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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Common cuckoo, 뻐꾹뻐꾹

상대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간에, 오래 보고 많이 접하면 어쩔 수 없이 그것에 익숙해지곤 합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것과 좋아하게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때로는 잘 아는 만큼 상대를 싫어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울음소리와 이름은 참 익숙하면서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새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회색 깃털이 멋진 뻐꾹뻐꾹뻐꾸기입니다. / James West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뻐꾸기입니다. 몸길이 약 33cm로 꽤 큰 새인 뻐꾸기는, 한국에선 여름 철새로 5월에서 8월 사이에 볼 확률이 높지요. 북한에서는 믿을 수 없는 헛소문을 '가을 뻐꾸기 소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는데요. 여름 철새인 뻐꾸기 소리가 가을에 들린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뻐꾸기가 일행을 놓친 것이 아닌 이상 그 사람이 헛소문을 내고 있는 것이겠죠. 날씨가 어떻든 간에 9월은 가을이 시작되는 달로 여겨지곤 하는데요. 9월의 아주 극초반에 작성된 오늘의 포스트는 가을 뻐꾸기 포스트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믿을 수 있는 얘기만 할 예정입니다.


뻐꾸기는 뻐꾹뻐꾹하는 울음소리로 우리에게 참 익숙한 새입니다. 실제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아니라도, 매시 정각이 되면 뻐꾸기 울음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뻐꾸기 시계를 통해서 뻐꾸기는 우리의 삶에 가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이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다양하게 달리 들었는데요. 어떤 사람들은 뻐꾸기가 박국박국 울음을 운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주의-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무꾼은 박국을 먹다가 천마에서 떨어져 다시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는데요. 죽어서 뻐꾸기가 된 나무꾼이, 아직도 박국을 원망하며 박국박국 울고 있다는 것이지요.


씨를 잘 뿌리는지 살펴보고 있는 뿌꾸기입니다. / Ron Knight on Flickr

뻐꾸기는 포곡(布穀)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중국어 발음으로 뿌꾸(bùgǔ)라고 읽히는 것으로 보아 중국에선 뻐꾸기가 뿌꾸기인가 봅니다. 포곡을 직역하면 씨를 뿌리라는 뜻인데, 한창 농번기인 여름에 울어대는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마치 농사에 힘쓰라는 격려의 소리인 것처럼 들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사람들은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복국(復國), 즉 나라를 찾자고 우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뻐꾸기는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가까이에서 살면서, 그들의 삶을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뻐꾹뻐꾹 울음소리는 수컷의 울음소리로, 암컷은 삐삐삐 하는 울음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가 붉고 눈이 오목한 붉은머리오목눈이입니다. / Paul B. on Flickr

뻐꾸기가 우리에게 친숙한 새인 만큼, 뻐꾸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을 텐데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종의 둥지에 알을 낳는 탁란 습성일 것입니다. 뻐꾸기의 대표적인 숙주 중 하나는 뱁새, 즉 붉은머리오목눈이인데요. 탁란 습성 자체도 뻐꾸기가 미움받는 원인이겠습니다만, 그 숙주가 작고 귀여운 것으로 유명한 새 중 하나이다 보니 그만큼 더 잘 알려진 면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탁란은 어디까지나 뻐꾸기의 생존 전략일 뿐이고, 그 구체적인 방식이 다르다 뿐이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다른 종의 새끼를 죽이는 사례는 뻐꾸기 외에도 많습니다. 그리고 설령 이와 같은 습성을 가진 종이 뻐꾸기 하나뿐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기준으로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행동에 이입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일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보다 큰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는 개개비(great reed warbler)와 유라시안개개비(eurasian reed warbler)입니다. / Vitalii Khustochka on Flickr, Per Harald Olsen on Wikimedia commons자신보다 큰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는 개개비(great reed warbler)와 유라시안개개비(eurasian reed warbler)입니다. / Vitalii Khustochka on Flickr, Per Harald Olsen on Wikimedia commons

가장 잘 알려진 숙주인 뱁새 외에도 멧새, 때까치, 할미새, 개개비 등 다양한 작은 새들이 뻐꾸기의 숙주가 될 수 있습니다. 뻐꾸기는 보통 하나의 둥지에 하나의 알을 낳는데요. 자신이 알을 낳았다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암컷 뻐꾸기는 숙주의 둥지에서 알을 하나 치우고 자신의 알을 낳은 후 날아가는데, 이 모든 과정에 필요한 시간은 10초 정도라고 합니다. 뻐꾸기는 자신이 자랐던 둥지와 같은 종의 둥지에 알을 낳는 경향이 있는데, 둥지를 찾고 알을 낳는 것은 모두 암컷이기 때문에 수컷이 어떤 둥지에서 자랐는지는 별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왼쪽의 줄무늬가 뻐꾸기, 오른쪽의 줄무늬가 새매입니다. / Imran Shah on Flickr왼쪽의 줄무늬가 뻐꾸기, 오른쪽의 줄무늬가 새매입니다. / Imran Shah on Flickr

뻐꾸기가 탁란하는 것을 둥지 주인에게 들켰을 경우, 둥지 주인은 당연히 뻐꾸기 알을 버리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뻐꾸기는 작은 새들의 대표적인 천적 중 하나인 새매(eurasian sparrowhawk)를 모방합니다. 우선 겉모습을 보면, 뻐꾸기의 배쪽 줄무늬가 새매의 깃털 무늬와 굉장히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와 같은 무늬 덕에 뻐꾸기는 둥지 주인에게 쫓기지 않고 더 수월하게 숙주의 둥지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들키지 않으려면 아주 재빨리 떠나야 하겠지요. / Kentish Plumber on Flickr

뻐꾸기는 외모뿐만 아니라 울음소리도 새매를 모방하는데요. 암컷 뻐꾸기의 '삐삐삐' 울음소리는 새매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뻐꾸기는 숙주의 둥지에 알을 낳은 후 새매를 닮은 울음소리를 내고 둥지를 떠나는데요. 이와 같은 행동은 둥지 주인이 천적을 경계하는 데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여, 상대적으로 둥지의 알에 덜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둥지 주인이 알에 덜 신경을 쓰게 되면, 그만큼 뻐꾸기의 알이 그 정체를 들킬 확률은 줄어들게 되겠지요.


곧 발사될 뻐꾸기입니다. / Tony CC Gray on Flickr

오늘은 다양하게도 우는 새 뻐꾸기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뻐꾸기의 탁란에 대해 주로 알아보았는데요. 탁란을 하는 새들 못지 않게 탁란을 당하는 새들 역시 아주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기생 행동을 방지하곤 합니다. 뻐꾸기에 관한 얘기도 탁란에 관한 얘기도 아직 한참 남았기 때문에, 언젠가 새들의 탁란에 관한 전반적인 얘기를 하는 포스트를 작성해 볼 날을 기약하며 오늘의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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