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지붕_스노보더.gif

눈과 까마귀 세 번째

날이 추워질수록 몸을 옹송그리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고는 합니다만, 결국은 집안에 박혀 겨울을 나고 마는 전국 인간도 겨울잠 자고 싶다 협회 여러분 추운 겨울 잘 보내고 계신지요. 오늘은 지난 두 포스트에 이어 눈과 까마귀에 관한 세 번째 포스트를 작성해 보도록 할 텐데요. 오늘의 주인공은 지난 두 포스트의 주인공들에 비해 훨씬 더 에너제틱하게 움직이는 친구이니, 저는 이 영상을 보며 겨울 운동에 대한 의욕을 조금이라도 더 키워보려 합니다.


오늘 소개할 것은 지붕 위에서 멋진 스노보딩을 보여주는 까마귀입니다. 날개로 균형을 잡는 모습이 아무리 봐도 한두 번 타 본 솜씨가 아닌 것이 꽤나 베테랑인 모양인데요. 리프트를 타거나 걸어 올라갈 필요 없이 날아올라가는 모습이 아주 부럽습니다. 즐겁게 지붕을 타고 내려가는 까마귀의 모습을 보니 어릴 적 비료 포대로 썰매를 타다가 도랑에 떨어질 뻔한 아련한 옛 추억도 조금 생각나는군요.


이 짤방의 원본은 2012년 업로드된 영상으로, 지난주의 영상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더 큰 영상으로 보니 이 까마귀가 타고 내려오는 보드는 동그란 병의 뚜껑 같은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영상 마지막에 병뚜껑 보드를 물고 날아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이 지붕보다 더 눈이 많이 쌓인 곳을 찾아서 윈터 스포츠를 좀 더 즐기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쪽 맹금 씨 저희랑 스노보드 타러 안 가실래요? / Sergey Yeliseev on Flickr

오늘 소개할 까마귀는 뿔까마귀인데요. 머리에 뿔이 없음에도 이름에는 뿔이 들어간 이유에 대해선 지난 포스트를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소개한 영상은 눈에서 미끄러지며 노는 까마귀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한 영상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데요. 이 뿔까마귀의 특별한 점이라면 도구를 사용하여 놀고 있다는 것입니다. 까마귀가 먹이를 얻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사례는 이전에도 많이 관찰되었는데요. 하지만 이 까마귀는 먹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재미있게 놀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고 있죠. 까마귀들은 서로의 행동을 따라하며 놀기도 하니, 이 영상이 업로드되고부터 6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저 지역의 까마귀들 사이에서 스노보딩이 꽤나 유행하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보름달까지 먹어 버리는 뿔까마귀입니다. / hedera.baltica on Flickr

뿔까마귀는 곡류나 열매와 같은 식물성 먹이부터 곤충과 작은 포유류 같은 동물성 먹이까지 가리지 않고 먹는 잡식성 조류이며, 죽은 동물을 먹는 청소 동물(scavenger)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는 뿔까마귀뿐만 아니라 까마귀의 전반적인 특징이기도 한데요. 과거 뿔까마귀와 같은 종으로 여겨졌던 송장까마귀(carrion crow)는 이름에 송장(주검o 送狀x)이 들어가는 데에서도 그 식성을 추측해 볼 수 있지요. 


전쟁터에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뿔바드브입니다. / hedera.baltica on Flickr

까마귀에게는 사체를 먹는 습성이 있고, 전쟁은 많은 사체를 발생시킵니다. 이 때문에 까마귀의 모습이나 울음소리는 전쟁을 묘사할 때 빠지지 않는 요소 중 하나이죠. 아일랜드 신화의 전쟁의 신 바드브(Badb)는 바드브 카하(Badb Catha)라고도 불리는데요. 바드브는 까마귀, 카하는 전쟁을 뜻하기 때문에 이 신의 이름을 직역하면 '전쟁의 까마귀'가 되며, 이는 전쟁의 신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지요. 바드브는 주로 뿔까마귀의 모습으로 화신하였으며, 불길한 울음소리로 전쟁터에서 병사들에게 공포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저!!!기!!!요!!!!!!!! 저랑!!!!!!! 스노보드!!!!!!!! 안 타실래요!!!!!!!!!!! 그쪽께서!!!!!!!!! 스노보드!!!!!!!!!! 역할이에요!!!!!!!!!!!!! / Radovan Václav on Flickr

오늘은 스노보딩 천재 뿔까마귀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스포츠는 직접 하는 것보다는 보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지만, 스노보딩은 예전부터 꼭 한번 배워 보고 싶었으니 훌륭한 까마귀 선생님을 찾는다면 보드를 들고 설산으로 나가 보려고 합니다. 다음주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새에 관한 포스트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눈과 까마귀 삼부작은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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