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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뇌조

Western capercaillie, 붉은 눈썹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핍니다. 진달래 피는 곳엔 내 마음도 피는데요. 건넛마을에서 꽃을 따러 오는 것과는 별개로, 봄이 오면 마음이 영 울렁거려 진정이 안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뜻에서 오늘의 포스트에서는 봄을 맞아 열심히 마음을 피우고 있을 어느 새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왼쪽부터 각각 수컷과 암컷 큰뇌조입니다. / ian svendsplass, Lars Falkdalen Lindahl on Flickr왼쪽부터 각각 수컷과 암컷 큰뇌조입니다. / ian svendsplass, Lars Falkdalen Lindahl on Flickr
왼쪽부터 각각 수컷과 암컷 큰뇌조입니다. / ian svendsplass, Lars Falkdalen Lindahl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큰뇌조입니다. 간혹 영명을 그대로 읽어 웨스턴캐퍼케일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 포스트에서는 조금 더 직관적인 느낌의 큰뇌조라고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큰뇌조의 수컷은 크다는 이름에 걸맞게 몸길이가 평균 80cm, 최대 100cm에까지 이를 정도로 커다란 새인데요. 반면 큰뇌조의 암컷은 몸길이가 60cm 정도로 수컷에 비하여 굉장히 작은 편입니다. 또한 암컷과 수컷의 평균 체중은 각각 2kg과 4kg 정도로 암컷이 수컷의 반밖에 되지 않죠.


붉은 피부와 어우러지는 뇌쇄적인 눈빛이 매력적입니다. / Vicky Brock on Flickr
붉은 피부와 어우러지는 뇌쇄적인 눈빛이 매력적입니다. / Vicky Brock on Flickr

큰뇌조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눈 위에 드러난 선명한 붉은 피부입니다. 특히나 수컷의 경우 진한 검은색의 깃털 때문에 붉은 피부가 더 도드라지는데요. 과거 검고 붉은 동물은 악마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시절, 이와 같은 색조합 때문에 큰뇌조는 악마에 연관되기도 하였습니다. 과연 정말로 큰뇌조가 악마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만, 만약 큰뇌조가 진짜 악마의 새라면 물어봐도 솔직히 대답해 줄 것 같지는 않아 굳이 확인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독일에서는 큰뇌조 눈 위의 붉은 부위를 장미(Rose)라고 표현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고민이 많아 보이는 한 수컷 큰뇌조입니다. / Cristina.bruschini on Wikimedia commons
고민이 많아 보이는 한 수컷 큰뇌조입니다. / Cristina.bruschini on Wikimedia commons

큰뇌조가 어떻게 생긴 새인지를 대강 알아보았으니, 이어서 큰뇌조의 흥미로운 성과 사랑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큰뇌조의 수컷은 봄이 오고 초목이 생동하기 시작하는 3월에서 4월 사이에 구애를 시작하는데요. 큰뇌조 수컷들은 길게는 6월까지도 지속되는 구애 기간의 대부분을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한 영역다툼을 하며 보냅니다. 이는 큰뇌조가 구애를 위한 공간인 렉(lek)에서 암컷들에게 구애하는 새이기 때문인데요. 훌륭한 퍼포먼스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그 퍼포먼스를 빛나게 해줄 훌륭한 무대일 테니 말입니다.


구애 기간의 후반부로 접어들 무렵 암컷 큰뇌조들은 수컷들의 렉에 찾아가는데요. 이 날만을 기다려 온 수컷들은 꼬리를 부채처럼 펼치고, 목은 길게 뺀 채 날개는 아래로 늘어뜨립니다. 모든 준비가 된 수컷은 부리를 하늘로 향하고 암컷들을 위한 노래를 시작하는데요. 탁구공이 통통 튀는 것 같은 소리로 시작된 세레나데는 점점 빠르고 격렬해지다가 긁는 듯한 울음소리로 끝을 맺습니다. 이때의 큰뇌조들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혹시나 구애 중인 큰뇌조들을 발견한다면 괜히 아는 척하여 교미를 망치지 말고 조심스럽게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생각해보니 큰뇌조가 아니라 다른 동물들이라도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교미는 방해하지 않는 편이 좋겠군요.


스웨덴의 순스발(Sundsvall)지역의 한 박물관에 전시되었다는 스크베이더 박제입니다.
스웨덴의 순스발(Sundsvall)지역의 한 박물관에 전시되었다는 스크베이더 박제입니다.

큰뇌조는 가상의 동물인 스크베이더(skvader)를 만드는 데 사용된 것으로 유명한 새이기도 한데요. 1918년 스웨덴의 박제사인 루돌프 그란버그(Rudolf Granberg)는 숲멧토끼(european hare)와 암컷 큰뇌조로 스크베이더를 만들었습니다. 스크베이더라는 이름은 스웨덴어로 '울다'를 뜻하는 'skvattra'와 '큰뇌조'를 뜻하는 'tjäder'를 합쳐 만든 것으로, 스크베이더 내에서 큰뇌조의 비중이 상당히 큰 것을 알 수 있죠. 스크베이더의 학명인 Tetrao lepus pseudo-hybridus rarissimus L. 역시 숲멧토끼와 큰뇌조의 학명인 Lepus europaeusTetrao urogallus를 잘 섞어 만든 것입니다.


당신에게 구애하는 큰뇌조입니다. / Tero Laakso on Flickr
당신에게 구애하는 큰뇌조입니다. / Tero Laakso on Flickr

오늘은 매력적인 구애를 하는 커다란 새 큰뇌조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서 큰뇌조를 언급하는 것은 이번 포스트가 처음인데, 왜 예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기분 탓이겠죠. 다음 주도 또 다른 매력적인 새에 관한 얘기로 찾아오기로 하며 오늘의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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