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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치

Eurasian jay, 도토리 점심 가지고

내 고장 칠월은 옥수수가 익어가는 시절입니다. 실은 며칠 전 산책 중이던 친족으로부터 옥수수 서리꾼의 사진을 제보받았는데요. 밭을 털던 것은 두 마리였지만 사진은 한 마리만 찍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모든 옥수수를 한 입씩 맛보려던 저 친구는 이 사진을 찍은 직후 공범과 함께 옥수수밭을 떠나 다른 나무로 도망갔다고 하네요. 이런 일도 있었고 하니 오늘은 겸사겸사 이 새를 소개하는 포스트를 작성해보겠습니다. 혹시 옥수수인 독자분이 계신다면 무사히 수확되시기 전까지 위의 새를 조심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어치의 사진입니다. / Sergey Yeliseev on Flickr
어치의 사진입니다. / Sergey Yeliseev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의 이름은 어치입니다. 한국 전역에 분포하는 텃새인 어치는 산까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아마도 땅에서 두 발을 모아 뛰는 것이 까치와 비슷해 산에 사는 까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도토리와 어치입니다. / Hans-Jörg Hellwig on Wikimedia commons
도토리와 어치입니다. / Hans-Jörg Hellwig on Wikimedia commons

어치의 학명은 Garrulus glandarius인데, 여기서 glandarius는 도토리를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어치는 잡식성의 새로 옥수수나 도토리 같은 식물성 먹이뿐만 아니라 곤충이나 다른 새의 알이나 새끼 역시 즐겨 먹는데요. 저런 학명이 붙을 정도면 도토리를 그중에서도 많이 좋아하나 봅니다. 재밌는 것이, 어치는 겨울에 대비해 도토리를 저장해두는 습성이 있습니다. 어치는 한 번에 4~5개의 도토리를 목주머니에 넣고 날아다니며, 낙엽 밑이나 땅속에 도토리를 하나씩 숨깁니다. 어치가 잊어버린 도토리들은 다른 동물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참나무로 자라겠지요.


감성 어치 사진입니다. / Irene Mei on Flickr
감성 어치 사진입니다. / Irene Mei on Flickr

어치는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접근하기 위해서인지 날갯짓 소리가 굉장히 작습니다. 그리고 날갯짓 소리와 달리 울음소리는 굉장히 시끄럽죠. 이 때문인지 어치의 영명인 jay는 말이 많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치의 울음소리가 항상 크고 시끄러운 것은 아닙니다. 어치의 또 다른 특성은 소리를 흉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위 영상의 고양이 울음소리뿐만 아니라 다른 새의 소리 역시 따라 할 수 있으며, 인간 가까이에서 지낸 경우 사람의 말을 따라 할 수도 있다고 하는군요. 


이 두 영상 중 위의 영상은 말똥가리의 울음소리를 따라 하는 어치이며, 아래의 영상은 실제 말똥가리의 울음소리입니다. 두 소리를 비교해보면 굉장히 유사한데요. 이런 식으로 어치는 맹금류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서 자신의 둥지에 접근하는 천적을 쫓거나, 다른 새를 교란시키고 부모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 둥지의 알이나 새끼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어치와 어치, 그리고 어치, 어치, 마지막으로 어치입니다. / Sergey Yeliseev on Flickr
어치와 어치, 그리고 어치, 어치, 마지막으로 어치입니다. / Sergey Yeliseev on Flickr

어치들은 기본적으로 무리 생활을 하는 새들입니다. 위에서 옥수수를 털던 어치도 두 마리였던 것처럼 말이죠. 이 어치 무리들은 까마귀나 부엉이, 또는 매와 같은 천적들을 함께 공격하여 자신들의 영역에서 쫓아내곤 합니다. 이러한 행위를 모빙(mobbing)이라고 부르는데, 이 모빙 관련해서 재밌는 얘기들이 많아 나중에 따로 포스트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작성하겠다 예약된 포스트들이 어느새 꽤 쌓였군요.


그런데 위의 다섯 마리의 어치 사진을 보면, 지금까지 보았던 어치들과는 색이 조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치는 유라시아의 온대지방 위주로 널리 분포한 새로, 지역에 따라 다양한 아종이 존재합니다. 위 다섯 마리 어치는 주로 트랜스코카시아에 분포하는 아종(G. g. krynicki)으로, 종종 코카시안어치(caucasian jay)라고도 불리는 모양입니다.


이어서 어치와 어치입니다. / MathKnight on Wikimedia commons, Charles Lam on Flickr이어서 어치와 어치입니다. / MathKnight on Wikimedia commons, Charles Lam on Flickr
이어서 어치와 어치입니다. / MathKnight on Wikimedia commons, Charles Lam on Flickr

위의 두 어치 역시 다른 어치들과는 굉장히 인상이 다릅니다. 왼쪽의 옅은 깃털 어치는 중동 지역에 분포하는 아종(G. g. atricapillus)으로, 레반트어치(levant jay) 또는 검은머리어치(black-capped jay)라고도 불립니다. 오른쪽의 검은 마스크를 쓴 어치는 일본 남부지역에 서식하는 아종(G. g. japonicus)이며, 일본어치(japanese jay)라고도 불립니다. 워낙 널리 분포하기 때문인지 다른 아종도 영국어치(british jay, G. g. rufitergum) 또는 남동서부구북구어치(south-east western palearctic jay, G. g. anatoliae)와 같이 분포하는 지역에서 따와 부르는 경우가 많더군요.


어치의 날개깃입니다. / Paul Brooker on Flickr
어치의 날개깃입니다. / Paul Brooker on Flickr

어치 아종들의 깃털 색은 굉장히 다양합니다만, 어떤 사진에서도 날개의 파란 깃털은 돋보입니다. 전신의 깃털이 파란 것 못지않게, 어치처럼 날개의 일부에만 파란 깃털이 포인트로 들어간 것도 굉장히 매력적이죠. 그 때문인지 어치는 유독 새 사진을 찾을 때 파란 깃털 사진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예쁜 것은 나누라고 배웠기 때문에 이 포스트에도 하나 첨부해 봅니다.


ninfaj on Flickr
ninfaj on Flickr

마지막으로 포스트를 간단히 복습하는 의미에서, 파란 깃털과 도토리, 그리고 어치의 단체생활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옥수수분들께서는 어치 피해를 최소화하여 무사히 영글어 수확되시길 바라며, 이번 포스트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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