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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타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그동안 심장 쫄리는 경기들 보면서 삼도천을 건널락 말락 하다가 돌아오신 분들 많을 것입니다. 폐막식을 보고서도 아직까지 끝난 것이 실감이 안 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고요. 다행히도 우리에겐 아직 패럴림픽이 있습니다만, 시작하기까진 이주일을 꼬박 더 기다려야 하지요. 그런 뜻에서 오늘은 동계스포츠를 즐기는 어느 새에 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새는 멋지게 스키를 타는 타조입니다. 타조가 스키를 타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심지어 스키 폴도 없이 다리의 근력과 그루브만으로 설원을 정복하고 있죠. 이 세상 모든 타조를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타조가 세상에서 가장 스키를 잘 타는 타조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지금까지 봤던 타조 중에선 가장 훌륭한 스키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럼 과연 이 타조는 어쩌다 스키를 타게 된 것인지, 또한 이 영상과 영상 속 타조의 정체는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짤방은 2003~2005년 방송된 동일본여객철도 광고의 일부인데요. 총 4개의 영상으로 구성된 시리즈 중 이 짤방이 등장하는 것은 2003년에 방송된 2편입니다. 이 광고는 스키를 좋아하던 사람이 타조로 환생하여 아프리카에서 태어나게 되어, 타조의 육신으로 스키에 도전한다는 스토리로 시작되는데요. 시리즈의 초반에 등장하는 타조는 한 마리뿐이지만 후반으로 가면 주인공에겐 다른 타조 스키 친구들까지 생기게 되죠. 위에 첨부한 영상이 바로 전체 시리즈 중 2편이며, 다른 3개의 영상은 포스트 끝에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타조 탈 사진은 찾지 못해 대신 클로즈업 사진을 올립니다. 눈을 보호해주는 긴 속눈썹이 잘 보입니다. / Ralph Daily on Flickr
타조 탈 사진은 찾지 못해 대신 클로즈업 사진을 올립니다. 눈을 보호해주는 긴 속눈썹이 잘 보입니다. / Ralph Daily on Flickr

그렇다면 과연 이 영상은 어떻게 촬영한 것일까요. 동계스포츠에 도전해보고 싶은 호기심 많은 타조를 영입한 것일까요. 아니면 달리는 속도로는 조류 최강을 찍은 어느 타조가 새로운 속도의 영역에 도전한 것일까요. 어쩌면 이 광고 촬영을 위해 어떤 타조가 가혹하고 무자비한 훈련을 겪어내야만 했던 것은 아닐까요. 사실 이 광고는 사람이 타조 탈을 쓰고 촬영한 후, 실제 타조의 다리나 표정, 날개의 움직임 등을 합성했다고 하는데요. 다행히도 고통받은 타조는 없었습니다만 고통받은 인간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수컷이며 발 사이를 잘 보면 앙증맞은 새끼들도 있습니다. / Darwin's Jackal on Flickr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수컷이며 발 사이를 잘 보면 앙증맞은 새끼들도 있습니다. / Darwin's Jackal on Flickr

본 블로그 이름이 '수호랑과 반다비' 또는 '스포츠와 건강'이었다면 스키에 관해 좀 더 설명했을지도 모르지만, 여긴 날개와 부리이기 때문에 새에 관해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저 새의 알맹이가 인간이긴 해도, 우린 아직 껍데기는 남고 알맹이는 가라고 말해볼 수 있는데요. 이 새의 껍데기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타조속에 속하는 타조(common ostrich)입니다. 수컷은 검은 깃털, 암컷은 갈색 깃털을 가지고 있는 타조의 특성상 이 광고에서 스키를 좋아하던 사람은 수컷 타조로 환생하였음을 알 수 있죠.


쟉고 소듕한 큐티뽀쨕 애기타조입니다. / jpc.raleigh on Flickr
쟉고 소듕한 큐티뽀쨕 애기타조입니다. / jpc.raleigh on Flickr

타조는 현존하는 조류 중 키도 알도 가장 큰 조류인데요. 암컷은 2m, 수컷은 2.8m까지도 클 수 있으며 알은 긴 방향의 길이가 15cm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성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비율로 따지면 타조 알은 성체에 비해 가장 작은 알이 되는데요. 이 커다랗지만 조그마한 귀염둥이는 부화 이후 몇 달간은 한 달에 25cm씩이나 성장한다고 합니다.


대단한 다리입니다. / davida3 on Flickr
대단한 다리입니다. / davida3 on Flickr

위 영상의 타조 알맹이가 사람으로 밝혀진 이상 타조는 스키를 탄 적도 없고 타야만 할 필요도 없을 텐데요. 하지만 만약 타조가 스키를 꼭 타야만 하는 일이 생긴다고 해도 생각보다 훌륭하게 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와 같은 추론의 근거는 타조의 훌륭한 다리인데요. 이 다리로 타조는 최대 시속 70km로 달릴 수 있으며 이는 앞에서도 한 번 말했듯이 현존 조류 중 육상에서의 최대 속도입니다. 타조는 천적을 만났을 때 땅속 구멍에 머리만 넣고 상대가 사라지길 기다리는 멍청한 새라는 얘기가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타조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달려서 도망가면 되고, 혹시나 그게 여의치 않은 경우엔 발로 차버리면 되기 때문이죠.


 Amcaja on Wikimedia commons
Amcaja on Wikimedia commons

오늘은 스키계의 전설이 될 뻔한 어느 새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비록 짤방 속의 새는 진짜 새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언젠가는 진짜로 스키를 즐기는 새가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마음 한편 깊숙한 곳에 품고 살아가는 것도 꽤나 낭만적인 삶이 아닐까 합니다. 이 밑으로 오늘의 영상 네 편 첨부하며 이번 포스트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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