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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제비갈매기

White tern, 하얀 천사

어느새 3월도 중순에 접어들며 화이트데이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요. 마시멜로나 사탕 같은 달달한 것을 주고받는 날을 맞아 달달한 새에 관한 포스트를 작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사탕으로 이루어진 새는 없는 모양입니다. 사탕새(sugarbird)라고 불리는 새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 새들이 사탕이나 설탕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는 찾지 못했는데요. 마치 큰유리새가 유리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쇠오리가 쇠로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바람까마귀가 바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그런 뜻에서 오늘은 설탕 새 대신 하얀 새를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얀 새와 하얀 새가 하얗게 있습니다. / kris krüg on Flickr

오늘 소개할 새는 흰제비갈매기입니다. 이 새의 영명은 white tern이며, 학명인 Gygis alba에서 alba는 라틴어로 희다는 의미인데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얗다는 말을 빼고는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새하얀 깃털로 싸여 있는 것이 특징적인 새이지요. 하얀 몸과는 대조적으로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검은 부리와, 검은 눈테 때문에 더 커다랗게 보이는 검은 눈 역시 흰제비갈매기의 소중한 매력 요소 중 하나입니다.


왼쪽이 천사, 오른쪽이 요정입니다. / Duncan on Flickr, JJ Harrison on Wikimedia commons왼쪽이 천사, 오른쪽이 요정입니다. / Duncan on Flickr, JJ Harrison on Wikimedia commons

매끈하고 길쭉한 몸, 그리고 새까만 눈과 대비되는 새하얀 깃털이 강렬한 인상을 주기 때문인지 흰제비갈매기는 굉장히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새이기도 한데요.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아도 'angel tern', 'fairy tern', 'holy ghost bird' 등 신성하거나 신비로운 느낌의 표현이 사용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중 'fairy tern'은 요정제비갈매기(Sternula nereis)라는 머리가 까만 새의 영명으로 쓰여 혼동의 여지가 있는 명칭입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흰제비갈매기(Gygis alba)를 만난다면 요정 같다고 말하는 것까지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요정제비갈매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하도록 합시다.


당신의 앞길을 인도해 줄 구름입니다. / kris krüg on Flickr

흰제비갈매기는 하와이에서 소중히 여겨졌던 새이기도 합니다. 과거 하와이 사람들은 항해할 때 흰제비갈매기를 보고 육지의 위치를 찾았다고 하는데요. 아침이면 바다로 사냥을 나왔다가 저녁이면 다시 해안으로 돌아가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흰제비갈매기는 항해사들에게 아주 훌륭한 길잡이였죠. 흰제비갈매기의 하와이 이름인 마누오쿠(manu-o-Kū)는 쿠(Kū)의 새라는 뜻인데, 쿠는 깃털로 덮인 모습으로 묘사되는 하와이의 전쟁의 신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흰제비갈매기의 하와이 이름이 하와이어로 안개나 구름 등을 뜻하는 오후('ohu)에서 유래했을 것이라고도 주장한다고 하네요.


마음에 드는 나무를 찾은 모양입니다. / Island Conservation on Flickr

흰제비갈매기는 비번식기에는 해안가에서 생활하다가, 번식기가 되면 조금 더 나무가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는데요. 땅에 알을 낳는 대부분의 제비갈매기와 달리 흰제비갈매기는 나무 위에 알을 낳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특이한 사실은 흰제비갈매기가 둥지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흰제비갈매기는 둥지를 만드는 대신 나뭇가지 위에 바로 알을 낳습니다.


이게 제 알입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나뭇가지에 알을 낳는 것은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지키기 위한 훌륭한 전략인데요. 흰제비갈매기가 알을 낳는 가지는 다른 동물들이 올라가기엔 너무 가늘어서, 쥐나 도마뱀 같은 천적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둥지가 없으니 둥지에 벌레나 기생충이 창궐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요. 하지만 이와 같은 이점이 있다 하더라도 나뭇가지 위에서 둥근 알을 떨어뜨리지 않고 품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흰제비갈매기는 암수가 알을 번갈아 품는데, 알에게 일어날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알품기 교대는 신중하고 빠르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애긔 보송보송이와 조금 더 큰 애긔 보송이입니다. / Forest & Kim Starr애긔 보송보송이와 조금 더 큰 애긔 보송이입니다. / Forest & Kim Starr

이렇게 소중하게 지킨 알에서 태어난 새끼 흰제비갈매기는 굉장히 보송보송하며, 성조와 달리 아직 새하얗지는 않습니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 발이 굉장히 발달해 있어 나무를 꼭 잡고 있을 수 있지요. 새끼 흰제비갈매기는 태어난 지 대략 60일이 지나면 태어난 가지를 떠나는데요. 그 후로도 몇 달은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는 않고 먹이를 받아먹으며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사실은 다 커도 보송보송합니다. / Forest and Kim Starr on Flickr

오늘은 화이트데이를 맞아 하얀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비록 달달한 새에 관한 포스트는 작성하지 못했지만 우리를 바라보는 흰제비갈매기의 눈빛이 충분히 달콤하니 그것으로 괜찮지 않을까요. 혹시라도 설탕으로 이루어진 새를 찾는다면 내년 화이트데이에 소개하기로 약속하며, 오늘의 포스트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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