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나는 새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언제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입니다. 오늘은 멀리 나는 것에 있어서는 알바트로스나 펭귄, 또는 도요새에게도 지지 않을 멋진 새, 황로에 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얗지만 황로(黃鷺)입니다. / Tony Cyphert on Flickr
하얗지만 황로(黃鷺)입니다. / Tony Cyphert on Flickr

위 사진에 보이는 것이 오늘 소개해드릴 새인 로(鷺)입니다. 그런데 이 새는 로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별로 노랗게 보이진 않는군요. 그렇다고 백로라고 보기엔 다른 백로류의 새들보다 목이 짧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새는 로가 맞고, 이 하얀 새에게 굳이 로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은 분명 이 새에게 그런 이름이 붙을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것입니다.


목을 수납 중인 황로입니다. / John Piercy on Flickr
목을 수납 중인 황로입니다. / John Piercy on Flickr

그런 의미에서 사진을 바꿔 보았습니다. 조금 짧아지긴 했지만 이쪽이 이름과는 더 잘 어울리는군요. 로는 위 사진과 같이 노란 깃털이 있어 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란 깃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닙니다. 로는 번식기가 있는 여름엔 머리와 등에 노란 번식깃이 자라나고, 번식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기는 하얗게 지냅니다. 로는 한국에선 여름에 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로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로를 일 년 내내 자주 볼 수 있었다면 짧은목백로대체로백로 내지는 같은 이름이 붙었을 수도 있겠네요.


모험 중 또 하나의 자신을 만나버리고 만 황로의 모습입니다. / ken on Flickr
모험 중 또 하나의 자신을 만나버리고 만 황로의 모습입니다. / ken on Flickr

황로는 왜 황로인가라는 굉장히 근원적인 문제의 해답을 찾았으니, 지금부턴 황로의 멋진 점에 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황로는 굉장히 멋진 모험가이며, 사교적인 정복군주입니다. 황로는 원래 중앙아프리카, 남유럽, 서아시아에만 서식하는 새였지만 지금은 바다를 건너 전 세계에서 번성하고 있습니다. 한 대륙의 생물종이 다른 대륙에서 번성하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에도 다른 대륙으로부터 들어와 생태계에 적응한 외래종이 많이 존재하죠. 하지만 이 황로의 멋진 점은, 황로의 대륙 이동엔 인간의 개입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아프리카물소와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황로들입니다. / Mike LaBarbera on Flickr
아프리카물소와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황로들입니다. / Mike LaBarbera on Flickr

아프리카에서 살아가던 황로들이 첫번째 정복지로 정한 곳은 바로 남미입니다. 아프리카 서쪽 해안과 남미 북동 해안의 거리는 대략 1,900마일이라고 하는데요. 전 마일이란 단위와 별로 친밀하지 않기 때문에 익숙한 단위로 환산해보면 3,000km 정도가 되는군요. 인간이 남미에서 처음으로 황로와 조우한 것이 1877년이라고 하니, 황로는 최소 100년 전에 대서양을 건너 남미에 정착한 것입니다.


남미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황로들입니다. / barloventomagico on Flickr
남미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황로들입니다. / barloventomagico on Flickr

다른 기구의 도움 없이 대서양을 횡단하여 남미에 도착한 것은 조류적으로 정말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황로의 모험은 남미에 도달한 것으로 만족하며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를 떠나 남미에 도착한 황로는 새로운 여행길에 오릅니다. 황로의 다음 목적지는 북미와 서인도였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한 목장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황로입니다. / Tom Benson on Flickr
캘리포니아의 한 목장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황로입니다. / Tom Benson on Flickr

위의 세 사진을 보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으셨을 텐데요. 바로 황로와 거대한 초식동물이 함께 찍혀있다는 것입니다. 이 초식동물들은 일 년 내내 벌레라는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고, 황로는 이 동물들에게 기생하는 벌레를 잡아먹는 방식으로 공생합니다. 북미에 도착한 후 이미 번성하고 있었던 황로는, 1950년대 이후 북미에 목장이 늘어나며 그와 함께 엄청난 조구수 증가를 보이게 됩니다.


