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는 종종 요정에 비유되곤 합니다. 작고, 귀엽고, 날아다닐 수 있다는 등의 여러 특징을 공유하기 때문일 텐데요. 오늘은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이름에 요정이 들어가는 새인 요정굴뚝새에 관해 알아보려 합니다. 요정굴뚝새류에는 네 개의 속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중 하나인 말루루스속에 속하는 다음의 열한 종의 새에 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러블리요정굴뚝새 (Lovely fairywren)
  • 얼룩요정굴뚝새 (Variegated fairywren)
  • 푸른가슴요정굴뚝새 (Blue-breasted fairywren)
  • 붉은날개요정굴뚝새 (Red-winged fairywren)
  • 청요정굴뚝새 (Superb fairywren)
  • 서부요정굴뚝새 (Splendid fairywren)
  • 자색관요정굴뚝새 (Purple-crowned fairywren)
  • 붉은등요정굴뚝새 (Red-backed fairywren)
  • 흰날개요정굴뚝새 (White-winged fairywren)
  • 흰어깨요정굴뚝새 (White-shouldered fairywren)
  • 황제요정굴뚝새 (Emperor fairywren)


자색관요정굴뚝새의 암컷과 수컷입니다. / P Barden on Wikimedia commons
자색관요정굴뚝새의 암컷과 수컷입니다. / P Barden on Wikimedia commons

이 말루루스속의 요정굴뚝새들은 일생을 같은 개체와 짝을 이루어 삽니다. 이러한 습성 때문인지 요정굴뚝새들은 성장한 후에도 둥지를 바로 떠나지 않고 남아서 동생을 돌보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사실 이 요정굴뚝새들은 일부일처 체계 속에서도 정기적으로 짝이 아닌 다른 요정굴뚝새와도 교미하는, 성적으로 굉장히 자유로운 특이한 새들입니다. 수컷들은 자신의 새끼를 돌볼 뿐만 아니라, 자신과 교미했던 상대의 새끼를 돌보는 것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위 사진의 자색관요정굴뚝새는 요정굴뚝새 중에선 예외적으로, 대부분의 교미가 자신의 짝과 이루어지는 종입니다.


성적으로 자유로운 것이 원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요정굴뚝새들의 구애 방법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 다양한 구애의 방법 중 한 가지는 해마 비행(sea horse flight)입니다. 수컷 요정굴뚝새는 목을 부풀리고, 머리깃을 세우고 몸을 수평에서 수직으로 기울이며, 날개를 빠르게 치고 뛰었다 천천히 내려오길 반복합니다. 즉, 설명만 읽어봐도 굉장히 정신없고 과장된 비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열렬히 구애하고 있는 서부요정굴뚝새 수컷입니다. / Nevil Lazarus on Wikimedia commons
열렬히 구애하고 있는 서부요정굴뚝새 수컷입니다. / Nevil Lazarus on Wikimedia commons

또 다른 요정굴뚝새의 구애 방법으론 얼굴 부채(face fan)가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얼굴의 깃을 세워서 펄럭이는 것인데요. 이 과장된 두 가지의 구애는 요정굴뚝새에겐 분명 굉장히 매력적이겠지만, 솔직히 인간인 저로서는 성적인 끌림보단 귀여움이 강하게 느껴지는군요.


꽃잎을 물고 있는 수컷 튀르쿠아즈요정굴뚝새(서부요정굴뚝새의 아종)입니다. / Rob Drummond on Wikimedia commons
꽃잎을 물고 있는 수컷 튀르쿠아즈요정굴뚝새(서부요정굴뚝새의 아종)입니다. / Rob Drummond on Wikimedia commons

그런데 놀랍게도 일부 요정굴뚝새는 인간에게도 통할 만한 구애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꽃을 선물하는 것인데요. 요정굴뚝새 수컷은 암컷에게 꽃잎을 주며 구애를 합니다.


지금까지 암컷에게 꽃잎을 주는 요정굴뚝새는 위와 같이 여섯 종이 알려져 있는데요. 아직 관찰이 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것보다 더 다양한 종의 요정굴뚝새들이 꽃잎을 주고받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바우어새가 자신의 집을 꾸밀 때 각각의 종마다 선호하는 색이 있었던 것처럼, 이 요정굴뚝새들도 각 종이 구애에 사용하는 꽃잎의 색이 다릅니다. 이 꽃잎의 역할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수컷의 깃털과 대비되는 색으로 수컷의 깃털을 더 선명하게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합니다.


청요정굴뚝새와 서부요정굴뚝새 수컷입니다. / patrickkavanagh, ka.hi on Flickr청요정굴뚝새와 서부요정굴뚝새 수컷입니다. / patrickkavanagh, ka.hi on Flickr
청요정굴뚝새와 서부요정굴뚝새 수컷입니다. / patrickkavanagh, ka.hi on Flickr

지금까지 요정굴뚝새 사이에서 꽤 보편적인 세 가지 구애 방법에 관해 알아보았는데요. 그럼 이제 일부 굴뚝새들만이 사용하는 구애의 기술에 관해서도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두 종의 요정굴뚝새는 천적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구애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놀랍게도 이 노래의 목적은 천적을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정굴뚝새를 유혹하는 것입니다. 포식자의 울음소리 때문에 예민해진 상대는 이 노래에 더 강하게 반응하게 되죠. 일종의 흔들다리 효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몸을 잔뜩 낮추고 있는 수컷 청요정굴뚝새와 암컷 붉은날개요정굴뚝새입니다. / Akg16 on Wikimedia commons, Brian Ralphs on Flickr몸을 잔뜩 낮추고 있는 수컷 청요정굴뚝새와 암컷 붉은날개요정굴뚝새입니다. / Akg16 on Wikimedia commons, Brian Ralphs on Flickr
몸을 잔뜩 낮추고 있는 수컷 청요정굴뚝새와 암컷 붉은날개요정굴뚝새입니다. / Akg16 on Wikimedia commons, Brian Ralphs on Flickr

요정굴뚝새의 구애 방법에 관해서 많이 살펴보았으니, 이 새들의 다른 습성에 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그림과 사진의 요정굴뚝새는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꼬리를 세우고 있는 다른 사진들과 달리 꼬리도 내리고 있는데요. 이렇게 머리, 목, 꼬리를 낮추고 깃털을 부풀린 채 달리는 것을 설치류 달리기 행위(rodent-run display)라고 합니다. 이것은 천적이 나타났을 때 둥지를 지키기 위한 교란행위인데요. 포식자에게 깃털 빼면 먹을 것 없는 새끼새보다는 설치류가 더 효율적이고 좋은 먹이이기 때문에 요정굴뚝새는 설치류의 모습을 흉내 내어 둥지로부터 천적을 유인해냅니다.


서부요정굴뚝새의 암컷입니다. / dilettantiquity on Flickr
서부요정굴뚝새의 암컷입니다. / dilettantiquity on Flickr

오늘은 화려하고 정신없는 귀여운 요정들에 관해 정신없이 알아보았습니다. 요정굴뚝새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은 청요정굴뚝새와 서부요정굴뚝새의 수컷일 텐데요. 아마 파란 깃털이 요정이란 이름의 이미지와 잘 맞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뜻에서 파란 꼬리가 매력적인 암컷 서부요정굴뚝새의 사진으로 이번 포스트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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