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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블로그는 새에 관한 포스트만을 작성하는 것을 지향해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새는 아닌 것 같지만 여러분에게 꼭 소개해드리고 싶은 웃기고 이상한 것이 있어, 오늘은 그것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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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것은 위 움짤에서 볼 수 있는, 선명하고 강렬한 문양을 가지고 있는 검은 원반입니다. 원반의 강렬한 파란색 문양은 사이키델릭한 웃는 얼굴이라고도 종종 표현하더군요. 야생 상태의 원반은 갈색 새를 위협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는데요. 갈색 새에게 굉장히 강렬하게 자신을 어필하는 모습에서, 저 검은 원반의 넘치는 자신감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어깨걸이극락조의 수컷입니다. / Natasha Baucas on Flickr
어깨걸이극락조의 수컷입니다. / Natasha Baucas on Flickr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이쯤 하고 진실을 밝혀보자면, 오늘의 포스트도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새에 관한 포스트입니다. 움짤의 검은 원반과 갈색 새는 각각 어깨걸이극락조(superb bird-of-paradise)의 수컷과 암컷입니다. 어깨걸이풍조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런데 원반의 모습을 한 움짤과 위의 사진을 보면, 두 이미지의 새가 같은 종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수컷 어깨걸이극락조는 어떤 과정을 거쳐 원반으로 변하는 것일까요.


원반으로 변하는 과정을 알아보기에 앞서, 어깨걸이극락조가 원반이 되는 이유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굉장히 놀랍게도 수컷 어깨걸이극락조가 원반이 되는 것은 암컷을 위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해서입니다. 구애 영상의 배경이 되는 나무들은 잔가지나 방해물 없이 깔끔한데요. 이것은 우연히 고른 장소가 아니라, 수컷이 오랫동안 세심하게 준비한 무대입니다. 무대에 오른 수컷은 큰 소리로 울어 암컷을 부릅니다. 암컷의 주의를 끄는 데에 성공한 수컷은 접혀있던 깃털을 화려하게 펼치죠.


이것은 또 다른 어깨걸이극락조의 구애 영상인데요. 이 영상에선 깃털을 펴는 수컷의 앞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앞을 향해 펴진 반짝이는 파란색의 가슴깃이, 검은색의 어깨걸이깃을 배경 삼아 커다랗게 웃는 입 형태의 문양을 만들죠. 이렇게 깃털을 펴고 타원형의 원반이 된 수컷은, 암컷의 주위를 돌며 뜁니다. 이때 영상에서 무언가가 탁탁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요. 이것은 어깨걸이극락조 수컷이 자신의 꽁지깃을 마찰시켜 내는 소리입니다. 인간이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죠.


측면→정면 모습을 보면 이 친구가 새가 맞다는 것을 조금 실감할 수 있습니다.
측면→정면 모습을 보면 이 친구가 새가 맞다는 것을 조금 실감할 수 있습니다.

어깨걸이극락조는 어떤 새와 비교해보아도 지지 않을 독특하고 적극적인 구애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새가 새의 모습을 포기하고 원반이 되면서까지, 이토록 격렬하게 구애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위에서 이 새가 구애하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했는데요. 사실 어깨걸이극락조 수컷의 심리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자신감보다는 절박함일 것입니다. 어깨걸이극락조는 수컷에 비해 암컷이 굉장히 적은 종입니다. 그렇다 보니 수컷 간의 번식 경쟁은 몹시 치열할 수밖에 없고, 암컷은 평균 열다섯에서 스무 마리의 구혼자를 거절합니다. 당장 이 포스트만 봐도, 두 영상의 새가 전부 실패한 것을 볼 수 있죠.


이렇게 잘생겨도 구애는 힘들군요. / Josh More on Flickr
이렇게 잘생겨도 구애는 힘들군요. / Josh More on Flickr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은 어깨걸이극락조의 구애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도 같습니다. 그 정도로 엄청나고 독특한 구애를 하는 새를 이제서야 소개하게 되어, 그에 책임을 느껴 조금의 자숙기간을 가질까 합니다. 실은 이 블로그를 반년째 운영해오며 사생활 침해 및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몇몇 새들에게 고소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그와 더불어 생업과 같은 사소한 이유도 겹쳐 앞으론 일주일에 한 번 포스트가 올라올 예정입니다. 이번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고, 다음 주에 다시 이상한 새에 관한 포스트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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