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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검은지빠귀

Common blackbird, 검은 새

지난 4월 14일은 블랙데이였습니다. 자장면을 먹는 기념일이니만큼 혹시 자장면과 관련된 새를 기대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자장면을 좋아하거나 춘장으로 이루어진 새에 관한 정보는 찾지 못했습니다. 마치 사탕을 먹는 날에도 사탕으로 이루어진 새를 찾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죠. 그 대신 화이트데이에는 하얀 새에 관해 소개하였으니, 블랙데이를 맞아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까만 새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곧은 자세의 수컷 대륙검은지빠귀입니다. / Tim Strater on Flickr
곧은 자세의 수컷 대륙검은지빠귀입니다. / Tim Strater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대륙검은지빠귀입니다. 새까만 깃털에 샛노란 색으로 포인트를 준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죠. 이 세상에는 부리부터 발까지 전부 검은 까마귀와 같은 새도 존재하는 만큼, 까만 새를 소개하겠다는 포부와는 달리 기대만큼 검지 않은 새의 모습에 실망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이 새는 검습니다. 이 새의 가장 검은 부분은 이름인데요. 대륙검은지빠귀의 영명은 common blackbird, 또는 그냥 blackbird로 직역하면 '검은 새'가 되죠.


이름이란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는 암컷 대륙검은지빠귀입니다. / hedera.baltica on Flickr
이름이란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는 암컷 대륙검은지빠귀입니다. / hedera.baltica on Flickr

검은색 깃털과 노란 부리를 가진 것은 대륙검은지빠귀 중에서도 성체 수컷뿐인데요. 암컷은 수컷에 비해 검은 빛이 도는 부리와 갈색 깃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체가 되기 전의 청소년은 암컷과 비슷한 갈색 깃털을 가지고 있는데, 어린 새의 경우 가슴에 밝은 반점이 있기도 합니다. 검은 새는 너무 성체 수컷에게만 어울리는 이름이니, '꽤 검은 새' 또는 '적당히 까만 새' 정도면 나름 어린 새와 암컷까지 포함할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조심스럽게 제안해봅니다.


새끼 대륙검은지빠귀가 아빠와 단란한 식사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 James Johnstone on Flickr
새끼 대륙검은지빠귀가 아빠와 단란한 식사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 James Johnstone on Flickr

대륙검은지빠귀는 한 상대와 짝을 짓는 새인데요. 수컷은 짧은 달리기와 고개를 숙이는 동작이 포함된 춤과 노래로 암컷에게 구애합니다. 둥지 짓기와 알 품기는 암컷이 전담하며, 그 후 부화한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는 것은 암수가 함께 하죠. 새끼들은 둥지를 떠난 뒤에도 몇 주간 부모로부터 먹이를 받아 먹으며 완전한 독립을 준비하는데요. 암컷은 새끼들이 둥지를 떠난 후 두 번째로 알을 낳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합니다. 이때 암컷은 같은 둥지를 다시 사용하며, 둥지를 떠난 새끼들에게 먹이를 먹이는 것은 수컷이 전담하게 된다고 하네요. 그렇게 흔하지는 않지만, 한 번식기에 세 번까지 둥지를 트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당근 같은 부리를 갖고 있는 이 새에겐 함부로 덤비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 Juan Emilio on Flickr
당근 같은 부리를 갖고 있는 이 새에겐 함부로 덤비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 Juan Emilio on Flickr

겨울에도 먹이가 충분하다면, 대륙검은지빠귀는 자신의 짝과 함께 일 년 내내 같은 지역에서 지냅니다. 그래서 영역을 지키는 것은 대륙검은지빠귀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 중 하나이죠. 대륙검은지빠귀의 수컷이 침입자를 판단하는 데에 부리의 색은 굉장히 중요한 기준입니다. 침입자의 부리 색을 주황, 노랑, 갈색으로 나눴을 때 영역 주인은 주황 부리의 침입자에게 제일 호전적인 태도를, 갈색 부리의 침입자에겐 제일 유한 태도를 보이는데요. 주황 부리는 먹이로부터 얻는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충분히 섭취한, 즉 사냥 능력이 뛰어나고 건강하여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일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갈색 부리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새로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을 알 수 있죠. 암컷도 번식기가 되면 다른 암컷들과 둥지 짓기 좋은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데, 공격적인 태도는 수컷 못지않지만 암컷끼리 싸움의 빈도는 수컷보다 적다고 합니다.


잠들기 전 한잔 할까 고민 중인 대륙검은지빠귀입니다. / thornypup on Flickr
잠들기 전 한잔 할까 고민 중인 대륙검은지빠귀입니다. / thornypup on Flickr

대륙검은지빠귀는 단일반구서파수면(unihemispheric slow-wave sleep)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조류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전공 서적이나 논문 밖에서는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 긴 단어는, 간단히 말하자면 대륙검은지빠귀가 반만 잘 수 있다는 뜻인데요. 뇌의 반은 깨어있는 채로 잠듦으로써, 수면을 취하는 동안 찾아올 수 있는 천적과 같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죠. 또한 긴 거리를 이주하는 동안 날면서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필요한 아주 부러운 능력입니다.


한껏 부푼 대륙검은지빠귀의 정면 사진으로 포스트 마칩니다. / Sigurd Rage on Flickr
한껏 부푼 대륙검은지빠귀의 정면 사진으로 포스트 마칩니다. / Sigurd Rage on Flickr

오늘은 검은 새 대륙검은지빠귀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첫 인상에서 가장 강렬한 것은 검은 깃털이지만, 그 외에도 흥미로운 부분이 정말 많은 새였지요. 그린데이와 실버데이 쯤의 포스트 주제도 이렇게 색으로 정하게 될까 생각해보며 오늘의 포스트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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