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중에 독특하고 특이하지 않은 새가 어디있겠냐만서도, 독특한 새의 대표 격인 새를 굳이 골라보자면 그건 극락조가 아닐까 합니다. '극락의 새'라는 이름부터가 그들을 처음 접했던 사람들의 경이와 감탄이 담겨있는, 굉장히 상징적인 명칭이지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극락조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 볼 건데요. 이번 포스트에선 우선 극락조 중 일부를 먼저 소개하고, 극락조 전반에 관해 소개하는 시간도 나중에 따로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극락조는 파로티아속에 속하는 다음의 여섯 종입니다. 명칭은 언제나 그렇듯 임의 번역입니다.

  • 서부파로티아 또는 아르팍파로티아(Western parotia or Arfak Parotia)
  • 캐롤라파로티아(Carola's parotia)
  • 구리파로티아(Bronze parotia)
  • 로스파로티아(Lawes's parotia)
  • 동부파로티아(Eastern parotia)
  • 바네스파로티아(Wahnes's parotia)


왼쪽부터 각각 로스파로티아와 서부파로티아의 그림입니다. / Richard Bowdler Sharpe왼쪽부터 각각 로스파로티아와 서부파로티아의 그림입니다. / Richard Bowdler Sharpe
왼쪽부터 각각 로스파로티아와 서부파로티아의 그림입니다. / Richard Bowdler Sharpe

파로티아속의 극락조 수컷들은 위 그림과 같이 끝이 타원형인 검은색의 머리깃을 여섯 개 가지고 있습니다. 이 여섯 개의 장식깃 때문에 파로티아는 여섯깃극락조(six-plumed bird of paradise 또는 six-wired bird of paradise)라고도 불립니다. 파로티아들은 대체로 수컷은 검은 깃털을, 암컷은 갈색 깃털을 가지고 있는데요. 화려한 새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극락조의 일종이라기엔 수수한 외견입니다. 사실 수컷 파로티아의 목과 머리엔 빛을 반사하여 반짝이는 깃털이 있는데요. 파로티아의 검은 깃털은 오히려 다양한 색으로 화려하게 반짝이는 깃털을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파로티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수컷들의 독특한 구애의 춤일 것입니다. 위 영상에선 로스파로티아 수컷의 춤을 볼 수 있는데요. 수컷 파로티아는 검은 깃털을 둥글게 편 채로, 암컷 앞에서 스텝을 보여주거나 뛰어오르고, 머리를 양옆으로 흔듭니다. 수컷이 둥글게 편 깃털의 형태가 튀튀 스커트를 닮았고, 그 튀튀 깃을 펴고 추는 춤의 동작도 발레를 연상시켜 파로티아의 춤은 흔히 '발레리나 댄스'라고 불립니다.


자신의 멋진 춤이 최대한으로 근사해 보일 수 있도록, 이 발레리노들은 자신의 무대 역시 직접 준비합니다. 수컷 파로티아는 매일매일 자신의 무대를 청소합니다. 자신의 공연을 방해할 마른 잎과 같은 이물질을 치우고, 열매 등을 사용하여 무대를 장식하죠. 그리곤 나뭇가지 관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불만스러운 점이 있으면 다시 청소를 시작합니다. 파로티아가 자신의 영역을 청소하고 장식하는 것을 보면 바우어새가 떠오르는데요. 멋진 정원을 꾸미기 위해 장식이 우선인 바우어새와 달리, 자신의 춤이 메인이 되어야 하는 파로티아는 청소가 우선입니다.


이렇게 공들여서 치우고 다듬은 자신의 영역에서, 수컷 파로티아들은 암컷이 없을 때도 춤을 춥니다. 암컷들이 왔을 때 최대한으로 멋진 어필을 하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춤을 연습해도, 수컷 파로티아의 구애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극락조는 암컷이 혼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기 때문에, 암컷들은 굉장히 신중하게 수컷을 평가하고 고릅니다. 대신 충분한 능력만 있다면 한 번에 여러 암컷의 마음에 들 수도 있겠죠.


구애 중인 수컷 캐롤라파로티아입니다.
구애 중인 수컷 캐롤라파로티아입니다.

대부분이 검은 깃털을 가지고 있는 파로티아 중 가장 화려한 것이 바로 위 사진의 캐롤라파로티아입니다. 캐롤라파로티아는 겉보기에 화려할 뿐만 아니라, 여섯 종의 파로티아 중 가장 복잡하고 화려한 춤을 추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춤은 파로티아를 포함해 모든 극락조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춤이라고 하네요.


캐롤라파로티아의 춤은 메인 댄스에 들어가기 전 총 다섯 단계의 도입 댄스를 거칩니다. 이 영상의 40초 지점부터 다섯 가지의 도입 댄스가 단계별로 나뉘어 잘 설명되어 있는데요. 그 첫 번째 단계는 횃대 피벗(perch pivot)입니다. 수컷은 관객석이 될 무대 위의 나뭇가지에서 몸을 좌우로 흔듭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는 머리 갸웃거리기(head tilt)로, 수컷은 암컷 앞에서 머리를 좌우로 번갈아, 또는 한 방향으로 반복하여 갸웃거립니다. 세 번째 단계는 구애 뛰기(court hop)입니다. 암컷이 객석에서 보고 있는 동안, 수컷은 자신의 무대를 가로질러 뛰어갔다가 다시 돌아옵니다.


이어지는 네 번째 단계는 흔들며 튀어 오르기(swaying bounce)입니다. 수컷은 암컷을 향해 날개를 파닥이며, 몸을 좌우로 흔드는 동시에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튀어 오르기보다는 둠칫거리기가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군요. 이 단계에서 수컷의 머리는 완벽한 무한 기호(∞)를 그립니다. 굉장히 멋지죠.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는 뛰기 & 흔들기(hop & shake)로, 말 그대로 뛰고, 머리와 깃털을 흔드는 동작입니다. 이 길고 복잡한 다섯 단계의 도입부를 마치고 나서야, 캐롤라파로티아는 본격적으로 '발레리나 댄스'를 시작합니다. 이 순서는 항상 지켜져야 하죠.


무대를 청소하는 수컷 파로티아의 사진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iTmHtxJpEWE
무대를 청소하는 수컷 파로티아의 사진입니다. / http://www.youtube.com/watch?v=iTmHtxJpEWE

파로티아의 댄스 영상은 유튜브 등의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같은 춤이라도 업로더의 취향에 따라 배경 음악이 바뀌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상이 되죠. 그런 영상들을 찾아서 비교해 보는 것도 살아가면서 한번쯤 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번의 꼬르동블뢰에 이어 오늘도 멋진 춤을 추는 새에 관해 알아보았는데요. 앞으로도 다양하고 멋진 극락의 새들에 관해 더 알아보길 기약하며, 오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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