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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찰

Resplendent quetzal, 눈부시게 빛나는

가을의 좋은 점은 붉고 노랗게 물든 나뭇잎과 낙엽을 볼 수 있다는 것일 텐데요. 그 때문에 아쉬운 점을 굳이 뽑아보자면 초록색을 찾아보기가 조금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침엽수림에 살고 있지 않은 분들을 위하여, 녹색 깃털이 아름다운 새에 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매혹적인 자태의 케찰입니다. / ryanacandee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케찰입니다. 본격적으로 이 새에 관해 소개하기에 앞서 잠시 이 새의 이름에 관해 짚고 넘어가려 하는데요. 과거에 'quetzal'은 resplendent quetzal(Pharomachrus mocinno)이라는 특정 종만을 칭하는 단어였는데요. 현재 이 단어는 Pharomachrus속에 포함되는 5종의 새와 Euptilotis속에 포함되는 1종의 새를 총칭하는 단어입니다. 그러니 오늘 소개할 새의 한국 명칭은 '리스플렌던트케찰' 내지는 '눈부시게빛나는케찰' 줄여서 '눈빛케찰'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요. 현재까지도 케찰은 이 새에 대한 한국 명칭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일단 이 포스트에서는 오늘의 새를 케찰이라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컷 케찰의 앞면과 뒷면이 당신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 Gregory "Slobirdr" Smith, Keith Carver on Flickr수컷 케찰의 앞면과 뒷면이 당신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 Gregory "Slobirdr" Smith, Keith Carver on Flickr

일반적으로 케찰은 붉은 가슴과 노란 부리, 복슬복슬하게 솟아 있는 머리깃, 그리고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사실 이와 같은 특징은 수컷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요소이며, 케찰은 암수의 모습이 서로 상당히 다른 새입니다. 케찰 수컷의 긴 꼬리는 일반적으로 60cm를 넘으며, 최대 90cm까지도 자랄 수 있는데요. 케찰의 몸길이는 40cm 정도니까, 몸길이의 두 배가 넘게 자랄 수 있는 셈이죠. 꼬리라고 표현한 이 깃털은 정확히 말하자면 꽁지깃이 아니라 그 위를 덮고 있는 위꼬리덮깃으로, 배쪽이 보이는 사진에서는 꼬리덮깃 밑의 하얀 꽁지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암컷 케찰의 앞면과 뒷면은 서로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 Martha de Jong-Lantink, Francesco Veronesi on Flickr암컷 케찰의 앞면과 뒷면은 서로를 의식하고 있습니다. / Martha de Jong-Lantink, Francesco Veronesi on Flickr

케찰 암컷은 수컷에 비해 녹색 깃털 사이에 어두운 빛깔의 깃털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부리도 검은 색이고, 머리깃도 훨씬 단정하여 눈에 띄기보다는 의태에 집중한 듯한 차분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컷에 비해 상대적인 것으로, 암컷의 회색 가슴과 배 아래에선 수컷과 마찬가지로 선명한 붉은색을 띤 아래꼬리덮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암컷도 수컷과 마찬가지로 빛나는 녹색의 위꼬리덮깃을 갖고 있는데요. 암컷의 위꼬리덮깃은 꽁지깃 길이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컷의 경우만큼 극적으로 눈에 띄지는 않죠.


조금 힘겨워 보이지만 케찰에겐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 ryanacandee on Flickr조금 힘겨워 보이지만 케찰에겐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 ryanacandee on Flickr조금 힘겨워 보이지만 케찰에겐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 ryanacandee on Flickr

케찰은 곤충 및 도마뱀도 섭취하는 잡식 조류입니다만, 식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과일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즐겨 먹는 것은 야생 아보카도 및 아보카도가 속한 녹나무과의 열매들인데요. 이는 인간이 먹는 아보카도보다 훨씬 조그맣기 때문에, 케찰은 열매를 통으로 삼키고 씨를 뱉어낼 수 있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암컷이 열매를 통째로 삼키는 모습이며, 첨부한 영상에서는 커다란 씨를 토해 내는 수컷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씨를 뱉는 장면은 1분 10초쯤부터 시작되는데, 그 앞에도 긴 꼬리를 가지고 힘겹게 날아가는 모습이나, 예쁜 클로즈업 장면 등이 있으니 전부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케찰 깃털로 만들어진 아즈텍의 제9대 틀라토아니(tlahtoāni)의 머리장식이라고 합니다. / Thomas Ledl on Wikimedia Commons; Museo Nacional de Antropologaía

아보카도는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과일입니다. 이를 통해 추측할 수 있듯이 케찰은 중앙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조류인데요. 케찰은 아즈텍인과 마야인들에게 신성한 새로 여겨졌으며, 당시의 지도자들은 케찰 깃털로 만든 머리장식을 사용하곤 하였는데요. 케찰을 죽이는 것은 범죄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케찰을 생포하여 긴 깃털만을 뽑고 다시 날려보냈다고 합니다. 또한 케찰은 이름에서부터 예측할 수 있듯이 아즈텍 신화의 신 케찰코아틀(Quetzalcohuātl)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케찰코아틀은 나우아틀어로 '케찰 깃털이 달린 뱀'이란 뜻인데, 여기서 깃털과 뱀은 간단히 말하자면 각각 하늘과 땅을 의미합니다. 즉 깃털 달린 뱀의 이미지는 신의 이중성 또는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죠.


과테말라의 국장과 국기입니다.과테말라의 국장과 국기입니다.
과테말라의 화폐에도 가로 케찰과 세로 케찰이 그려져 있습니다. / Banco de Guatemala, http://www.banguat.gob.gt/inc/ver.asp?id=/publica/monedasybilletes/ilustraciones-denominaciones.htm&e=136088

현대에 이르러서,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는 특히나 케찰과 떼놓으려야 떼놓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먼저 과테말라의 국장과 국기에는 케찰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과테말라의 통화 단위는 케찰이며, 화폐에도 케찰 그림이 들어가 있죠. 그렇자면 과테말라의 국조는 어떤 새일까요. 케찰입니다. 혹시라도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과테말라의 국명이 케찰로 바뀌어도 너무 놀라지 않으려고 합니다.


수컷 케찰의 꼬리가 둥지에서 넘치고 있습니다. / Don Faulkner on Flickr, Joseph C Boone on Wikimedia commons수컷 케찰의 꼬리가 둥지에서 넘치고 있습니다. / Don Faulkner on Flickr, Joseph C Boone on Wikimedia commons

오늘은 긴 꼬리가 멋진 새 케찰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 세상에는 케찰 외에도, 본인도 감당 못할 정도의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새들이 많이 존재하는데요. 지금까지의 포스트를 되돌아보니 의외로 그런 새들에 관해서 많이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그런 긴 꼬리의 새들에 관해 조금 더 많이 소개해 보기로 마음먹으며,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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