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폴더

넓적부리황새

Shoebill, 신발 닮은 분

지금까지 소개한 새 중에 웃기고 이상하지 않은 새는 하나도 없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만, 모든 독특한 새 중에서도 유독 더 낯설고 독특한 새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정말 독보적으로 독특하여, 어떤 다른 새와도 헷갈릴 수 없는 어느 새에 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잘생긴 옆모습입니다. / Emilie Chen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넓적부리황새입니다. 얼굴을 보면 거대하고 독특한 부리에 매료당하고, 전신을 보면 그 거대한 크기와 풍채에 압도당하는 아주 근사한 새이죠. 이 새의 어마어마함을 좀 더 구체적인 수치로 알아보면, 부리의 길이는 20cm로 현존 조류 중 펠리컨류와 황새류를 제외하면 가장 길며, 신장과 몸길이는 1m가 넘다 못해 1.5m에 육박합니다. 넓적부리황새는 수단~잠비아에 걸쳐 아프리카 동부의 늪지에 주로 서식하니, 이 멋진 새와의 랑데부를 고대하시는 분이 있다면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신발부리황새의 넓적이 잘 보이는 사진입니다. / pelican on Flickr

넓적부리황새의 영명은 shoebill로, 직역해보면 신발부리인데요. 혹시 다른 유래가 있을까 했습니다만 정말로 부리가 신발을 닮았다고 하여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랍어로 넓적부리황새는 '백나일강의 신발(حذاء النيل الابيض)'이라고도 불린다 하는데요. 이쯤 되면 넓적부리황새를 신발부리라고 부르지 말고 신발을 넓적부리황새부리라고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여러 마리의 shoebill은 과연 shoesbill과 shoebills 중 무엇이라 표기해야 할지가 궁금해지는데요. shoebill의 복수형은 shoebills로 표기하며, 만약 부리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 넓적부리황새가 발견된다면 그 새는 shoesbill이라고 표기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넓적부리황새의 넓적날개의 너비는 2.5m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 Nik Borrow on Flickr

넓적부리황새의 이름의 이상한 점은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넓적부리황새는 사다새목에 속하는 새인데, 어째서인지 이름에는 황새가 들어가는데요. 과거에는 황새를 닮은 외모 때문에 황새목으로 분류되었지만, DNA 검사 결과 사실 사다새목에 가깝다고 하여 현재는 분류가 이동되었다고 합니다. DNA 검사가 없어 새들을 외모만으로 분류하던 시절엔 꽤 흔한 일이었죠. 또한 넓적부리황새는 whalehead라고도 불리는데, 학명인 Balaeniceps rex에서 Balaeniceps는 라틴어로 고래를 뜻하는 balaena와 머리를 뜻하는 caput(-ceps)가 합쳐져 고래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머리가 고래를 닮았다는 것이든 머리가 크다는 것이든 고래 얘기가 나온 것은 다소 뜬금없습니다만, 그래도 신발보다는 고래에 비유되는 것이 넓적부리황새의 심정에는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넓적부리황새의 주식은 주로 폐어와 같은 물고기인데, 작은 악어나 물새 새끼도 종종 섭취한다고 합니다. 사냥을 하는 넓적부리황새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때로는 전혀 움직임이 없이 가만히 서 있기도 하는데요. 위 영상에서 아주아주 가만히 있는 넓적부리황새의 모습을 지켜보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행위는 먹이가 경계심을 풀고 넓적부리황새의 가까이까지 오게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넓적부리황새는 사냥터로 산소 농도가 낮은 물을 선호하는데요. 수중의 물고기들이 호흡을 위해 수면으로 접근하면, 넓적부리황새는 큰 부리를 사용하여 먹이를 재빠르게 낚아채죠. 이와 같은 사냥을 할 때 넓적부리황새는 촉각보다는 시각을 주로 사용한다고 하네요.


넓적부리황새는 생김새가 독자적인 것만큼 그 생태도 독립적인 새로, 대개 혼자 생활하는 편입니다. 울음소리를 내는 일도 거의 없이 조용하고, 움직임도 적어서 동상 같다고 표현되기도 하죠. 그런데 이 새가 그나마 혼자가 아니고, 조금 덜 조용해지며, 조금은 많이 움직일 때가 있는데 과연 그게 언제일까요. 바로 모든 새들이 인생에서 가장 소란스러워지는 시기인 번식기입니다. 이 조용한 새도 번식기가 되면 윗부리와 아랫부리를 빠르게 맞부딪치는 소리를 내 구애를 하는데요. 이 소리는 기관총 소리 같다고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위 영상의 앞부분에서 사랑의 기관총 소리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맞은 두 넓적부리황새는 서로 고개를 숙이는 등의 구애 행동을 보이죠.


고독을 만끽하고 있는 넓적부리황새입니다. / Emilie Chen on Flickr

넓적부리황새가 번식기에 굳이 '그나마' 혼자가 아니게 된다고 표현한 이유는, 이 새들이 번식기에도 각자의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넓적부리황새는 수생 식물을 사용하여 너비가 1~1.7m 정도 되는 둥지를 짓고, 한 번에 1~3개의 알을 낳는데요. 일반적으로 이 중 한 마리에만 집중하여 끝까지 키워낸다고 합니다. 둥지 짓기, 알 품기, 주위 경계 및 새끼 돌보기는 전부 암수가 번갈아 하는데, 이와 같은 관계는 부부나 짝보다는 육아 파트너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오늘 밤 당신에게 찾아가겠습니다. / tomosuke214 on Flickr

오늘은 신발 또는 고래를 닮은 새 넓적부리황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포스트만으로도 이 새의 독특함에 관해 많이 소개한 것 같습니다만, 아직도 이 새에 관해 소개할 독특한 습성이나 밈이 많이 남아있으니 조만간 또 다른 포스트로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이 포스트 보신 분들 꿈에 넓적부리황새가 찾아가길 바라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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