의 오랜 약속 드디어 지키게 되어 기쁩니다. 플라밍고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분홍색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분홍색이 아닌 플라밍고는 이질적이다 싶을 정도로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뜻에서 아직 분홍색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플라밍고 사진을 마지막으로, 이번 포스트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 © Spencer Hol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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