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에게 새는 네 가지로 나뉩니다. 바로 피를 마시는 새, 눈물을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물을 마시는 새인데요. 나방에게 눈물을 뺏기는 새는 있지만 아직 눈물을 마시는 새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빨리 죽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피, 독, 물을 마시는 새라면 있습니다. 오늘은 독을 먹는 새 중 하나인 느시에 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느시 수컷의 사진입니다. / Francesco Veronesi on Flickr
느시 수컷의 사진입니다. / Francesco Veronesi on Flickr

느시는 20세기 초까지는 한국에서도 흔히 보이던 겨울철새입니다. 현존하는 새 중 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종으로 알려지기도 했죠. 느시 수컷의 무게는 일반적으로 5.8kg부터 18kg까지 다양한데, 평균이 10kg 정도이며 지금까지 관찰된 가장 무거운 개체는 21kg였다고 합니다. 느시는 수컷의 몸길이가 115cm에 달하는 큰 새긴 하지만, 크기를 고려해도 굉장히 무겁죠.


Tring 자연사박물관의 느시 박제입니다. / Scott Harwood on Flickr
Tring 자연사박물관의 느시 박제입니다. / Scott Harwood on Flickr

느시 수컷의 무거움을 보았으니 이젠 암컷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사진의 왼쪽이 수컷, 오른쪽이 암컷입니다. 두 마리가 서로 다른 종인가 싶을 정도로 크기 차이가 엄청난데요. 느시는 일반적으로 암컷이 수컷보다 1/3 정도 더 작습니다. 암수 간에 차이가 나는 새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성적 이형성이 가장 큰 새가 바로 이 느시라고 하는데요. 암수 간 크기 차이는 가장 크고, 무게 차이는 초록공작 다음으로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초록공작 수컷의 꼬리 무게를 빼면 무게 차이도 느시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네요.


복슬복슬해진 느시 수컷입니다. / Sergey Yeliseev on Flickr
복슬복슬해진 느시 수컷입니다. / Sergey Yeliseev on Flickr

안 그래도 커다란 느시 수컷입니다만 번식기가 되면 하얗고 화려한 장식깃을 기르며 그 덩치가 더 거대해집니다. 느시도 목도리도요처럼 수컷이 렉을 만들고 암컷이 수컷을 골라 교미를 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어, 화려한 과시로 암컷을 유혹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죠.


위 링크의 영상에서 느시 수컷의 구애와 교미를 볼 수 있습니다. 영상에서 느시 수컷은 암컷에게 앞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를 보여줍니다. 이건 느시 암컷이 수컷의 엉덩이를 보고 그 수컷과의 교미 여부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수컷의 엉덩이를 검사하는 암컷 느시입니다. / Franz Kovacs
수컷의 엉덩이를 검사하는 암컷 느시입니다. / Franz Kovacs

물론 엉덩이가 얼마나 빵빵한지를 검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암컷은 그보다는 수컷의 총배설강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쪼아봅니다. 총배설강에 이물질이 묻어있거나 기생충 및 세균 감염의 흔적이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나서야 암컷은 수컷과 교미합니다. 암컷은 굉장히 꼼꼼하게 수컷을 고르기 때문에 구애해오는 수컷 열 마리에 한 번 정도만 교미를 해준다고 하네요.


모자이크된 가뢰과의 곤충인 Black blister beetle의 사진입니다. / Bruce Marlin on North American Insects and Spiders
모자이크된 가뢰과의 곤충인 Black blister beetle의 사진입니다. / Bruce Marlin on North American Insects and Spiders

암컷과 교미에 성공하기 위해서 수컷 느시는 총배설강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이것이 번식기의 수컷 느시가 독을 마시는 이유입니다. 수컷 느시는 번식기가 되면 칸타리딘이라는 독성 물질을 가진 가뢰과의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느시가 섭취한 독성 물질은 신장과 간에 쌓여 기생충을 죽이고 감염성 세균을 억제하는데요. 번식기의 수컷 느시는 다른 수컷과의 싸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면역능력을 보충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칸타리딘은 느시의 건강에 좋은 영향도 미치지만, 독성 물질인 만큼 맛도 없고 많이 섭취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한 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수컷 느시의 깨끗한 총배설강은 '저는 기생충도 감염도 없이 건강합니다.'와 '이렇게 깔끔해질 정도로 많은 독을 먹었는데도 전 멀쩡합니다. 그건 제가 독 내성이 큰 개체이기 때문이죠.' 모두를 의미합니다. 타인과 관계 맺기 위해서는 성실한 자기 관리와 건강검진서의 유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녀의 무덤에 바칠 일만 송이의 꽃은 그녀의 작은 미소보다 무가치하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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