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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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웃는 것을 보면, 딱히 좋은 일이 없더라도 공연히 따라서 웃음이 나는 때가 있습니다. 8월도 슬슬 끝나가는 시점, 어느새 올해가 세 달밖에 남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를 위해, 오늘은 당신을 보며 아주 방긋 웃는 것 같은 어느 새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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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것은 선명한 주황색으로 웃고 있는 이 검은 새의 사진이 이용된 짤입니다. 위의 왼쪽 짤에 적힌 문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영화인 '다크 나이트'에 등장하는 빌런 조커의 대표적인 대사인데요. 영화 속 조커의 화장과 흉터가 웃고 있는 것같이 생긴 부리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에 탄생한 밈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사진은 오른쪽의 예처럼, 다른 문구 없이 얼굴 부분만을 확대하여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 사진은 미국의 사진작가 Robert Royse가 촬영한 것으로, 원출처인 이 링크에서 다른 각도에서 찍은 오늘의 주인공의 모습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이 사진들은 알래스카에서 6월에 촬영되었다고 하는데, 그게 어느 해의 6월이었는지는 알 수 없군요.


비탈에 선 머리깃크레스티드작은바다쇠오클리트입니다. / ⓒ jamesgiroux

이 새의 영명은 crested auklet이며, 한국에선 이를 그대로 음독하여 크레스티드오클리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auklet는 바다오리라고 번역될 때도 있고 바다쇠오리라고 번역될 때도 있는 등 번역어가 통일되어 있지 않고, crested는 이 새의 외형적 특징을 나타내주는 수식어이기 때문에 이 포스트에서는 어중간하게 번역된 머리깃오클리트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auk가 일반적으로 바다쇠오리라고 번역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작은 auk를 뜻하는 auklet을 바다쇠쇠오리 또는 작은바다쇠오리라고 번역하는 방법도 있긴 하겠습니다.


머리깃이 까리한 것을 보니 인기가 많겠습니다. / ⓒ Phil Chaon

머리깃오클리트는 북태평양에 서식하는 몸길이 18~27cm의 바닷새로,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멋진 머리깃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새들이 수컷만 장식깃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머리깃오클리트는 암수 모두 긴 머리깃을 가지고 있는데요. 머리깃오클리트의 머리깃을 구성하는 깃털 수는 2~23개 사이로 아주 다양한데, 평균적으론 12개의 깃털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머리깃은 깃털 개수뿐만 아니라 그 길이도 저마다 자유분방하여, 짧으면 8mm에서 길면 60mm에 이르기도 한다고 하네요. 머리깃의 길이는 머리깃오클리트가 짝을 정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머리깃이 긴 상대일수록 더 매력적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검은 깃털과 흰 눈의 대비가 멋집니다. / ⓒ jamesgiroux

흰색에 가까운 밝은 색의 눈과, 그 눈가에 자라있는 흰 띠 무늬 역시 머리깃오클리트의 멋진 외형을 완성해주는 요소 중 하나인데요. 번식기의 수컷 머리깃오클리트는 구애를 할 때 동공을 작게 만들어서, 안 그래도 하얀 눈이 더 새하얗게 보이도록 한다고 합니다. 또한 눈가의 흰 띠는 머리깃과 마찬가지로, 그 모양과 길이가 개체마다 천차만별이라고 하는데요. 얼핏 보기엔 모든 머리깃오클리트가 개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속해있다 보면 결국은 그 안에서 어떻게든 더 개성적이어야 하는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겠지요.


그에게선 시트러스 향이 났다. / Figure adapted from Hagelin, Julie C et al. (2003).그에게선 시트러스 향이 났다. / Figure adapted from Hagelin, Julie C et al. (2003).

비주얼만으로도 이미 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임팩트를 가진 머리깃오클리트는, 사실 이를 뛰어넘는 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구애를 위해 냄새를 이용한다는 것이지요. 머리깃오클리트의 깃털에서는 시트러스향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요. 이 냄새는 목 뒤의 깃털에서 가장 강하게 나기 때문에, 목 깃털을 부풀릴 때 아주 잘 퍼집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머리깃오클리트에게서는 목 깃털 냄새 맡기(ruff sniff)라는 독특한 습성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는 말 그대로 부리를 상대의 목 깃털에 처박는 행위로, 서로 구애 중인 암수뿐만 아니라 집단으로도 이루어지는 행위입니다. 이 냄새는 강하면 강할수록 상대에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하네요.


번식기의 머리깃오클리트는 여러 마리가 모여 커다란 무리를 이루는데, 많을 때는 수백만 마리가 한 곳에 모이기도 합니다. 위 영상에서 번식기가 되어 모여든 머리깃오클리트를 볼 수 있는데요. 수많은 머리깃오클리트의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부리를 하늘로 향하고 목을 부풀리고 서로의 목에 부리를 파묻는 머리깃오클리트들과 중간중간 그 사이에 끼어있는 퍼핀들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 후반에 등장하는 부리 끝이 붉은 작은 새들은 작은바다오리(least auklet)로, 한국에서도 드물게 볼 수 있는 새이기 때문에 한국어 명칭이 머리깃오클리트에 비해 훨씬 제대로 정립되어 있죠.


비번식기의 머리깃오클리트는 바다에서 주로 생활합니다. / ⓒ cedarleaf

사실 지금까지 소개한 머리깃오클리트의 특징은 전부 번식기에만 관찰할 수 있는 특성들입니다. 비번식기의 머리깃오클리트는 아주 짧은 머리깃을 가지고 있으며, 눈가의 흰 깃털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부리도 번식기에 비해 작아지며 칙칙한 색으로 변하게 되죠. 일반적인 머리깃오클리트의 번식기는 5월부터 8월 사이인데요. 오늘의 짤이 촬영된 것은 구애가 한창일 6월이니, 아주 선명한 주황색 부리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안녕! / ⓒ greglasley

오늘은 헤어스타일이 멋진 새 머리깃오클리트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머리깃오클리트에게서 시트러스 향이 난다는 것은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앞으로는 시트러스 향을 맡으면 이 독특한 새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시트러스 향을 맡으면 이 새의 귤빛 부리를 생각하길 바라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Hagelin, Julie C., Ian L. Jones, and L. E. L. Rasmussen. "A tangerine-scented social odour in a monogamous seabird."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B: Biological Sciences 270.1522 (2003): 1323-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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