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폴더

북부흉내지빠귀

Northern mockingbird, 앵무새 아님

오늘의 포스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홍보할 것이 있습니다. 얼마 전 포스타입 공식 블로그에 포스타입과의 인터뷰가 올라왔는데요. 귀여운 인터뷰이도 동행한 즐거운 인터뷰였으니 아무쪼록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인터뷰 후의 첫 포스트가 될 오늘의 포스트 주제는 지난주에 예고한 대로 북부흉내지빠귀가 되겠는데요. 같은 새에 관한 내용이니만큼 지난주에 작성한 새끼 북부흉내지빠귀에 관한 포스트를 먼저 읽고 이번 포스트를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학명과 달리 혀가 하나뿐인 것을 보여주고 있는 북부흉내지빠귀입니다. / Charles J Sharp, Sharp Photography혀가 더 잘 보이는 사진입니다. / 611catbirds, too on Flickr

본 블로그에선 새에 관한 얘기를 시작할 때 보통 외형과 이름을 먼저 살펴보는데요. 지난 포스트에서 북부흉내지빠귀의 외형은 충분히 살펴보았으니,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 새의 이름을 샅샅이 낱낱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흉내지빠귀의 이름만으로도 우리는 이 새가 흉내를 잘 내는 새일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영명인 mockingbird에서 mocking은 상대를 흉내낸다는 의미가 있으며, 학명인 Mimus polyglottos에서 mimus 역시 라틴어로 흉내내기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polyglottos는 여러 언어를 사용한다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 πολύγλωττος가 그 유래인데, 이는 여러 개를 뜻하는 πολύς(polus)와 혀를 뜻하는 γλῶσσα(glossa)가 합쳐진 것이죠.


대부분의 흉내지빠귀가 중미나 남미에 서식하는 것과 달리, 북부흉내지빠귀는 북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일한 흉내지빠귀입니다. 세상에는 다른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낼 수 있는 새가 많지만 북미에선 이 친구를 가장 알아준다고 보면 되는데요. 북부흉내지빠귀는 수많은 새의 울음소리를 흉내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집참새, 댕기박새, 북부홍관조 등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새뿐만 아니라 개나 고양이와 같은 다른 동물 소리, 또는 자동차 경적과 같은 인공적인 소리도 흉내낼 수 있는데요. 북부흉내지빠귀는 계속해서 새로운 노래를 배우는 데에 정진하기 때문에, 수컷은 평생 동안 200여 개 이상의 노래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위의 영상은 1분도 안되는 짧은 영상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한 마리의 북부흉내지빠귀가 얼마나 많은 노래를 기억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죠.


노래를 못하면 장가를 못 가는 북부흉내지빠귀입니다. / Don DeBold on Flickr

그렇다면 이 새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자신의 노래를 갈고 닦는 것일까요. 북부흉내지빠귀 수컷의 노래는 크게 봄 노래와 가을 노래 두 가지로 나뉩니다. 봄, 즉 번식기를 맞은 수컷은 짝을 찾기 위해 온종일 노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짝이 없는 수컷은 짝이 있는 수컷에 비해 더 다양한 레퍼토리의 노래를 부릅니다. 이 시기의 수컷은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노래를 하는데, 밤에 노래를 하는 것은 대부분 짝이 없는 수컷이라고 하네요. 가을이 되면 영역 의식이 강한 북부흉내지빠귀들은 자기 영역을 표시하고 지키기 위해 울기 시작합니다. 암컷의 경우 여름에는 거의 울지 않는데, 가을이 되면 수컷만큼은 아니지만 어렵지 않게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네요.


초판 표지에선 새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 J. B. Lippincott & Co.이 책의 제목에 불만이 있어 보입니다. / Becky Matsubara on Flickr

북부흉내지빠귀는 다른 소리를 잘 따라하는 특성이 인상적인 데다가, 북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이기 때문인지 창작물에도 자주 등장하는데요. 하퍼 리(Harper Lee)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원제는 'To Kill a Mockingbird'로, 정확히 번역해보면 '흉내지빠귀 죽이기'입니다. 이 책은 정식으로 번역 출간되기 전 인터넷에서 이미 앵무새 죽이기라고 불리고 있었기 때문에, 더 잘 알려진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는데요. 앵무새와 흉내지빠귀 둘 다 다른 소리를 따라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흉내내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에서 더 인지도가 높은 앵무새로 바뀌게 되었던 것일까 싶습니다.


오듀본 스타일로 그려진 재잘어치입니다. / © LIONS GATE ENTERTAINMENT INC.아빠의 머리깃과 엄마의 눈을 닮은 모킹제이입니다. / © LIONS GATE ENTERTAINMENT INC.

수잔 콜린스(Suzanne Collins)의 소설 '헝거 게임 3부작'에서는 모킹제이(mockingjay)라는 가상의 새가 등장하는데요. 작중에서 주요한 상징을 맡고 있기 때문에 영명을 그대로 읽는 경우가 많지만, 흉내어치라고 번역되기도 합니다. 모킹제이는 작중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재잘어치(jabberjay)라는 새의 수컷과 흉내지빠귀 암컷 사이에서 태어난 새인데요. 재잘어치는 사람들의 대화를 기억하고 따라할 수 있는 새이고, 흉내지빠귀는 다른 새의 노래를 따라할 수 있는 새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모킹제이는 새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노래를 듣고 그 음을 따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멋진 자세의 사진으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Russ Wigh on Flickr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북부흉내지빠귀에 관해 조금 더 알아보았습니다. 한 종의 새를 제대로 소개하려면 포스트 몇 개를 할애해도 부족할 텐데요. 다양한 새를 소개하고 싶어 너무 깊게 들어가지 않고 생략하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새 얘기는 포스트 한두 개 정도로 마무리하지만, 그 새가 등장하는 또 다른 짤방이 나타나면 또 다시 그 새에 관한 얘기로 찾아오지 않을까 하네요. 다음주엔 또 다른 새에 관한 포스트로 돌아오도록 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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