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폴더

사막꿩

Pteroclidae, 물 먹은 솜

덥거나 비 오거나 더우면서 비가 오는 여름입니다. 7월 중순이 되어서 안 더우면 물론 그게 더 문제긴 하겠지만서도, 몸이 물 먹은 솜 같은데 심지어 그 물이 뜨뜻미지근한 물이라 굉장히 애매하고 후끈한 기분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초복을 하루 앞둔 오늘은 물 먹은 솜 여러분 및 솜 먹은 물 여러분을 위하여 덥고 축축한 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새는 사막꿩들입니다. 사막꿩과에 속하는 새는 총 16종으로, 원래는 그중 하나를 골라서 포스트를 작성하여 볼까 하였는데요. 이 포스트에선 이 친구들의 보편적인 특성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게 되어 한 과 전부를 들고 오게 되었습니다. 이름 앞에 검은배나 바늘꼬리 같은 외형적 특성이 붙어있는 사막꿩들 사이에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은 사막꿩은 오히려 눈에 띄는데요. 왜 이 친구의 한국 이름은 이렇게 심플한 것일까요. 그건 16종의 사막꿩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 관찰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막꿩은 동유럽에서 동아시아에 걸쳐 분포하며 한국에는 길 잃은 새로 드물게 찾아오는데요.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땀 흘리는 외국 사막꿩에겐 길을 알려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문득 듭니다. 사실 조류에겐 땀샘이 발달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적당히 여름노래적 허용으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풍경에 녹아들고 있는 밤색배사막꿩입니다. / Sergey Yeliseev on Flickr

이름에 사막이 들어가긴 하지만, 사실 사막꿩들이 사막에만 사는 것은 아닙니다. 사막꿩은 나무가 없는 넓은 평원이면 초원이나 사바나 또는 반사막에도 서식하죠. 사막꿩의 영명인 sandgrouse는 직역하면 모래뇌조가 되는데,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모래밭에 살기 때문이라는 설과 깃털이 모래색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는데요. 모래밭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으려고 모래색인 것일 테니, 복합적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사막꿩 새끼의 통통한 발입니다. / Photo by S. Domashevsky, UBPRC-Ukrainian Birds of Prey Research Centre

사막꿩들은 독특한 발을 가지고 있는 새인데요. 16종의 사막꿩 중 14종이 속하는 Pterocles속의 새들은 뒷발가락이 흔적기관 수준으로 아주 작습니다. 그리고 Syrrhaptes속에 속하는 2종의 사막꿩은 뒷발가락이 아예 없으며, 다른 세 발가락도 합쳐져 있죠. Syrrhaptes는 서로 합쳐져 있음을 뜻하는 고대그리스어 συρραπτός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발가락까지 깃털이 보송보송 자라있는 Syrrhaptes속의 통통한 발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류의 발보다는 포유류의 발에 가깝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검은얼굴사막꿩 새끼들이 부모의 그늘 아래서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 Steve Garvie on Flickr

그럼 드디어 이 친구들의 물 먹은 솜스러운 부분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막꿩들의 주요한 먹이는 씨앗 종류인데요. 건조한 식생활을 하는 사막꿩들은 그만큼 물을 많이 섭취해야 합니다. 길고 뾰족한 형태의 강한 날개 덕에 사막꿩들은 빠르게 날 수 있고, 충분히 물가와 둥지를 오고가며 수분을 섭취할 수 있죠. 하지만 아직 보송보송한 어린 사막꿩들은 작고 약한 데다가 날지도 못하기 때문에 물을 마시러 갈 수 없습니다. 물을 마시러 가기는커녕 더운 낮엔 그늘 밖으로 나오기도 힘들 정도지요.


한 밤색배사막꿩이 배를 한껏 적시고 있습니다. / David Bygott on Flickr

어린 새끼가 직접 물을 마시러 갈 수 없으니, 남은 방법은 부모가 새끼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것뿐인데요. 사막꿩과에 속한 새의 대부분은 깃가지가 나선형으로 꼬여있는 독특한 구조의 배 깃털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물을 흡수하고 보관하기에 아주 적합합니다. 부모 사막꿩이 물가에서 배 깃털을 잘 적신 후 둥지로 돌아가면, 새끼 사막꿩들은 부모의 배 깃털에 담겨온 물을 빨아 먹는 방식으로 수분을 보충하죠. 이와 같은 깃털이 분포한 면적은 수컷이 암컷에 비해 훨씬 넓어, 새끼에게 물을 옮기는 것은 보통 수컷이 전담합니다. 사막꿩이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물의 양은 보통 수컷이 20ml 정도이며, 암컷은 그 반 정도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작은 물약 병이 10~20ml 정도이니 이를 통해 우리는 사막꿩의 배 깃털이 얼마나 축축할지를 어렴풋이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잘 구워지고 있는 빵빵하고 푸짐한 한 쌍의 점무늬사막꿩입니다. / vil.sandi on Flickr

오늘은 배 깃털이 촉촉한 새 사막꿩들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비록 우리는 배 깃털도 없고 배 깃털에 물을 적셔서 먹여줄 가족도 없지만 땀샘과 에어컨이 있어 어찌어찌 근근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더운 여름 탈수에 주의하도록 하며, 가혹한 여름을 잘 살아남아 보도록 약속하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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