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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_로즈핀치.jpg

너무 희귀한 핑크빛

어느새 올해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금방 해가 바뀐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습니다만, 어쩜 이렇게 어김없이 한 해가 끝나 버리는지는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올해가 행복했든 힘들었든 간에, 이젠 정말 올해를 흘려보내주고 내년의 행복을 바랄 때가 왔죠. 그런 뜻에서 오늘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알려진 새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이 네 장의 사진입니다. 눈밭을 배경으로, 아주 뽀얗고 보송보송한 분홍빛의 예쁜 새가 그윽한 눈으로 겨울을 바라보고 있죠. 일부 기사는 이 새를 로즈핀치, 또는 이를 직역한 장미되새라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기사들에 따르면 로즈핀치는 너무나 희귀하고, 그래서 행운을 준다고 알려졌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이 새의 이름은 무엇인지, 분홍색인지, 희귀한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새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기에 앞서, 이 사진의 원출처는 18년 2월에 올라온 이 트윗입니다. 이 사진은 일본의 사이타마현에서 촬영되었다고 하며, 원작자는 이 사진들에 '눈 속에 핀 한 송이의 장미'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아주 낭만적이죠.


벙실벙실한 양진이입니다. / Sergey Yeliseev on Flickr

이 새의 이름은 양진이입니다. 몸길이 16cm 정도로 작은 새이지만 선명한 깃털 색 때문에 그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죠. 오늘의 사진은 눈에 빛이 반사되었는지, 아니면 후보정이 들어갔는지 아주 밝은 분홍색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양진이는 이보다 조금 더 짙은 붉은빛을 띠며, 이마와 멱에 자란 하얀 깃털이 붉은 깃털과 대비되어 아주 매력적입니다. 양진이라는 이름은 그 어원이 정확하진 않은데요. 붉은 깃털이 홍역에 걸린 모습 같다고 하여 瘍疹이라 쓴다는, 양진이 입장에선 썩 달갑지 않을 설이 있긴 합니다. 양진이는 홍료(紅料)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어떻게 보아도 붉은 깃털이 유래인 명칭이죠.


교과서적일 정도로 암수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 MILD on フォト蔵때리려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날아가기 직전이라 하는군요. / MILD on フォト蔵

위에서도 말했듯이 양진이는 로즈핀치라고 소개된 경우가 많은데, 정확하게 말해 보자면 양진이의 영명은 Pallas's rosefinch입니다. 로즈핀치(rosefinch)는 양진이뿐만 아니라 양진이가 속한 양진이속(Carpodacus)의 새를 총칭하는 말이니, 팔라스로즈핀치라고 풀네임을 불러줄 것이 아니면 로즈핀치보다는 양진이라고 불러주는 쪽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어지간히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오늘 사진의 새는 수컷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데요. 많은 새들이 그렇듯이 양진이도 수컷이 암컷에 비해 눈에 띄는 화려한 색을 가진 새입니다. 양진이의 암컷과 어린 새는 전체적으로 갈색을 띠는데요. 하지만 잘 살펴보면 이마와 가슴에 분홍빛 깃털이 자라있는 것을 볼 수 있죠.


이쪽이 양진이입니다. / 1957とし on フォト蔵이쪽이 일본원숭이입니다. / KENPEI on Wikimedia commons

양진이의 일본 명칭은 오오마시코(大猿子, オオマシコ)로, 한자를 살펴보면 큰 원숭이가 있습니다. 이는 양진이가 일본에서 볼 수 있는 양진이속의 새 중에서 큰 편이며, 수컷의 깃털이 일본원숭이(Japanese macaque)의 얼굴같이 붉은빛인 것이 유래라고 하네요. 양진이의 중국 명칭인 뻬이주취에(北朱雀, běizhūquè)는 북부의 붉고 작은 새라는 의미인데, 세 글자 중 뒤의 두 자가 사신수의 주작과 똑같지요. 양진이와 주작 사이에 특별히 유의미한 관련은 없겠지만, 굉장히 재밌는 우연이니 나중에 주작을 직접 만나게 된다면 양진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006년 강원도에서 촬영된 사진이라고 합니다. / ⓒ Kim, Hyun-tae

'희귀한 핑크빛 로즈핀치'의 색과 이름 부분을 알아보았으니, 이제 희귀함 부분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양진이는 아한대지역에서 번식하고 한국, 중국동북부, 일본 등에서 겨울을 나는 새입니다. 즉 양진이는 한국의 겨울철새이며, 그렇게 흔하진 않지만 한국에서 보려고 마음먹으면 못 볼 것도 없죠. 하지만 우리는 이 새가 희귀하지 않다고 실망하기보다는, 행운이 찾아올 기회와 마주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탐조인이 되도록 합시다.


아직 어린 양진이의 은은한 분홍색도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 1957とし on フォト蔵

오늘은 행운을 주는 예쁜 붉은 새 양진이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양진이가 정말로 우리에게 행운을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예쁜 새를 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운이 아닐까 싶네요. 행운을 주는 또 다른 새에 관한 포스트 링크 첨부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무탈하고 행복한 2019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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