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새

Chuck, 공격적 고니

추석이 지나가며 어느새 2018년도 10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 소개할 새는 사실 지난주의 주제였던 전부 치는 새 후보 1순위로 내정되어 있던 새인데요. 이 새의 삶에 관해 조사하다 보니, 하나의 짤방으로 소개하기엔 너무 많은 사실을 알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새의 삶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포스트를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Chuck, the Trumpeter Swan, in action. It's like he can read! Many questions are coming up regarding his neck. He has a neck band on with a unique code that allows us to identify him from other Trumpeter Swans. Because he is permanently living at the Sunriver Nature Center and is bonded to Gracie, we have removed his band. It did not hurt him and in fact moved freely up an down his neck with ease. Now he sports one less piece of jewelry!

게시: Sunriver Nature Center & Observatory 2014년 11월 26일 수요일

오늘 소개할 새는 목이 긴 하얀 친구 척(Chuck)입니다. 아직 이 친구가 무슨 종인지는 알아보지 않았지만, 공격적인 고니를 조심하라는 팻말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을 통해 고니라는 것을 쉽게 추측해볼 수 있죠. 이 영상은 2014년 11월 미국 오리건 주의 선리버 자연 센터(Sunriver Nature Center)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개된 후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요. 이 새의 공격적인 모습만큼 눈에 띄는 것은 이 새가 목에 두르고 있는 붉은 띠입니다. 이 붉은 띠는 패셔너블할 뿐만 아니라 인식표라는 실용적인 용도도 가지고 있는데요. 인식표는 새의 다리에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고니와 같은 물새는 수면에 떠 있을 경우 다리가 보이지 않아 인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목에 인식표를 채우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잔뜩 보송보송한 척의 모습입니다. / Sunriver Nature Center of Facebook

척은 검은 부리가 매력적인 울음고니(trumpeter swan) 수컷입니다. 울음고니는 나팔고니라고도 불리며, 영명을 직역하면 트럼펫 연주자 고니가 되는데요. 울음고니의 울음소리가 트럼펫 소리와 비슷한 것이 그 유래라고 합니다. 울음고니는 아주 커다란 물새로, 몸길이는 140~160cm에 날개 너비는 2m가 넘는데요. 천적을 만난 울음고니는 우선 울음소리와 거친 몸짓으로 위협을 가하고, 그것이 통하지 않을 경우 거대한 날개와 부리로 물리적인 타격을 가합니다. 울음고니는 자기와 비슷한 무게의 천적은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친구들이 10kg 정도 나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은 덤벼도 죽진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까불지 않도록 합시다.


구조 후 한 달 정도 지나 꽤 상태가 호전된 2014년 1월의 그레이시입니다. / Native Bird Care of Sisters, Oregon

그럼 다시 척에 관한 얘기를 하기에 앞서, 잠시 2013년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3년 크리스마스, 입에 낚시 바늘이 걸린 암컷 울음고니 한 마리가 구조되었습니다. 발견 당시 이 울음고니는 혀를 심하게 다쳐 혼자서는 먹이도 먹을 수 없었고, 체중은 원래의 70%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줄어있었죠. 크리스마스에 구조되어 그레이시(Gracie)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고니는, 다행히도 수술을 받은 후 무사히 회복하여 강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고니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그레이시는 결국 척이 있는 선리버 자연 센터로 가게 되었죠.


부화한 지 얼마 안 된 마일즈, 윈턴, 루이스, 클리포드의 모습입니다. 위 사진에서 누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 ⓒ Jim Leonard

척과 그레이시가 처음 만난 것은 2015년 6월입니다. 척은 처음엔 그레이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어쩌면 그레이시가 맘에 들지 않았다기보다는, 척이 원래 연애에 서툴렀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그레이시를 만나기 전에도 야생 고니와 짝을 지을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는데, 잘 풀리지 않았는지 결국은 둘 다 날아가 버렸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첫 만남이 별로였던 둘은 결국 짝을 짓게 되었고, 그렇게 유난을 떨더니 금슬도 아주 좋았습니다. 둘 사이엔 자식이 총 여섯이 있었는데, 2016년에 태어난 둘에겐 핀리(Finley)와 피오나(Fiona), 2017년에 태어난 넷에겐 마일즈(Miles), 윈턴(Wynton), 루이스(Louis), 클리포드(Clifford)라는 이름이 붙었죠.


몇 달 사이에 엄청나게 성장한 마윈루클의 모습입니다. / Sunriver Nature Center on Facebook

네 마리의 새끼 고니가 태어난 지 네 달쯤 지난 2017년 11월, 가족들과 함께 근처의 강으로 나갔던 척은 총상을 입습니다. 즉사하진 않았지만 부상이 너무 심했던 탓에, 결국 척의 안락사가 진행되었죠. 그레이시는 그 후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척으로 착각하는 등 많이 혼란스러워했다고 합니다. 오리건 주에서 울음고니는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어 사냥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울음고니 보호단체들은 현상금까지 걸며 범인을 찾았는데요. 2018년 2월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현상금은 4,000달러까지 올라갔습니다.


올해 2월에 게재되었던 수배지입니다. / Sunriver Nature Center

결국 3월이 되어서야 범인은 잡혔고, 6월에 선고가 내려졌으니 이 사건이 종료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겨우 세 달 전의 일입니다. 22세의 남성 Jordan Andrew Dupuis는 2일의 징역, 80시간의 사회봉사, 2년의 집행 유예, 3년 간 사냥 금지, 불법 사냥에 사용된 총기 몰수, Trumpeter Swan Society에 3,000달러의 보상금, Oregon Department of Fish and Wildlife에 1,000달러의 벌금 납부를 선고받았습니다. 이 링크에서 범인의 머그샷 및 관련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왼쪽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피오나와 핀리, 오른쪽은 총상을 입고 구조된 호프의 모습입니다. 호프는 이후 수술 중 사망하였습니다. / Sunriver nature Center on Facebook, Native Bird Care of Sisters, Oregon왼쪽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피오나와 핀리, 오른쪽은 총상을 입고 구조된 호프의 모습입니다. 호프는 이후 수술 중 사망하였습니다. / Sunriver nature Center on Facebook, Native Bird Care of Sisters, Oregon

사실 이보다 앞선 2016년 10월, 척의 새끼 중 하나인 피오나도 총에 맞아 사망하였는데요. 이 범인은 피오나뿐만 아니라 호프(Hope)라는 이름의 야생 울음고니까지 두 마리의 울음고니를 죽게 하였습니다. 사건 발생 2주 후, 고니를 거위로 착각했다며 자수한 35세의 남성 Michael J. Abbott는 1년의 집행 유예, 3년 간의 사냥 금지, 4,750달러의 보상금 납부를 2018년 1월 선고받았습니다. 위와 마찬가지로, 이 링크에서 범인의 머그샷 및 관련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Sunriver Nature Center on Facebook

오늘은 공격적인 고니 척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고니가 아무리 공격적이라도 인간만 할까 싶으면서도, 이 친구들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것 역시 인간이라 생각하면 참 기분이 이상해지지요. 이 블로그에서 인간에 관한 얘기는 자세히 하지 않으려 합니다만, 오늘의 포스트는 주인공이 불법 사냥으로 죽은 만큼 누가 왜 어떤 형을 받았는지는 얘기하고 넘어가 보았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일 앞으로 없길 바라며, 척의 명복을 빌고 오늘 포스트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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