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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열었쪄

삼복더위도 슬슬 막바지에 접어들며,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혹독한 더위도 조금이지만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있습니다. 최근 모든 포스트를 덥다는 얘기로 시작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만, 그만큼 올해의 더위가 독했다는 것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던 더위가 곧 지나갈 것이란 희망을 품고, 오늘은 조금 힘이 나는 포스트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파게티 소스 병을 한 번에 열었을 때의 당신 모습

오늘 소개할 것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이 보송보송한 아기새입니다. 두 발로 직립해 있고, 날개가 지느러미같이 생겼으며, 엉덩이가 뚠뚠하다는 관찰 결과를 통해 이 아기새는 펭귄의 일종이라고 쉽게 예상해볼 수 있지요. 또한 오늘의 짤에 적힌 문구에 스파게티가 포함되어 있고 이 아기새의 부리는 굉장히 빨간데요. 이를 통해서는 이 펭귄이 연 병에 담겨있던 것은 토마토 소스이며, 부리는 스파게티를 포식한 후 토마토 소스가 잔뜩 묻어 빨개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비록 후자의 추정에 대한 근거는 희박하지만, 배부르고 힘센 아기펭귄은 몹시 귀여우니 잠시만 스파게티를 뇸뇸 먹는 아기펭귄의 모습을 상상하고 넘어가겠습니다.


ⓒ Brent Stephensonⓒ Brent Stephenson

위의 두 사진 중 왼쪽 사진이 오늘 소개할 짤의 원본이며, 오른쪽 사진은 다른 각도에서 본 같은 펭귄들인데요. 사실 오른쪽 사진은 오늘의 포스트에서 꼭 필요하진 않습니다만 귀여우니 참고 자료 겸 해서 첨부해 보았습니다. 이 사진들은 2011년 1월에 촬영되었으며, 원출처는 이 블로그인데요. 어깨에 힘이 들어간 아가펭귄 하나만 크롭된 오늘의 짤과 달리, 원본 사진에는 눈을 내리뜬 어른펭귄 하나와 납작한 아가펭귄 하나가 같이 찍힌 것을 확인할 수 있죠. 또한 원작자가 이 사진에 붙인 주석은 'Muscle penguin!'으로, 오늘의 주인공의 힘차고 강함이 잘 느껴집니다.


킹펭귄과 킹펭귄 사이의 젠투펭귄과 젠투펭귄입니다. / Falkland Islands on Flickr

오늘의 펭귄들은 젠투펭귄(gentoo penguin)입니다. 황제펭귄과 킹펭귄에 이어 현존 펭귄 중 세 번째로 큰 펭귄으로, 평균 신장이 70~80cm에 이르지요. 젠투펭귄은 남극 대륙 및 아남극의 섬에 주로 서식하는 펭귄인데요. 남극처럼 추운 곳에 서식하자면 스파게티 소스 병이 열리지 않더라도 뚜껑에 따뜻한 물을 붓는 등의 기술은 사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짤의 아기펭귄은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한 번에 스파게티 소스 병을 연 것이니 스스로가 아주 자랑스러울 만도 하군요.


꼬리로 온 남극을 다 쓸고 다니는 젠투펭귄입니다. / Amanda B on Flickr

젠투펭귄은 현존 펭귄 중 가장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펭귄이기도 합니다. 긴 꼬리를 양쪽으로 흔들며 걷는 버릇 때문에, 젠투펭귄속(Pygoscelis)에 속하는 젠투펭귄, 아델리펭귄(Adélie penguin), 턱끈펭귄(chinstrap penguin)은 묶어서 붓꼬리 펭귄(brush-tailed penguin)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양쪽 눈 위의 흰 무늬와 붉은 부리, 분홍 발도 젠투펭귄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인데요. 모든 젠투펭귄의 부리가 붉은 것으로 보아, 오늘의 짤의 젠투펭귄 부리가 붉은 것은 토마토 스파게티 때문이 아닐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군요.


어느 펭귄가족의 단란한 한때입니다. / T. Cullen on Flickr

펭귄 중에서 황제펭귄의 인지도가 워낙 높은 탓에, 펭귄은 둥지를 만들지 않고 발등 위에서 알을 품는다는 이미지가 굉장히 강한데요. 사실 젠투펭귄을 비롯하여 다른 종의 펭귄들은 돌로 둥지를 만들고 알을 두 개씩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오늘의 사진에서 두 마리의 아가 젠투펭귄들은 형제자매이며, 옆의 어른 펭귄은 이 친구들의 엄마거나 아빠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지요. 젠투펭귄은 암수가 번갈아 새끼를 키우고 육안으로는 암수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이 어른 펭귄이 부모 중 어느 쪽이라고 확언은 못하겠습니다.


수영 능력이 뛰어나고 있는 젠투펭귄입니다. / Gilad Rom on Flickr

젠투펭귄은 수영과 잠수 능력이 아주 뛰어난 펭귄인데요. 젠투펭귄의 수영 능력은 속도로는 시속 22마일, 깊이로는 655피트에 이르는데, 이를 우리에게 더 익숙한 단위로 환산해보면 각각 시속 36킬로미터, 수심 200미터가 됩니다. 이는 속도로도 깊이로도 현존 펭귄 중에선 탑급이라고 하는데, 젠투펭귄은 왜 이렇게 수영을 열심히 하게 된 것일까요. 사실 젠투펭귄의 주식은 토마토 스파게티가 아니라 크릴새우와 같은 작은 해양 갑각류로, 먹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난 수영 능력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지요. 그렇다면 젠투펭귄은 토마토 해물 스파게티를 좋아할까요. 그건 현재까지 전혀 밝혀진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혹시 젠투펭귄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한번 직접 물어보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아이궁! / Falkland Islands on Flickr

오늘은 힘세고 강한 귀염둥이 젠투펭귄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혹시 굳게 닫힌 스파게티 병을 열어야 할 일이 생길 경우, 펭귄에게 질 수 없다며 무리했다가 손목과 어깨가 나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하여 따뜻한 물이나 고무장갑을 사용하시기를 추천드리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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