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폴더

종다리

Eurasian skylark, 노고지리 우지진다

무더위가 계속되며, 평소라면 전혀 반기지 않을 태풍마저도 온도를 내려 줄 수만 있다면 얼른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말들이 나올 정도로 뜨거운 여름입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최근 발생한 12호 태풍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입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그 새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머리깃을 세운 종다리입니다. / Imran Shah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종다리입니다. 종다리는 종달새라고 불리기도 하며, 이 두 이름은 복수 표준어이기 때문에 무엇으로 불러도 종다리에게 실례되는 일은 아닐 텐데요. 하지만 이 중 최근 더 많이 언급되어 익숙한 이름은 종다리일 테니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종다리라는 이름을 주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종다리는 몸길이 18cm 정도로, 검은 무늬가 있는 갈색 깃털의 작은 새입니다. 머리에는 짧은 머리깃이 있어 세우거나 눕힐 수 있는데, 머리깃을 세우는 것은 주로 수컷이라고 하는군요.


둥지에서 나온 지 얼마 안된 어린 종다리가 세상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 Dave Curtis on Flickr

이십사절기 중 4월의 절기인 청명과 곡우 사이의 보름 동안을 셋으로 나눴을 때, 삼후(三候) 중 중간인 이후(二候)에는 들쥐 대신 종다리가 나타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종다리는 이르면 3월 말부터 늦으면 7월까지도 둥지를 트는 새들인데요. 청명과 곡우 사이인 4월 중순은 한창 종다리들이 짝을 찾고 새끼를 키우기 시작할 시기이니, 이때는 종다리의 모습과 울음소리를 다른 시기보다 더 쉽게 접할 수 있죠.


봄기운이 물씬 느껴집니다. / NottsExMiner on flickr

이른 봄이면 모습이 많이 보이는 생태 때문에 종다리는 봄을 알리는 새로 여겨지곤 했는데요. '東窓이 ᄇᆞᆯ갓ᄂᆞ냐 노고지리 우지진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조선 후기의 문신 남구만의 시조에서, 종다리의 옛말인 노고지리라는 시어를 통해서 이 시의 계절적 배경이 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초등 교과서에 실린 윤석중 작사, 이은렬 작곡의 '종달새의 하루'라는 노래에서 종다리는 하늘에서 굽어보면 보리밭이 좋아보이고 밭에서 쳐다보면 저 하늘이 좋아보여 종일 오르락내리락하는데요. 이 노래에서도 보리밭이라는 노랫말에서 봄을 느낄 수 있죠.

하늘에서 굽어보니 보리밭이 좋아보이는 종다리입니다. / Stefan Berndtsson on Flickr

그렇다면 왜 종다리는 보리밭과 하늘을 오르내린 것일까요. 번식기의 수컷 종다리는 노래를 부르며 수십 미터 상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반복하는데, 이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짝에게 구애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암컷 종다리들은 공중에서 오래 정지 비행하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수컷을 선호하며, 그 결과 종다리는 수컷이 암컷보다 넓은 날개를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는 종다리 수컷의 습성 때문에 종다리에게는 아주 다양한 이명이 붙어 있는데요.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면, 하늘 높이 구름 속을 노니는 새라는 '운작(雲雀)', 땅의 일을 하늘에 고한다는 '고천자(告天子)'와 '규천자(叫天子)', 쉬지 않고 정신 없이 움직인다는 '깝죽새' 등이 있습니다.


종다리는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서식하는 새로,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대표적인 명금 중 하나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지저귀는 종다리는 서양에서 아침을 알리는 새로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야행성의 인간을 올빼미에 비유하는 것처럼, 주행성의 인간은 종다리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죠. 또한 하이든의 현악 4중주 Op. 64 중 제 5번은 '종달새(The Lark)'라고 불리는데요. 이는 1악장 도입부의 바이올린 선율이 종다리 울음소리와 비슷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하네요. 위의 영상에서 하늘 높이 날고 있는 종다리의 모습과 울음소리를 확인해 볼 수 있는데요.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속 바이올린 선율과 얼마나 비슷한지 직접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Fred F on Flickr

오늘은 봄을 알리는 새 종다리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비록 지금은 종다리를 보기는 어려운 계절입니다만, 태풍 이름으로나마 잠시 이 친구들의 안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사람도 새도 힘든 계절 무사히 거쳐내고 내년 봄에 종다리와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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