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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가슴파랑새

Lilac-breasted roller, 라일락 가슴

더운 여름 지나 환절기에 접어들며 일교차가 심해졌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한 번에 사계절의 옷을 모두 찾아볼 수 있어서, 외출복 고르기가 가장 힘든 계절이기도 하지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요즘의 다이나믹한 기온과 옷차림만큼이나 다이나믹한 컬러를 가진 화려한 새를 소개해보겠습니다.


분홍 가슴의 분홍가슴파랑새입니다. / ⓒ Sam Gulino

오늘 소개할 새의 이름은 분홍가슴파랑새입니다. 마치 수채화로 그려낸 듯한 다채로운 깃털이 아주 인상적인새이죠. 분홍가슴파랑새는 몸길이가 36~38cm 정도로 꽤 큰 새인데요. 이는 8cm나 되는 두 개의 꽁지깃이 포함된 길이이긴 합니다만, 그걸 제하더라도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는 새입니다. 분홍가슴파랑새의 학명인 Coracias caudatus에서 caudatus는 라틴어로 꼬리를 뜻하는 cauda가 유래인데, 특징적인 긴 꽁지깃 때문에 이런 학명이 붙었다고 하네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척 의식하고 있는 분홍가슴파랑새입니다. / MudflapDC on Flickr

이름에 파랑새가 들어가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새는 파랑새과에 속하는 새인데요. 가장자리가 짙은 푸른 날개와 큰 머리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파랑새와 많이 닮았습니다. 비록 파랑새와 같은 2달러는 없지만, 분홍가슴파랑새는 그것을 보완하고도 남을 정도의 다양하고 선명한 색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이름에도 들어있는 선명한 분홍색의 가슴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에서 sky-blue pink라는 표현은 이 세상에 실존하지 않는 색을 나타내는데, 이름에 분홍색과 파란색을 전부 갖고 있는 이 새의 비현실적일 정도의 화려함은 이 단어를 조금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갈색 가슴의 어린 분홍가슴파랑새입니다. / Bernard DUPONT on Flickr

그렇다면 분홍가슴파랑새는 언제부터 어떻게 그런 특징적인 분홍 가슴을 갖게 되는 것일까요. 사실 어린 분홍가슴파랑새는 분홍색이라기보다는 갈색에 가까운 색의 가슴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특징적인 긴 꽁지깃 역시 아직 가지고 있지 않죠. 그렇다면 가슴도 분홍색이 아니고 긴 꽁지깃도 없는 청소년 분홍가슴파랑새는, 일반 종명으로도 학명으로도 불릴 수 없는 것일까요. 사실 이런 식으로 치면 번식기를 제외하면 제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새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조금 애매하더라도 웬만하면 종명으로 불러주도록 합시다. 우리도 항상 인간같이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항상 인간이란 종이니까요.


파란 가슴의 분홍가슴파랑새 즉 파랑가슴파랑새입니다. / Nik Borrow on Flickr

청소년 분홍가슴파랑새의 가슴은 분홍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니, 모든 성체 분홍가슴파랑새의 가슴은 분홍색일지도 궁금해집니다. 생각해보면 까만 백조도 있는 세상에 가슴이 분홍색이지 않은 분홍가슴파랑새가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지요. 위의 사진은 분홍가슴파랑새의 한 아종(C. c. lorti)인데, 앞가슴의 깃털이 파랗고 목의 깃털만 분홍빛을 띱니다. 이 때문에 이 친구들은 분홍목파랑새(lilac-throated roller) 또는 파랑가슴파랑새(blue-breasted roller)라고 불리는데요. 그런데 주의해야 할 것이, 분홍목파랑새는 다른 종인 보라파랑새(purple roller)의 아종 이름으로도 쓰이는 명칭입니다. 그러니 혹시 가슴이 파랗고 목이 분홍색인 새를 만난다면, 혼란을 피하기 위해 파랑가슴파랑새라고 불러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독한 분홍가슴파랑새입니다. / Michael Levine-Clark on Flickr

이 화려한 친구들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새로, 아프리카 대륙의 동부와 남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분홍가슴파랑새는 Mosilikatze's roller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Mosilikatze는 은데벨레(Ndebele)왕국의 창시자인 음질리카지(Mzilikazi)왕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표기한 것 입니다. 음질리카지왕의 통치 당시 은데벨레 왕국에서는 왕과 왕족만이 분홍가슴파랑새의 깃털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요. 새에 관한 얘기 중이니 인간사에는 너무 깊게 들어가지 않고, 왕족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을 정도로 이 새의 깃털이 예뻤다 정도로 이 얘긴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다양한 색상으로 부푼 분홍가슴파랑새입니다. / Tambako The Jaguar on Flickr

오늘은 많은 색을 가지고 있는 분홍가슴파랑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선 이 친구의 외형에 관해서만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요. 어찌 보면 겉모습에 관한 이야기만으로도 포스트 하나를 채울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새라는 얘기도 되겠군요. 이 새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 관해선 나중에 이 새에 관해 또 소개할 기회가 온다면 얘기하기로 하며, 오늘의 포스트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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