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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호리기

Eurasian hobby, 제비 몰러 나간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여름이 언제 갔는지도 모르게 겨울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가을은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며 달력을 보면 어느새 양력으로 10월, 음력으로도 9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음력 9월 9일 중양절은 삼월삼짇날 날아온 제비가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는 날이라고 하는데요. 귀염둥이 제비들이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곁에 잡아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제비는 어차피 떠나가야만 하니, 대신 이번 기회에 제비가 듣는 데서는 얘기하기 조금 껄끄러운 주제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새호리기는 암수 모두 빨간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 Mike Prince on Flickr
새호리기는 암수 모두 빨간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 Mike Prince on Flickr

오늘 얘기할 새는 빨간 바지가 매력적인 새호리기입니다. 새호리기는 매속의 새로, 매속의 다른 새들이 모두 그렇듯이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지고 있어 굉장히 귀엽습니다. 물론 매의 눈이 커다란 것은 남에게 귀여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원활한 사냥을 위해서입니다. 이 귀여운 새호리기 역시 곤충이나 박쥐, 또는 작은 새를 사냥하는 포식자이죠.


당신을 홀리는 새홀리기입니다. / su neko on Flickr
당신을 홀리는 새홀리기입니다. / su neko on Flickr

새호리기는 새홀리기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 새에게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에 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새를 후려쳐서 잡는 새라는 설인데요. 새호리기는 새를 사냥할 때 공중에서 날개를 접고 급강하하며 낚아챕니다. 아마 이 모습이 새를 후려쳐서 잡는 것처럼 보인 게 아닐까요. 두 번째는 새를 홀려서 잡는 새라는 설입니다. 새호리기는 굉장히 우아하고 현란한 곡예비행을 할 수 있습니다. 눈을 현혹하는 이 화려한 곡예비행이, 사람들의 눈에는 다른 새를 홀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였나 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새는 모르겠지만 사람은 확실히 홀려버린 것 같군요.


당신을 현혹하는 새호리기입니다. / Kentish Plumber on Flickr
당신을 현혹하는 새호리기입니다. / Kentish Plumber on Flickr

위에서 말한 것처럼 새호리기의 비행은 빠르고 현란합니다. 좁고 긴, 끝이 뾰족한 날개로 선사하는 비행술은 우아하다고 평가될 정도죠. 이 정도로 뛰어난 비행술을 가진 새호리기가 사냥하는 것 역시 평범한 새는 아닙니다. 가장 빠르고 민첩한 새들 역시 새호리기의 목표물이 되죠. 흔히 빠른 새의 대표 격으로 여겨지는 제비와 칼새가 바로 그 목표물입니다.


제비에게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군요. / Kentish Plumber on Flickr
제비에게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군요. / Kentish Plumber on Flickr

일반적으로 제비의 천적으로 여겨지는 동물로는 뱀이나 고양이, 족제비 등이 있는데요. 이 천적들이 잡을 수 있는 것은 둥지 속, 또는 지상에 있는 제비뿐입니다. 물론 하늘에도 날개를 가진 포식자가 수도 없이 존재하지만, 제비의 비행술은 대부분의 새들을 따돌릴 수 있습니다. 즉, 비행하는 제비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새호리기뿐이죠. 아마 새호리기에겐 아프리카 제비와 유럽 제비의 속도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둘 다 잡을 수 있으니까요.


왼쪽부터 각각 제비와 흰턱제비입니다. / ptgbirdlover, Jean-Jacques Boujot on Flickr왼쪽부터 각각 제비와 흰턱제비입니다. / ptgbirdlover, Jean-Jacques Boujot on Flickr
왼쪽부터 각각 제비와 흰턱제비입니다. / ptgbirdlover, Jean-Jacques Boujot on Flickr

제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새호리기의 존재는 정말로 어마어마한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부 종의 제비는 오직 새호리기가 나타난 것만을 알리기 위한 특수한 경계용 울음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천적에 대한 경계음이 천적이다! 천적이다! 라는 느낌이라면 새호리기 경보는 으악씨발새호리기다!!!라는 느낌인 걸까요. 이러한 새호리기 경보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제비로는 제비와 흰턱제비 두 종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제비는 새호리기가 나타나면 flitt-flitt하고 운다고 하니, 길을 가다 flitt-flitt 우는 제비를 만난다면 주변에 새호리기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합시다.


사냥, 로맨틱, 성공적. / Michael Sveikutis on Flickr
사냥, 로맨틱, 성공적. / Michael Sveikutis on Flickr

여담입니다만 하늘에서 제비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새호리기뿐이고, 제비는 오직 새호리기만을 위한 경계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새호리기의 중국 명칭은 燕隼으로, 직역해보면 제비매가 되지요. 이렇게까지 서로만을 위해 존재한다니, 포식관계인 것을 알면서도 로맨틱하게까지 느껴지는군요. 물론 포식관계이기 때문에 더욱 로맨틱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얘긴 제비에겐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새호리기가 굉장히 빠른 새인 제비를 잡는 것을 보았으니, 이번엔 제비보다도 더 빠른 새인 칼새를 잡는 것을 보도록 합시다. 위 영상에서 새호리기가 유럽칼새를 사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화질이 조금 구진 것이 유감입니다만 둘 다 워낙 빠른 새이다 보니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4분 50초부터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ㅇvㅇ / Grzegorz Karg on Wikimedia commons
ㅇvㅇ / Grzegorz Karg on Wikimedia commons

오늘은 현란한 비행술을 가진 우아한 포식자, 새호리기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른 새를 포식하는 새를 본다는 것은 참 비극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하다 보니 글이 영 변태 같아지는군요. 저의 변태성이 더 드러나기 전에 이번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귀여운 새호리기의 정면사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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