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순전한_분노의_힘.jpg

(둥실)(슈우우우웅)

설 연휴가 지나간 것은 몹시 아쉬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틀만 일하면 주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지금 그 주말도 끝나고 말았죠. 아직 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어째 붕 뜬 기분인 분들과,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현실에 분노한 분들을 위해 화나고 붕 뜬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알 수 없는 힘으로 공중에 부양해 있는 새 짤입니다. 새는 날갯짓을 해야만 날 수 있다는 통념과 달리, 오늘의 짤의 문구에 따르면 이 새는 오로지 분노의 힘만으로 공중에 떠 있는데요. 분노하였다는 설명과 동그란 새가 날개를 펴지 않고 날아가는 모습 때문에, 이 짤은 현실 앵그리버드라고 알려지기도 했었죠. 이 블로그의 이름은 날개와 부리인데 과연 날개가 없는 새에 관해 소개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겠는데요. 옳지 않을 것도 없을뿐더러, 사진이 절묘한 타이밍에 찍혔을 뿐 이 새에겐 분명 날개가 있습니다. 이 사진의 원출처로 가면 원작자의 다른 사진들도 볼 수 있는데요. 오늘의 짤과 같은 새가 찍힌 다른 사진들에선 이 새에게 분명히 날개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머리가 정말 크긴 합니다. / Andy Reago & Chrissy McClarren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의 이름은 바보때까치입니다. 이 새의 입장에선 그닥 달갑지 않을 것 같은 이 이름은 영명인 loggerhead shrike를 직역한 것인데요. Loggerhead의 사전적 의미는 바보이지만, 이 새의 이름에 이 단어가 들어간 것은 몸에 비해 큰 머리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의미를 살리자면 바보때까치보단 큰머리때까치와 같은 이름이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때까치들은 전부 머리가 큰데요. 그러니 더 나은 안이 생각날 때까지는 일단 이 새를 바보때까치라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날개의 흰 점을 슬쩍 과시하고 있습니다. / © Greg Lasley

바보때까치의 머리는 상대적으로 크지만, 몸길이가 20~25cm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절대적인 머리 크기가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지금까지 이 새의 머리에 너무 집중했으니, 이제 머리에서 벗어나 이 새의 전체적인 외견을 살펴보도록 할 텐데요. 바보때까치는 등쪽은 회색, 배쪽은 뽀얀 흰색을 띠고 있으며 눈엔 까만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검은 날개엔 작은 흰 점이 콕 박혀 있으며, 이 반점은 날개를 접고 있을 때도 볼 수 있지만 날개를 펴면 더욱 잘 보이죠. 바보때까치 암수의 겉모습은 아주 유사한데요. 깃털 무늬나 크기 등에서 사소한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외견만으로 구분하기는 어려우며, 그럼에도 육안으로 구분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이 새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왼쪽의 바보때까치는 암컷 혹은 수컷일 확률이 높으며, 오른쪽의 바보때까치도 암컷이거나 수컷일 것으로 보입니다. / Kenneth Cole Schneider on Flickr

일반적으로 동물의 암수가 서로 가장 다르게 행동하는 시기는 번식기일 텐데요. 번식기의 수컷 바보때까치는 암컷에게 노래와 춤을 선사하며, 먹이를 먹여주기도 합니다. 수컷의 구애가 위아래로 빠르게 오르내리는 비행동작을 포함한다는 데에서 이 친구들에게 날개가 있다는 것도 다시 확인할 수 있죠. 둥지 재료를 모으거나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은 암수가 함께하는데요.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은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높은 곳의 바보때까치입니다. / © Gordon C. Snelling

바보때까치의 주식은 곤충인데요. 그 외에도 도마뱀, 개구리, 뱀, 거북, 작은 포유류, 생선, 심지어 다른 새까지 먹는, 육식이면 가리지 않는 포식자입니다. 비록 맹금과 같이 강하고 날카로운 발은 없지만, 뾰족하게 휘어있는 강한 부리로 충분히 대단한 사냥을 할 수 있죠. 바보때까치는 공중을 날아다니며 사냥감을 찾는 대신 높은 나무나 전깃줄 등에 앉아서 땅을 바라보며 기다립니다. 그리고 사냥감이 나타나면 뛰어들어 목을 노리는데, 자신보다 큰 상대를 사냥하는 모습도 자주 관찰된다고 하네요.


무언가를 꽂기에 아주 좋아 보이는 나무입니다. / © Vinayak Hebbagil

작은 곤충은 사냥하자마자 날면서 먹을 수도 있지만, 통째로 삼킬 수 없는 큰 먹이는 잘게 찢어야 합니다. 하지만 바보때까치의 작은 발은 먹이를 찢기엔 적절하지 않죠. 그래서 바보때까치는 먹이를 뾰족한 나뭇가지나 가시철사 등에 꽂아 놓고 부리를 사용하여 조금씩 뜯어 먹는데요. 사실 이렇게 먹이를 꽂아 놓는 것은 바보때까치뿐만 아니라 때까치류의 전반적인 습성으로, 이에 관해선 나중에 때까치에 관한 포스트에서 더욱 자세히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새가 날개를 사용해서 날기도 한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귀중한 자료 사진입니다. / D. Alexander Carrillo Mtz. on Flickr

오늘은 분노의 힘으로 대단한 일을 해낸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만약 이 새가 정말로 분노했다면 그건 자신의 이름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쩌면 얼마 전에 작성한 포스트의 이 친구와 분노를 나눌 수도 있겠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선 좀 덜 화난 새에 관해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오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 Mary Keim on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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