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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추읏추

얼마 전까진 롱패딩 없이는 나갈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춥더니만, 이제 소신에 따라서는 코트를 착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날이 풀렸습니다. 사실 이게 진짜로 날이 풀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혹독한 추위로 담금질된 한국인이라 어지간한 추위는 느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혹독한 추위에 담금질되고 있는 추운 새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발이 꿩꿩...........

오늘 소개할 것은 목은 잔뜩 움츠리고, 몸은 잔뜩 부풀린 아주 추워 보이는 새입니다. 무엇보다 이 사진의 압권인 부분은 최대한 눈과 닿는 면적을 줄이려는 듯 뒤꿈치를 한껏 들고 있는 발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때문에 발이 꽁꽁 얼고 있는 이 꿩의 사진은 '발이 꿩꿩'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이 사진의 원출처인 기사에 따르면 이 사진은 2010년 12월 26일 영국 노퍽주의 페이크냄(Fakenham, Norfolk)에서 촬영되었다고 하는데요. 기사에 따르면 2010년 12월 영국엔 기록적인 강추위가 찾아왔던 것 같으니 발이 꿩꿩 시리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긴 꼬리를 과시하고 있는 장끼입니다. / Allan Hack on Flickr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오늘 소개할 새의 이름은 꿩(common pheasant)이며, 이는 꿩꿩 울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꿩은 예로부터 한국인과 굉장히 친숙한 새로, 암수와 새끼를 부르는 명칭이 각각 따로 있을 정도인데요. 오늘 사진의 새는 긴 꼬리와 화려한 깃털이 있는 것으로 수컷 꿩인 장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장끼의 얼굴에 있는 새빨간 볏은 마치 가면을 쓴 것도 같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요. 전래동화에서는 흉년이 들었을 때 쥐에게 먹이를 꾸러 갔던 장끼가 예의 없게 굴어 뺨을 맞았기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발이 시렵다는 건 나약한 꿩들이나 하는 소리죠. / Ezio Melotti on Flickr

오늘의 사진같이 장끼와 눈이 있는 것을 보면 고전 소설 '장끼전'이 생각나는데요. 이 소설에서 엄동설한에 굶주리던 장끼는 눈 위에 놓여 있던 붉은 콩을 먹으려다 덫에 걸리게 됩니다. 물론 이 이야기에선 교훈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 블로그 이름이 고전과 해석이 아니니 그 부분은 넘어가겠는데요. 대신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서 꿩이 예로부터 사람과 가까운 새였으며, 겨울에도 한국에서 볼 수 있었음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사진 속 장끼도 소설 속의 장끼처럼 엄동설한에 들판을 헤매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친구 근처엔 덫은 없어 보이니 다행이군요.


이 까투리도 그닥 발이 시리지 않은가 봅니다. / © Denis Doucet
귀여운 꺼병이의 귀여운 모습입니다. / © Kim, Hyun-tae

꿩의 암컷인 까투리는 장끼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 갈색 깃털을 가지고 있으며, 꽁지깃도 장끼에 비해 짧습니다. 하지만 장끼의 꽁지깃이 50cm나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까투리의 꽁지깃은 20cm로 장끼에 비해 짧을 뿐 사실은 아주 길죠. 아가 꿩들은 꿩병아리 또는 꺼병이라는 아주 귀여운 명칭으로 불리는데요. 야무지지 못하고 엉성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표현인 꺼벙이의 유래가 바로 이 꺼병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는 갓 부화했을 때의 모습보다는, 조금 성장한 후 깃털이 꺼칠하고 몸에 비해 다리가 먼저 쭉 자라 덤벙덤벙 뛰어다니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비록 유래는 이렇다고 하더라도, 꺼병이들이 다른 새의 새끼들에 비해 특별히 더 꺼벙한 것 같진 않습니다.


목도리를 깜빡했습니다. / Stefan Berndtsson on Flickr

오늘의 사진이 영국에서 촬영되었으니, 원랜 아시아에 서식하던 꿩이 어떻게 영국에서 살게 되었는지도 한번 알아보겠는데요. 꿩은 1050년대 전후, 로마노브리티쉬에 의해 처음 그레이트브리튼 섬에 들여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낯선 땅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지, 시간이 갈수록 영국에서 꿩의 개체수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17세기 무렵까지만 해도 부유한 사람들만이 소유할 수 있는 희귀한 새였던 꿩은, 18세기에 엽조로 다시 들여지며 개체수가 늘어 현재는 영국 전역에 퍼져 있다고 하네요. 11세기에 처음 영국에 온 것은 꿩의 아종 중 목에 흰 줄이 없는 코카서스꿩(caucasus pheasant, P. c. colchicus)이었고, 현재 영국의 꿩은 아종인 중국꿩(Chinese ring-necked pheasant , P. c. torquatus)과 일본꿩(green pheasant)과의 혼혈로 흰 줄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 사진을 다시 확인해 보면, 가늘긴 하지만 확실히 흰 줄을 관찰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꺼병이를 한 번 더 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귀여우니 크게 보겠습니다. / © Kim, Hyun-tae

오늘은 발이 시린 꿩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추위 가고 미세먼지 오니 뭐가 더 나은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 둘 중에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추위가 더 낫겠습니다. 긴긴 겨울 모두들 롱패딩과 깃털을 잔뜩 부풀리고 잘 헤쳐 나가 보기로 하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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