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관해 알아보다 보면,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행동들이 사실은 많은 동물의 습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의 새 역시 인간만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던 행동을 하는 새 중 하나입니다.


번식깃이 자란 뿔논병아리입니다. / JJ Harrison on Wikimedia commons
번식깃이 자란 뿔논병아리입니다. / JJ Harrison on Wikimedia commons

오늘 소개할 새는 뿔논병아리입니다. 암수 모두 번식기가 되면 위 사진과 같이 머리에 화려한 번식깃이 자라는 새이지요. 그런데 이 새의 이름은 머리 위의 깃이 뿔같이 보여 '뿔'이 들어간다는 것은 알겠는데, '논'과 '병아리'는 어디서 온 것인지가 분명치 않습니다. '논'은 원래 짙은 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의 농(濃)이었다는 설이 있고, '병아리'는 우는 소리가 병아리 삐약거리는 것과 비슷해서라는 설과 크기가 작아서라는 설이 있지만 정확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뿔논병아리는 위에서 얘기한 화려한 번식깃만으로도 이미 독특하지만, 그것보단 굉장히 복잡하고 정교한 구애의 춤으로 더 유명합니다. 이 새들은 다리가 몸의 뒤쪽에 있어 땅에서는 잘 걷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지만, 물에선 굉장히 훌륭하게 춤을 출 수 있습니다. 물 위에서 만난 한 쌍의 뿔논병아리는 서로 마주 본 채 고개를 흔들고, 목을 까딱거립니다. 이어서 뿔논병아리는 두 마리 모두 물속으로 들어가 물풀을 물고 나옵니다. 그리고 둘은 다시 마주 보고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이 춤은 일반적으로 물풀 춤(weed dance)이라고 불립니다.


구애의 춤을 추고 있는 한 쌍의 뿔논병아리입니다. / Dr. Raju Kasambe on Wikimedia commons
구애의 춤을 추고 있는 한 쌍의 뿔논병아리입니다. / Dr. Raju Kasambe on Wikimedia commons

이 뿔논병아리의 구애의 춤은 물풀 춤 외에도 다양한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물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물 춤(water dance)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두 마리의 뿔논병아리가 가슴을 맞대고 춤을 추는 것이 하트모양으로 보인다 하여 하트 춤(heart dance)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뿔논병아리 둥지와 일가족입니다. / GrahamC57 on Flickr
뿔논병아리 둥지와 일가족입니다. / GrahamC57 on Flickr

구애의 춤을 춘 뿔논병아리는 물 위에 둥지를 짓습니다. 뿔논병아리는 부모가 번갈아 알을 품고, 새끼가 부화한 후엔 각각 전담할 새끼를 나눕니다. 부모는 자신이 전담하는 새끼를 주로 돌보며 헤엄치는 법과 먹이 잡는 법을 가르치는데요. 새끼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엔 부모가 따로 떨어져 자신이 맡은 새끼만을 돌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여담으로 알에서 깨어난 뿔논병아리 새끼의 머리엔 빨간 하트가 있습니다. 뿔논병아리 대신 하트논병아리 같은 이름도 괜찮을 것 같네요.


새끼를 업고 있는 뿔논병아리입니다. / Nicholls of the Yard on Flickr
새끼를 업고 있는 뿔논병아리입니다. / Nicholls of the Yard on Flickr
두 마리도 업고 / Gregory "Slobirdr" Smith on Flickr
두 마리도 업고 / Gregory "Slobirdr" Smith on Flickr
세 마리도 업습니다. / Richard Towell on Flickr
세 마리도 업습니다. / Richard Towell on Flickr
많이 큰 아가도 / rogiro on Flickr
많이 큰 아가도 / rogiro on Flickr
업어줍니다. / Jean-Daniel Echenard on Flickr
업어줍니다. / Jean-Daniel Echenard on Flickr

뿔논병아리의 재밌는 특징 중 하나는 부모가 새끼를 등에 업고 돌본다는 것입니다. 이건 논병아리과의 새 대부분에서 관찰되는 특징이기도 합니다. 뿔논병아리의 부모는 이 행동을 활용하여 새끼에게 헤엄치는 법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등에 새끼가 업혀있는 상태에서 부모가 잠수하면 새끼는 물 위에 둥둥 뜨게 됩니다. 그리고 잠수한 부모가 새끼들 몇 미터 앞에서 물 위로 떠오르면, 새끼는 부모에게 가기 위해 열심히 물을 저으며 수영하는 법을 익히게 되죠.


