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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인데용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인간 사회는 물론 새들의 사회에서도 가족의 형태는 아주 다양한데요. 조류 사회의 예를 몇 가지만 들어 보자면 한 상대와 평생 짝을 지어 사는 새, 사돈의 팔촌에 이웃사촌까지 모여 사는 새, 엄마는 하난데 아빠는 여럿인 새 등이 있죠. 오늘은 이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 중에서도, 한 핵가족의 유명한 가족사진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눈매가 찐하고 또렷한 양친과, 그 사이의 보송보송하고 무해해 보이는 솜뭉치인데요. 양 옆의 둘은 새가 분명한 것 같은데, 가운데의 솜뭉치는 아직 새인지 확실하지 않으니 잠시 판단을 유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두 사진 중 인터넷에 더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왼쪽 버전인데요. 원본인 오른쪽과 비교해 보면 좌우가 반전되어 있으며 크롭되어 있고, 채도도 더 높게 보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의 사진의 원출처는 여기입니다.


눈썹을 길게 뺀 검은눈썹알바트로스와 정체불명의 귀염둥이 솜덩어리입니다. / Liam Quinn on Flickr

눈매가 그윽한 이 새의 이름은 검은눈썹알바트로스(black-browed albatross)입니다. 알바트로스 중에서 가장 흔하고,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친구들이죠. 검은눈썹알바트로스라는 이름의 유래는 당연히 눈 위의 눈썹 같은 검은 무늬인데요. 학명인 Thalassarche melanophris에서 melanophris는 고대 그리스어로 검음을 뜻하는 μέλας(melas)와 눈썹을 뜻하는 ὀφρῦς(ophrys)가 합쳐진 것입니다. 이 알바트로스는 검은 눈썹이 워낙 주요한 특징이기 때문에, 다른 언어에서도 검은 눈썹이 들어가는 이름을 가진 경우가 많죠.


이상한 솜나라의 검은눈썹알바트로스입니다. / Chris Pearson on Flickr

그럼 이제 오늘의 사진 가운데에 있던 보송한 존재가 정말로 새인지, 만약 새라면 그 양 옆에 있는 둘의 새끼인지 확인해 볼 텐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 사진의 세 개체는 모두 새이며, 심지어 같은 종이 맞습니다. 검은눈썹알바트로스는 한 개의 알을 낳으며, 암수 모두 알 품기에 참여하는데요. 그렇게 70일이 지나면 뽀얀 솜뭉치가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죠. 보송보송한 비주얼만 보면 뿅 태어날 것 같습니다만, 이 귀염둥이들도 당연히 알껍질을 깨는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어중간하게 솜털이 빠진 어린 검은눈썹알바트로스입니다. / © Scott Buckel드디어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 Chris Harris on Flickr

어린 검은눈썹알바트로스는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직 안검은눈썹알바트로스인데요. 눈썹은커녕 알바트로스는 맞는지, 그리고 그에 앞서서 새이긴 한지 의심스러운 이 귀여운 보송이는 언제쯤 한 마리의 완연한 검은눈썹알바트로스로 자라나게 되는 것일까요. 어린 검은눈썹알바트로스는 부화 후 약 네 달간 보송보송하게 부모의 보살핌을 받습니다. 그리고 솜털이 빠지면서 검은 눈썹이 드러나면, 예전의 보송보송하고 무해한 표정의 솜뭉치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죠.


마침 부리를 비교하기 딱 좋은 사진이 있었습니다. / Ed Dunens on Flickr

눈썹이 생기며 한층 어른트로스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검은눈썹알바트로스의 청소년과 어른은 부리를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요. 어릴 때 새까맣던 부리는 둥지를 떠날 쯤이면 많이 노랗게 변하지만, 그래도 어른과 비교해 보면 전체적으로 거무죽죽하며 끝부분은 여전히 새까맣습니다. 독립한 새끼는 내내 바다에서 생활하다가 독립 2~3년 차쯤이면 처음 육지로 돌아와 구애를 연습하며, 독립 7~10년 차쯤이 되어야 처음으로 짝을 짓는데요. 아직 어린 티가 나는 검은 부리로 바다에 나갔던 어린 알바트로스는, 눈매는 더 그윽해지고 부리도 샛노랗게 여물어 완연한 어른 알바트로스가 되어 육지로 돌아오겠지요.


작고 귀엽고 소중한 솜털덩어리입니다. / David Cook on Flickr

오늘은 그윽하고 보송보송한 가족사진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솜털 시절과 깃털 시절의 인상이 다른 새들은 아주 많은데요. 하지만 검은눈썹알바트로스만큼 극적으로 분위기가 변하는 새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다음주엔 또 다른 보송보송한 새에 관해 소개하기로 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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