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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수리

Bearded vulture, Be the Reds

지난주의 글은 아주 보송보송한 어린 새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지난 글을 마치며 이번 주엔 또 다른 보송보송한 새에 관한 글로 돌아오기로 약속하였는데요. 약속은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포스트에서는 지난주의 약속대로 아주 보송보송하고 복슬복슬한 새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얼굴의 검은 선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 Francesco Veronesi on Flickr
얼굴의 검은 선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 Francesco Veronesi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몸길이가 1m, 날개 너비가 2.5m에 이를 정도로 커다란 맹금인 수염수리입니다. 수염수리란 이름은 턱 밑의 검은 털이 마치 수염을 기른 것같이 보이기 때문에 지어진 굉장히 직관적인 이름인데요. 영명인 bearded vulture 역시 수염이 난 독수리란 의미일 정도로 수염수리의 수염은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독수리의 경우 머리 깃털도 없는 경우가 많은데, 수염수리는 머리 깃털도 꽤 있는 편에다가 수염까지 있는 걸 보니 풍성수리 정도로 불러도 큰 어폐는 없을 듯합니다.


뇸뇸미를 뇸뇸하려는 수뇸수리입니다. / ⓒ Andrew massyn
뇸뇸미를 뇸뇸하려는 수뇸수리입니다. / ⓒ Andrew massyn

수염수리는 영어권에서 lammergeier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는 양 독수리로 해석되는 독일어 Lämmergeier(래머가이어)가 유래입니다. 옛날에는 수염수리가 양을 공격한다고 믿어 이와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요. 다른 독수리들이 그렇듯이, 수염수리는 산 동물은 잘 공격하지 않고 사체를 주로 먹습니다. 그중에서도 뼈, 특히 그 안의 골수를 먹는 것을 즐기죠. 수염수리가 섭취하는 음식의 80~90%는 뼈이며, 현존 조류 중 식단의 대부분이 뼈로 구성된 종은 수염수리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다른 독수리들에 비해 수염수리에게 머리 깃털이 더 많은 것도, 뼈를 먹는 습성 때문에 머리에 피나 고기 찌꺼기가 엉겨 붙을 일이 적어서라고 하네요. 또한 독일에서 수염수리는 주로 Lämmergeier가 아닌 Bartgeier라고 불린다고 하며, 이는 직역하면 수염 독수리로 한명이나 영명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뼈와 머리 중 무엇이 이길까 가늠해 보다가, 결국 이 뼈는 그냥 삼키기로 결심한 수염수리입니다. / Francesco Veronesi on Flickr뼈와 머리 중 무엇이 이길까 가늠해 보다가, 결국 이 뼈는 그냥 삼키기로 결심한 수염수리입니다. / Francesco Veronesi on Flickr
뼈와 머리 중 무엇이 이길까 가늠해 보다가, 결국 이 뼈는 그냥 삼키기로 결심한 수염수리입니다. / Francesco Veronesi on Flickr

수염수리의 위액은 굉장히 강한 산성이기 때문에, 뼈를 삼켜도 금방 녹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키기에 너무 큰 뼈는 미리 깨야 하겠죠. 수염수리는 뼈를 들고 상공 50~150m 높이로 올라간 후, 그 뼈를 바위에 떨어뜨려 깨뜨린 후 안의 골수를 먹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 아이스퀼로스(Αἰσχύλος)는 하늘에서 떨어진 거북이에 머리를 맞고 죽었다고 하는데요. 수염수리가 모발이 결여된 아이스퀼로스의 머리를 바위로 착각하고 거북이를 떨어뜨린 것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머리터럭 있는 독수리 때문에 머리터럭이 없는 사람이 죽은 얘기라니, 이 둘의 대조는 이야기의 비극성을 더욱 강화시켜 줍니다.


수염수리의 1P 컬러와 2P 컬러 같지만 아닙니다. / Adamantios on wikimedia, Public domain수염수리의 1P 컬러와 2P 컬러 같지만 아닙니다. / Adamantios on wikimedia, Public domain
수염수리의 1P 컬러와 2P 컬러 같지만 아닙니다. / Adamantios on wikimedia, Public domain

수염수리는 머리와 가슴이 주황색 또는 붉은색을 띠는데요. 사실 이것은 수염수리의 진정한 본모습이 아닙니다. 수염수리는 크면서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요. 보송보송한 솜털공 시절을 거쳐 청소년기에 접어든 수염수리에게는 검은 깃털이 자라납니다. 어둠에 다크한 청소년기를 지나, 털갈이를 마치고 완전히 성체가 된 수염수리는 머리와 가슴이 사골 육수같이 아주 뽀얗게 변하죠.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 사골 육수 같은 깃털에 다대기가 들어가게 된 것일까요. 이는 수염수리가 산화철이 풍부한 진흙에서 목욕을 하기 때문입니다.


잘생긴 붉은 수염수리들이 잘생기고 붉게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 Tambako The jaguar on Flickr
잘생긴 붉은 수염수리들이 잘생기고 붉게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 Tambako The jaguar on Flickr

과거에는 수염수리가 우연히 붉은 모래에서 목욕을 하는 바람에 깃털이 붉게 변한 것이 아닌가 추측되기도 하였는데요. 그 후 붉은 색이 골고루 잘 묻도록 부리나 발로 문지르는 모습이 관찰되며, 수염수리는 고의로 자신을 붉게 물들인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와 같은 행동의 이유에 대해선 영역 다툼 시 우세함의 과시, 또는 둥지의 박테리아의 번식 방지 등 다양한 가설이 있습니다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는데요. 이 붉은색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체마다 붉은 정도가 다 다르며, 나이 많고 큰 개체일수록 색이 진해지는 경향성은 있다고 합니다. 때때로, 목욕은커녕 혼자서는 둥지를 나가기도 어린 애긔 수염수리들이 빨간색으로 물든 채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부모새가 진흙 목욕을 하고 깃털이 축축한 상태로 새끼를 품으면 이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링크의 세 사진 중 가운데 사진을 잘 살펴보면 빨간 보송이를 발견할 수 있으며, 굉장히 귀엽습니다.


비행 시 사람을 향해 소지품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 바랍니다. / kathleen EVERITT on Flickr
비행 시 사람을 향해 소지품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 바랍니다. / kathleen EVERITT on Flickr

오늘은 붉은 새 수염수리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뼈를 먹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만, 뼈를 떨어뜨릴 때는 항상 아래를 살펴 서로 다른 종 간에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경각심 가지며 오늘의 포스트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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