Cattle egret과 cattle입니다. / J. N. Stuart on Flickr
Cattle egret과 cattle입니다. / J. N. Stuart on Flickr

이 멋진 모험가들은 전 세계로 뻗어 나갔고, 대부분의 지역에 정착하였습니다. 심지어 알래스카, 아이슬란드, 남극대륙 등에서도 종종 목격되는데, 아직 정착은 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황로의 잠재력을 믿으므로, 언젠가 이 지역도 정복에 성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이 새들이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역시 뛰어난 모험심이 아닐까 합니다. 새끼 황로들은 생후 42일이면 독립하여 멀리 떠나는데, 어떤 황로는 태어난 곳에서 2,600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위와 마찬가지로 단위를 환산해보면 4,100km가 되는데, 대서양을 건너고도 1,000km는 더 갔을 거리를 여행했군요.


싸움 좀 할 것 같이 생겼지만 정말로 사교적입니다. / Jim Mullhaupt on Flickr
싸움 좀 할 것 같이 생겼지만 정말로 사교적입니다. / Jim Mullhaupt on Flickr

이어서 두 번째로, 황로는 모든 곳에서, 모든 것과 공생합니다. 다른 백로과의 서식지가 물가로 한정된 것과 달리 황로는 어디에서나 서식합니다. 목초지나 과수원은 물론, 밭이나 길가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황로는 굉장히 사교적인 새로, 자신의 새로운 서식지의 모두와 우정을 쌓고 평화롭게 공존합니다. 대부분의 외래종은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키지만, 황로는 이 뛰어난 적응력 때문인지 지금까지 그렇게 큰 위협은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어찌나 사교성이 좋은지 소는 물론 / Kenneth Cole Schneider on Flickr
어찌나 사교성이 좋은지 소는 물론 / Kenneth Cole Schneider on Flickr
본관이 같은 버팔로도 / Matt Biddulph on Flickr
본관이 같은 버팔로도 / Matt Biddulph on Flickr
코뿔소도 / Paul Morris on Flickr
코뿔소도 / Paul Morris on Flickr
코뿔소 뒤에 있던 얼룩말도 / David Orgel on Flickr
코뿔소 뒤에 있던 얼룩말도 / David Orgel on Flickr
양 떼도 / Fstern on Flickr
양 떼도 / Fstern on Flickr
오릭스도 / Peter Steward on Flickr
오릭스도 / Peter Steward on Flickr
같은 조류인 검은대머리수리도 / Sergey Yeliseev on Flickr
같은 조류인 검은대머리수리도 / Sergey Yeliseev on Flickr
심지어 코끼리도 황로의 좋은 친구입니다. / Jerry Friedman on Flickr
심지어 코끼리도 황로의 좋은 친구입니다. / Jerry Friedman on Flickr

지금까지 사진을 통해 다른 동물들과 황로의 관계를 살펴보았는데요. 제 블로그의 독자 구성에서 인간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여, 인간과 황로의 관계도 따로 짧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의 차는 황로에게도 굉장히 좋은 탈것이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인간에게 직접 올라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신대륙은 정복할 만큼 정복해보았으니 맥도날드를 정복해보는 것도 한 번쯤 해볼 만한 경험이죠. 그나저나 여담입니다만 황로가 인간의 차에 편승하는 영상은 의외로 많은데요. 위 영상을 포함한 대부분의 영상에서 황로가 인간의 차에 탑승한 곳은 맥도날드 근처입니다. 이 사실로 미루어 짐작해볼 때 황로는 맥도날드를 굉장히 좋아하거나, 저만 몰랐지 맥도날드는 모든 곳에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이 민들레 홀씨 같은 아기들은 금세 커서 먼 여행길에 오르겠죠. / Roger Smith on Flickr
이 민들레 홀씨 같은 아기들은 금세 커서 먼 여행길에 오르겠죠. / Roger Smith on Flickr

황로의 모험과 정착은 흔히 정복으로 비유되곤 합니다. 피 한 방울 흘리는 일 없이 평화롭지만, 굉장히 성공적이고 인상적인 정복이지요. 정복마저 평화롭고 멋진 황로를 보며, 앞으로의 제 삶에도 평화가 가득하였으면 좋겠다고 저의 부귀영화를 살짝 빌어보며 이번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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