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5월 26일은 아일랜드 작가인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가 출간된 날입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은 독을 마시는 새에 이어 피를 마시는 새에 관해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부 사진 및 동영상에 경미한 유혈 장면이 있으니 열람에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뱀파이어핀치 수컷의 사진입니다. / Anna on Flickr
뱀파이어핀치 수컷의 사진입니다. / Anna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의 이름은 뱀파이어핀치입니다. 이름만 봐도 이 새가 피를 마시는 새일 것을 짐작할 수 있죠. 위 사진이 오늘 소개할 뱀파이어핀치의 사진인데요. 막상 사진을 보면 이 10cm 남짓한 작은 새가 남의 피를 마시는 것은 잘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뱀파이어핀치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겠죠. 그럼 얼른 원 주제로 돌아가서 이 뱀파이어핀치가 피를 어떻게 마시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 Robert I. Bowman ⓒ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이렇게 / Robert I. Bowman ⓒ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마십니다. / Robert I. Bowman ⓒ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마십니다. / Robert I. Bowman ⓒ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위 사진에서 뱀파이어핀치가 앉아있는 곳은 다른 새의 등 위입니다. 뱀파이어핀치는 이처럼 자신보다 큰 새들의 피부를 쪼아 상처를 내고 그 상처에서 나는 피를 먹는데요. 가장 주된 숙주는 부비, 그중에서도 나스카부비와 푸른발부비입니다.


뱀파이어핀치는 부비의 피뿐만 아니라 죽은 부비의 새끼나 알을 먹기도 하는데요. 위 영상에서 순서대로 부비의 피, 새끼, 알을 섭취하는 뱀파이어핀치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 핀치는 부비의 알을 발견했을 때, 알을 바로 깨지 않고 다리를 사용해 굴리는데요. 뱀파이어핀치의 부리는 뾰족하긴 하지만 알을 깰 만큼 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다리와 부리를 사용해 알을 굴려서 깨뜨려 먹는다고 하는군요.


이 영상 역시 뱀파이어핀치의 흡혈 영상입니다. 그런데 위 두 영상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부비가 뱀파이어핀치를 적극적으로 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둘의 체격차를 보면 부비가 뱀파이어핀치를 쫓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비들이 뱀파이어핀치를 쫓지 않는 데엔 이유가 있겠지요.


태연한 피해조의 사진입니다. / Robert I. Bowman ⓒ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태연한 피해조의 사진입니다. / Robert I. Bowman ⓒ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위 사진의 나스카부비 역시 피를 빨리면서도 너무나 태연합니다. 이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은 뱀파이어핀치의 흡혈이 부비에게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실제로 뱀파이어핀치의 식사는 부비에게 별 피해를 주지 않을뿐더러, 흡혈과 더불어 기생충도 먹어서 없애주기 때문에 부비는 핀치가 피를 먹더라도 그냥 놔둔다고 합니다.


뾰족부리땅핀치의 암컷 사진입니다. / budgora on Flickr
뾰족부리땅핀치의 암컷 사진입니다. / budgora on Flickr

그럼 이 뱀파이어핀치는 왜 부비의 피를 먹기 시작한 것일까요. 이걸 알아보기 위해 잠시 뱀파이어핀치의 서식지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뱀파이어핀치는 갈라파고스 제도 출신의 새입니다. 갈라파고스와 새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다윈의 핀치일 텐데요. 바로 이 뱀파이어핀치 역시 그 다윈의 핀치 중 하나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뾰족부리땅핀치(Sharp-beaked ground finch)의 아종이죠. 뾰족부리땅핀치는 주로 곤충을 섭취합니다.


벌레잡이로 시작된 흡혈입니다만 이젠 벌레가 있어도 부비를 먼저 쪼겠지요. / Robert I. Bowman ⓒ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벌레잡이로 시작된 흡혈입니다만 이젠 벌레가 있어도 부비를 먼저 쪼겠지요. / Robert I. Bowman ⓒ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뱀파이어핀치도 원래는 뾰족한 부리를 가진, 곤충을 주로 섭취하는 핀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건기가 되면 곤충이 줄어들어 핀치가 먹이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핀치는 다른 새들에게 기생하는 곤충으로 눈을 돌렸고, 검은 곤충이 잘 보이는 흰 깃털을 가진 부비가 핀치의 목표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 핀치들은 온순한 탓에 부비가 그리 경계를 하지 않아 부비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부비 위에 올라간 핀치는 부비 깃털에 기생하는 곤충을 잡으려다 우연히 부비의 피부를 쪼았고, 그 피가 굉장히 맛이 좋았을 것입니다. 피맛이 존맛임을 깨달은 핀치는 다른 동종의 핀치들에게 자신이 알아낸 것을 가르쳤고, 지금은 모든 뱀파이어핀치들이 부비 피 파티를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이라고 하는군요.


33번이 뾰족부리땅핀치, 29번과 39번이 그 아종의 부리입니다.
33번이 뾰족부리땅핀치, 29번과 39번이 그 아종의 부리입니다.

기왕 다윈의 핀치 얘기가 나온 김에, 뾰족부리땅핀치의 부리를 다른 갈라파고스 핀치와 비교해보면 굉장히 날렵하고 뾰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뱀파이어핀치의 부리는 뾰족부리땅핀치의 아종들 중 가장 가늘고 뾰족하다고 하는군요. 본 블로그는 생명과학 및 진화론 블로그가 아니라 이상한 새 블로그이기 때문에 이 얘기는 이쯤에서 끝내며 이번 포스트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물을 마시는 새와 눈물을 마시는 새가 남았군요.

새을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