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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극락조

Wilson's bird-of-paradise, @@

설날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오며, 신나는 설 연휴도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심지어 올해의 설 연휴는 주말과 맞닿아 있어, 지난 금요일엔 조기 퇴근을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희비가 갈리기도 했었죠. 2019년은 기해년으로, 노란 돼지의 해라고 하는데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꽁지깃이 돼지 꼬리처럼 돌돌 말린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윌슨극락조의 한 면입니다. / © congonaturalist윌슨극락조의 다른 면입니다. / © congonaturalist

오늘 소개할 것은 윌슨극락조입니다. 몸길이 16cm 정도의 작은 새이지만, 그 작은 몸에 꽉 들어찬 쨍한 원색의 알록달록한 깃털은 극락조 수컷 중에서 가장 화려하다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지요. 이 화려한 색을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우선 몸통의 깃털은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여 있습니다. 그리고 목뒤에는 샛노란 깃털이 자리잡고 있어 사람에 따라선 케첩과 머스타드를 떠올릴 수도 있겠죠. 발과 머리는 파란색인데, 사실 머리의 파란색은 깃털이 아니라 파란 피부가 드러난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한 것 같지만 아직 부족한지, 수컷의 가슴에는 녹색 깃털이 반짝이며 돌돌 말린 꽁지깃도 메탈릭한 광택을 띠죠. 심지어 윌슨극락조의 수컷은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도 가꾸는 새로, 입안은 밝고 선명한 형광 연두색을 띠고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윌슨극락조의 암컷과 수컷입니다. / Pavel Kirillov on Flickr암컷만 따로 떼어놓고 보니 파란 머리가 더욱 돋보입니다. / Pavel Kirillov on Flickr

다른 극락조 암컷들이 그렇듯이, 윌슨극락조의 암컷은 수컷에 비해 눈에 띄지 않다 못해 보호색의 역할까지 하는 갈색 깃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돌돌 말린 꽁지깃 역시 수컷만 가지고 있는 특징이죠. 하지만 윌슨극락조 암컷은 결코 다른 새와 헷갈릴 수 없는 파란 머리와 파란 발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는 수컷에 비해 덜 선명하기 때문에 극락조 사회에서는 그닥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곳에 가면 꽤나 눈에 띌 특징들이죠.


잘 정리된 주위가 눈에 띕니다만 뒤의 다른 수컷이 더 눈에 띕니다. / © Mehd Halaouate

극락조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수컷의 구애가 아주 성대하다는 것인데요. 윌슨극락조도 암컷을 위해 멋진 공연을 펼치며, 이를 위해선 자신만의 무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은 자기 영역을 아주 중요시하고, 본인보다 눈에 띄는 것이 없도록 수시로 무대를 청소하고 정돈하는데요. 이 무대의 중앙에는 세로로 서 있는 나뭇가지가 있으며, 이것이 바로 수컷의 메인 스테이지입니다. 모든 것이 준비된 수컷은 이 가지에 앉아 암컷을 초대하죠.


무대에 찾아온 암컷은 가지 위쪽에 자리잡고 수컷의 구애를 보는데요. 수컷은 울음소리를 내고 복잡한 춤을 추며, 가슴 깃털을 부풀려 암컷을 유혹합니다. 화려하고 보여줄 것이 많은 수컷이 가장 자신있게 내보이는 것은 초록 가슴과 연둣빛 내면입니다. 위의 영상에선 암컷에게 구애하는 수컷의 모습을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요. 이 링크에선 암컷의 시점으로 수컷의 구애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가슴 깃털을 한껏 부풀린 수컷의 모습은, 단지 보는 각도를 바꿨을 뿐인데도 지금까지 보아 왔던 새와는 전혀 다른 새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지요.


딱히 공화국을 세울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 © congonaturalist

일반적으로 새의 이름과 학명은 외모나 행동 같은 특징이 잘 나타나게 붙이는데요. 윌슨극락조의 이름엔 누가 봐도 사람 이름인 윌슨(Wilson)이 들어가고, 학명인 Cicinnurus respublica의 respublica는 공화국을 뜻합니다. 어쩌면 이 친구들은 울음소리가 '윌슨 윌슨'이거나, 공화국을 세우는 습성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요. 이러한 습성은 아직까지 관찰된 적이 없으며, 아마 앞으로도 관찰될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특징이 많다 못해 넘칠 정도인 윌슨극락조는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본인의 개성을 나타내지 못하는 명칭을 갖게 된 것일까요.


파란머리노란뒷목붉은등녹색가슴돌돌꼬리극락조는 어떨까요. / © Pavel Kirillov

윌슨극락조의 이름과 학명을 지은 것은 그 유명한 나폴레옹의 조카인 샤를 루시앙 보나파르트(Charles Lucien Bonaparte)입니다. 샤를은 1850년 영국의 조류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에게서 이 새의 표본을 구매했는데, 그렇다면 윌슨이 어디서 왔는지는 설명이 되죠. 또한 당시 학자들은 새로운 종이 발견되면 왕족이나 귀족에게 바치곤 했는데, 공화주의자인 샤를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왕족이 아닌 공화국에 영광을 돌리는 의미에서 이와 같은 학명을 붙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의도가 어떻든 간에, 결과적으로 그렇게 좋은 이름과 학명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습니다.


이런 사진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화려합니다. / Isabell Schulz on Flickr

오늘은 파란 머리가 매력적인 화려한 새 윌슨극락조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설날을 맞아 생각해 보니 윌슨극락조의 화려한 깃털은 꼭 알록달록한 설빔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며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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