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민족대명절 추석이 찾아왔습니다. 추석하면 떠오르는 것으론 크고 둥근 보름달과, 그 달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가 있을 텐데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토끼와 달을 닮은, 추석의 풍요로움을 담고 있는 새에 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큰초원뇌조의 수컷입니다. / Andy Reago & Chrissy McClarren on Flickr
큰초원뇌조의 수컷입니다. / Andy Reago & Chrissy McClarren on Flickr

위 사진이 오늘 소개할 새인 큰초원뇌조의 수컷입니다. 머리 위로 세운 깃털 두 개가 토끼 귀를 닮았죠. 수컷 큰초원뇌조의 양쪽 목엔 공기를 넣어 부풀린 동그란 주황색 주머니가 달려있는데, 이것은 또 보름달을 떠오르게 합니다. 눈 위의 짧은 주황색 깃털들은 꼭 눈썹달같이 보이기도 하는군요.


롭이어 큰초원뇌조 수컷입니다. / Ron Knight on Flickr
롭이어 큰초원뇌조 수컷입니다. / Ron Knight on Flickr

수컷의 머리깃과 목주머니는 컨버터블하여, 위 사진과 같이 머리깃을 내리고 목주머니의 바람을 뺄 수 있습니다. 머리깃을 내린 것은 내린 대로 롭이어 토끼의 처진 귀와 닮았죠. 이쯤에서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새들은 생김새가 토끼와 닮은 것을 제외하면 추석과 딱히 관련 있는 새는 아닙니다.


암컷 큰초원뇌조입니다. 좌측에 수컷의 잔상이 보입니다. / Andy Reago & Chrissy McClarren on Flickr
암컷 큰초원뇌조입니다. 좌측에 수컷의 잔상이 보입니다. / Andy Reago & Chrissy McClarren on Flickr

암컷 큰초원뇌조는 수컷과 달리 눈 위의 주황색 깃털과 목의 주머니가 없습니다. 토끼 귀를 닮은 머리깃은 암컷도 가지고 있지만 수컷에 비해 짧고, 세우는 일이 잘 없기 때문에 보기가 쉽지 않죠. 그렇다면 큰초원뇌조의 수컷들이 암컷에겐 없는 화려한 기관들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구애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암컷에게 열심히 자기 어필을 하고 있는 수컷 큰초원뇌조가 보입니다.
암컷에게 열심히 자기 어필을 하고 있는 수컷 큰초원뇌조가 보입니다.

큰초원뇌조는 대부분의 다른 뇌조들과 마찬가지로, 구애를 하기 위한 영역인 렉(lek)을 가지고 있습니다. 큰초원뇌조의 렉에는 풀이 없거나 굉장히 짧아, 수컷이 자신의 매력을 암컷에게 보여주고 심사받기 적절하죠.


큰초원뇌조의 렉은 부밍 그라운드(booming ground)라고도 불립니다. 이것은 수컷이 암컷의 주의를 끌기 위해 낮은 소리로 우는 행위인 부밍(booming)을 하기 때문인데요. 위 영상에서 큰초원뇌조의 아종인 애트워터초원뇌조(attwater's prairie chicken)의 부밍 소리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 부밍이란 행위를 하기 때문에, 큰초원뇌조는 'boomer'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수컷 큰초원뇌조들이 자신의 부밍 그라운드에서 해야할 일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암컷에게 구애하여 교미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다른 수컷을 쫓아내는 것입니다. 다른 수컷과 싸워서 방해꾼을 멋지게 쫓아내는 것은 암컷의 주의를 끄는 데 분명 좋은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만, 싸움이 너무 길어지면 흥미를 잃은 암컷이 자신의 영역을 빠져나갈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수컷은 3월부터 시작하여 두 달 이상의 기간 동안 암컷에게 구애합니다. 수컷의 구애행위는 발 구르기나 제자리에서 돌기, 종종거리며 걷기나 뛰어오르기 등 다양한 동작을 포함합니다. 그런데 수컷이 이렇게나 열심히 깃을 세우고 목을 부풀리며 정성 들여 구애를 하여도, 전체 교미의 90%는 가장 멋진 수컷 한 마리 또는 두 마리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수컷과 교미한 암컷들은 부밍 그라운드로부터 대락 1마일, 즉 1.6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여 둥지를 짓습니다. 이때는 부밍 그라운드와는 반대로 풀이 우거져 둥지를 숨기기 쉬운 곳을 선호하죠.


장끼입니다. / Lukasz Lukasik on Wikimedia commons
장끼입니다. / Lukasz Lukasik on Wikimedia commons

그런데 이 큰초원뇌조의 둥지에 탁란을 하는 새가 있습니다. 저희도 굉장히 잘 알고 있는 새인 꿩이지요. 꿩 알은 큰초원뇌조의 알보다 먼저 부화하기 때문에, 큰초원뇌조의 알은 상대적 박탈감과 자존감 상실 및 열등감으로 부화하지 못하게 되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조금 더 정확한 이유를 말해보자면, 먼저 부화한 새끼 꿩을 자신의 새끼인 것으로 착각한 큰초원뇌조는 아직 부화하지 못한 알들을 남겨두고 둥지를 떠납니다. 이 경우 더 이상 보살핌을 받을 수 없게 된 큰초원뇌조의 알들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왼쪽부터 애트워터초원뇌조와 뉴잉글랜드초원뇌조 박제입니다. /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C. Horwitz on Wikimedia commons왼쪽부터 애트워터초원뇌조와 뉴잉글랜드초원뇌조 박제입니다. /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C. Horwitz on Wikimedia commons
왼쪽부터 애트워터초원뇌조와 뉴잉글랜드초원뇌조 박제입니다. /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C. Horwitz on Wikimedia commons

이쯤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하나 전해드리자면, 이 귀여운 토끼뇌조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중 하나입니다. 큰초원뇌조는 1930년대에 수렵과 서식지 감소로 거의 멸종할 뻔 하였으며, 지금은 적은 개체수와 서식지 분열 등으로 근친 번식이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큰초원뇌조의 아종인 애트워터초원뇌조는 2014년 대략 260마리가 남아있었을 정도로 멸종에 가까우며, 다른 아종인 뉴잉글랜드초원뇌조(heath hen)은 1932년 멸종하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 Andy Reago & Chrissy McClarren on Flickr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 Andy Reago & Chrissy McClarren on Flickr

민족대명절 추석을 맞아 오늘은 추석과는 별 관련 없지만 귀여운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여러분 모두 큰초원뇌조의 풍요로운 목처럼 빵빵한 한가위 되시길 바라며 이번 글 마치겠습니다. 

새을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