이 영상은 뿔논병아리가 새끼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영상인데요. 부모는 물고기를 잡아 새끼들 앞에 놓아주고 그 물고기를 잡도록 합니다. 그런데 영상 중간중간을 보면 먹이를 바로 새끼에게 주지 않고 물고 헤엄치며, 새끼들이 자신을 따라오게 하여 헤엄치고 잠수하는 법도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새끼에게 자신의 깃털을 먹이는 뿔논병아리입니다. / Hans Splinter on Flickr
새끼에게 자신의 깃털을 먹이는 뿔논병아리입니다. / Hans Splinter on Flickr

그런데 뿔논병아리의 사진이나 영상을 살펴보다 보면, 부모가 새끼에게 먹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깃털을 먹이는 경우가 간혹 보입니다. 이것은 먹이에서 소화되지 않는 부분을 펠릿의 형태로 뱉어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추정됩니다.


이 영상에서 뿔논병아리의 부모가 새끼에게 깃털을 먹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마리는 먹기 편하라고 그런 건지 물에 적셔 주기까지 하네요. 개인적으로 깃털보다도 둥지에 앉아 있던 성조가 깃털을 적시기 위해 일어날 때 굴러떨어지는 새끼가 이 영상의 킬링파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물에 적신 깃털을 먹을 수 있었으니 굴러떨어진 보람은 있군요.


어느 뿔논병아리의 가족사진입니다. / Roger Bunting on Flickr
어느 뿔논병아리의 가족사진입니다. / Roger Bunting on Flickr
또 다른 뿔논병아리의 가족사진입니다. / ⓒ Elias Estatistics Tsolis
또 다른 뿔논병아리의 가족사진입니다. / ⓒ Elias Estatistics Tsolis

아가들이 깃털을 다 먹었으니 그럼 이제 다른 뿔논병아리 가족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사진의 제일 오른쪽과, 아래 사진의 제일 왼쪽의 새끼 뿔논병아리는 다른 새끼들에 비해 유독 크기가 큽니다. 뿔논병아리는 한 번의 번식기에 두 번 이상의 번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위의 커다란 새끼들은 1차 번식으로 태어난 새끼이며, 작은 새끼들은 2차 번식으로 태어난 동생들입니다.


뿔논병아리 무리의 사진입니다. / Yerpo on Wikimedia commons뿔논병아리 무리의 사진입니다. / Yerpo on Wikimedia commons
뿔논병아리 무리의 사진입니다. / Yerpo on Wikimedia commons

위 사진을 보면 아직 머리에 줄무늬가 보이는 어린 뿔논병아리가 자신보다 더 어린 새끼를 등에 업고 있습니다. 뿔논병아리는 부모를 도와 자신의 동생을 돌보는 것으로 유명한 새 중 한 종입니다. 일반적으론 1차 번식 때 태어난 새끼가 2차 번식 때 태어난 동생들을 돌보는데요. 간혹 전해의 번식기에 태어난 새끼가 다음 번식기에 짝을 짓지 않고 부모와 머무르며 동생을 돌보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위 영상은 뿔논병아리 한 쌍이 둥지를 트는 것으로 시작하여 새끼 뿔논병아리가 커가는 과정을 요약한 영상입니다. 중간중간 다른 호수 생물들도 등장하는 잔잔하고 귀여운 힐링영상 남기며 이번 포스트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맹렬하게 아가들을 쫓아가는 아빠 사진도 남깁니다. / Roger Bunting on Flickr
맹렬하게 아가들을 쫓아가는 아빠 사진도 남깁니다. / Roger Bunting on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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